박성우: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과 관련해 지난 한 주 동안 주목할 뉴스 중 하나가 김영철의 미국 방문이었는데요. 어떤 배경에서 이뤄진 방문인가요?
고영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에 도착한 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나 만찬을 했고 31일에는 회담을 가졌습니다. 김영철은 2000년 조명록 북한군 차수가 김정일의 특사로 백악관을 방문해 빌 클린턴 대통령을 만난 지 18년 만에 미국을 찾는 최고위급 북한 간부로 됩니다. 김영철은 2010년 천안함 폭침 배후로 지목돼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에 올랐으나, 미국 정부가 6월 12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여행 제한 조치를 일시 면제해 미국 입국이 허용되었습니다.
현재 싱가포르에서는 김정은 서기실장인 김창선이 미국 백악관 관리들과 만나 6월 12일 정상회담 의례 사업과 호위 및 경호 사업 문제를 토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지난달 말 판문점에서는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미국의 성김 대사가 만나 북한 비핵화 의제를 놓고 토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의 사실상 특사 자격으로 김영철 부위원장이 미국 뉴욕을 방문해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했습니다.
김영철은 미 국무장관과 만나 미국이 의심을 풀지 않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대화 의지'를 재확인시키고 싱가포르 정상회담 핵심 의제인 북한 비핵화 문제를 조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미국과 북한의 분위기는 좋아 보입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5월 30일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 맨하튼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주최한 연회에 참석한 김영철 부위원장의 밝은 표정이 미국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폼페이오∙김영철 회담에서는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고 있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의 신속한 이행과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고 있는 '체제 보장'을 어떻게 절충하느냐가 논의되었다고 봅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31일 미북 고위급 회담 결과를 발표하며 미국의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라고 재차 강조하고 “나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하여 “김 부위원장과 양국이 제시한 비전을 실현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양국은 대단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없는 비극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향후 싱가포르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에서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 비핵화가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인데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어떠한 그림을 그려낼지 주목됩니다.
박성우: 김영철의 이번 미국 방문은 미북 양측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무리 지어야 할 사안이 있기 때문에 이뤄진 것 아니겠냐는 추정이 있거든요. 위원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6월 12일 미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하여 판문점에서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미국의 성김 주필리핀 대사가, 싱가포르에서는 김창선 서기실장과 미 백악관의 조 헤이긴 부비서실장이, 그리고 뉴욕에서는 김영철과 폼페이오가 연이어 회담했습니다. 성김 대사와 최선희 부상의 판문점 회담에서는 북한 비핵화와 미국의 대북 체제안전 보장 문제를 토의한 것으로 보이고, 싱가포르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경호 및 의례 문제를 토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김영철 부위원장이 굳이 미국까지 날아갔을까요? 여기에 세계 언론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측은 이번에 김영철이 미국을 방문하며 가지고 왔을 북한 비핵화 의지를 들어 보고 김영철은 미국이 북한의 체제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미국의 의향을 들어 본 후 서로가 이를 분석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김영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김정은의 친서를 가지고 왔습니다. 이는 미북 정상회담을 제날짜에 싱가포르에서 꼭 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북한 비핵화와 북한 체제 안전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 풀어나가겠다는 의사를 나타내기 위한 행동이라고 분석합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뉴욕 회담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6월 12일 정상회담을 위한 예비회담이자 대리전 성격의 회담입니다. 트럼프와 김영철의 회동 결과에 따라 미북 정상회담이 제대로 열릴지, 그리고 원하는 성과가 나올지 등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싱가포르에서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열릴 때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합류할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경우에 대비해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현지 방문을 염두에 둔 구체적인 준비를 시작했다고 일본 NHK가 지난달 30일 보도했습니다. NHK는 "문 대통령의 외국 방문 준비를 담당하는 청와대 직원들이 싱가포르에 들어온 것이 NHK 취재팀에 의해 확인됐다"고 전했습니다. 계속하여 NHK는 "문 대통령도 미북 회담 결과에 따라 싱가포르에 올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싱가포르에 입국한 청와대 직원들은 문 대통령이 숙박할 호텔을 미리 알아보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저는 만일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리고 회담 결과가 좋을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를 방문해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열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판단합니다.
박성우: 요즘 서울에 있는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정은이 평양을 비워도 괜찮을까’ 이런 이야기도 나오더라고요. 위원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영환: 물론 김정은 체제가 이미 안정화됐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평가가 가능하지만, 최근 서울과 워싱턴에 있는 북한 전문가들 속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을 오랫동안 마음 놓고 비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실 김일성 주석이 생존해 있을 때도 “내가 외국에 나가면 반당분자들이 쏠라닥질을 하여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김정일 조직비서가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그런 걱정 없이 평양을 비울 수가 있었다”는 발언을 수차례 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후계자가 없는데다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한다는 소식이 이미 노동신문을 통하여 북한 전국에 알려졌습니다. 이른바 ‘최고존엄’ 보위를 신성시하는 북한 지도부는 김정은의 일정과 움직이는 동선을 극비로 취급합니다.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평양을 비우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미국과의 물밑 접촉에서 김정은의 이와 같은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고 최근 워싱턴포스트가 미북 협상 사정에 밝은 인사들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김정은이 싱가포르 체류 기간 자신의 신변 안전 문제뿐 아니라 자신의 부재를 틈타 일어날지 모를 쿠데타 등 역모 가능성을 크게 걱정한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은 이달 초 방북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도 비슷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 체제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있다면 모종의 행동을 결행할 시간이 확보되는 셈"이라고 말했는데요.
김일성은 인도네시아와 알제리 등을 방문한 것을 제외하고는 자본주의 나라를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일은 중국과 러시아만 방문하였습니다. 김정은도 집권한 후 중국만 두 번 방문했습니다. 싱가포르 같은 자본주의 나라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방문 장소와 날짜가 알려진 상황에서 평양을 비우게 되니 정말 걱정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싱가포르 방문을 결심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음을 방증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이제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준비가 정말 막판으로 접어들었는데요. 전세계가 한반도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0일 남짓 남은 기간동안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겠습니다만, 별 탈 없이 잘 진행되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