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토사섬, 한반도 평화의 마중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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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북 정상회담의 시작 시간과 장소가 정해졌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미북 정상회담이 언제, 어디서 열릴지는 발표됐죠. 하지만 이게 며칠짜리 회담이 될 것인지에 대해선 아무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그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미국 백악관의 샌더스 대변인은 지난 5일 “첫 정상회담은 잠정적으로 싱가포르 시간 12일 오전 9시, 미국 동부 시간 11일 밤 9시에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계속하여 샌더스 대변인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 정상회담 의제를 가지고 진행되고 있는 판문점에서의 협상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졌다고도 말했습니다.

6월 12일 정상회담이 하루짜리로 끝날지 아니면 13일에도 계속될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샌더스 대변인이 6월 12일 회담을 ‘첫 회담’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아 12일에 이어 13일에도 회담이 진행될 수 있고, 더 나아가 올해 안에 미국이나 북한에서 추가 회담이 진행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2일에 뭔가에 서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어서 이러한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일부 언론들은 벌써부터 이번 싱가포르 회담에서는 기본 틀에 합의하고 세부사항은 다음 회담에서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루짜리 회담이 될지, 이틀짜리 회담이 될지, 아니면 워싱턴이나 평양에서 추가 회담이 있을지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하고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안전을 보장해 주는 문제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CVID,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법으로 모든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폐기하라고 북한에 요구하고 있는데, 이에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포함해 아직은 불투명한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박성우: 이번 미북 회담에서 과연 종전선언이 발표될 것이냐, 이게 관심사 중 하나인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그리고 종전선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고영환: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즉 한반도에서 전쟁이 끝났다는 선언이 발표될 것인지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사실 국제법적으로 보면 남한과 북한은 현재 정전 상태, 즉 전쟁이 중단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전쟁이 아주 끝난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65년만에 미북 정상이 만나니 이 기회에 종전선언이 채택될까에 대해 그래서 세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미 국무부의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종전선언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그와 관련한 타이밍(시간)과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선 예측하기 어렵다”며 “다만 종전선언이 트럼프 행정부에 중요한 일이란 점은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종전선언'은 한반도에서 전쟁 상황이 끝났음을 알리는 공식 발표라고 할 수도 있고 정치적 선언일 수도 있습니다. 종전이 국제법적으로 인정을 받자면 선언이 아니라 협정, 즉 평화협정을 맺어야 합니다. 말로만 하는 종전선언은 전례가 없습니다.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때도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종전 선언'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송민순 당시 외교부 장관은 "종전을 선언하려면 여러 조치와 정치, 군사, 법적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며 "원칙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현재까지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대남 적화 전략을 포기해야 미북 수교도 하고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다'는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저는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이 평화 조약이나 협정을 맺어야 이를 법적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종전선언은 정치적인 의미는 있을 수 있지만 법적인 의미는 없거나 매우 작다는 뜻입니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북한의 핵이 폐기된 후에야 제대로 된 평화협정이 맺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이제 회담이 정말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한 번 더 점검해 봤으면 하는데요. 미국과 북한의 관심사가 좀 다르죠.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현재 시점에서 미국과 북한 각각의 최대 관심사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먼저 미국 입장에서 보자면 두 가지 사항이 가장 중요합니다. 첫째는 북한 비핵화 방법입니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법으로 폐기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여 북한이 현재 가지고 있는 핵시설과 핵물질, 핵무기들을 모두 신고하고, 국제사찰단이 들어가 신고된 내용과 현지 실정이 똑같은지 검열하고 이를 모두 폐기하며, 핵물질과 핵무기 생산에 동원되었던 과학자와 기술자들에게 다른 기술을 배워주고 일자리를 만들어줘 북한에서 핵이 다시는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 대신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 지도부가 우려하는 군사적, 안보적 위협을 제거해 주고 경제적 보상을 해 주게 되겠죠.

둘째는 비핵화에 필요한 시간을 어떻게 정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이건 두말하면 잔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비핵화가 빠른 시간 내에 이뤄질수록 북한에 대한 제재가 빨리 풀어지고, 경제적 번영이 실현되며, 체제 위기도 사라질 것입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자면, 물론 미국의 ‘북한 비핵화’ 전략에 맞서서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게 당면한 과업이겠습니다만, 제가 볼 때 더 중요한 일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김정은 호위 사업입니다.

미국은 원래 세계 초대강국이라 워낙 세계 다른 지도자들을 많이 만나러 다닙니다. 또한 미국 대통령이 한 번 움직이며 함대 하나가 움직인다고 할 정도로 막강한 호위 사업이 이뤄집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는 상황이 많이 다르죠. 국가 지도자를 이른바 ‘최고 존엄’이라 부르며 신처럼 떠받드는 나라인 북한에서 김정은의 생명보다 더 귀중한 가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번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김정은 호위 사업일 것입니다. 제가 지금 북한에서 김정은의 싱가포르 방문을 준비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비핵화 의제보다는 김정은의 신변 보위를 가장 많이 신경 썼을 것입니다.

박성우: 위원님은 북한에 계실 때 외교관으로 근무하셨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신 것으로 이해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여쭤보죠. 회담 장소가 싱가포르의 센토사섬입니다. 왜 싱가포르로 정했을까요? 그리고 왜 센토사섬일까요?

고영환: 센토사는 넓이 4.71㎢의 섬입니다. 센토사는 말레이어로 ‘평화와 고요’를 의미합니다. 이곳이 회담 장소로 선택된 가장 큰 이유는 안전 때문입니다. 미국 CNN 방송은 “경호와 보안 문제가 미북 실무회담 논의 내내 북한 인사들에게 주요 관심사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센토사섬은 본토와 700여m 길이의 다리와 케이블카, 모노레일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 세 가지만 막으면 외부에서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또 카펠라 호텔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250여m 길이의 구불구불한 진입로를 거쳐야 합니다. 신변안전이 완전무결하게 보장된다는 뜻입니다.

싱가포르가 정상회담 개최지로 정해진 것은 싱가포르와 북한이 외교관계를 가지고 있고, 북한 대사관이 있으며, 이 나라가 비교적 중립적인 외교를 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호텔과 회담 시설도 세계 최고이고, 섬나라이기 때문에 안전이 보장된다는 점도 싱가포르가 회담 장소로 정해진 이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한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죠. 이번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은 다음 ‘평화와 고요’를 상징한다는 센토사섬의 해변을 산책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