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공사의 총선 출마 선언, 북 주민에게 희망될 것”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한국에서는 국회의원 선거, 그러니까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이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가 출마의사를 밝혀 주목되는데요.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가 21대 총선 출마 의사를 밝혔습니다. 먼저 이와 관련된 소식 전해주시죠.

고영환 : 한국에서는 오는 4월 15일 국회의원들을 뽑는 총선거가 진행됩니다. 한국은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행정부, 국회의원들로 대변되는 입법부, 재판관 등으로 대표되는 사법부 등으로 권한이 나뉘어지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이중 법을 만들고 행정부가 법을 잘 집행하는지를 감시하는 국회는 굉장히 큰 역할을 합니다. 그 국회의원 선거에 한국에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가 출마하겠다는 당당한 포부를 밝힌 겁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1일 한국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국민 여러분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나섰습니다. 오는 4월15일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고자 한 것은 한국이 통일을 향해 한 발짝 더 전진하는데 저의 미력한 힘을 보태기 위해서"라며 "만약 제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면 북한 체제와 정권의 유지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북한 내의 엘리트들, 세계 각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저의 옛 동료들인 북한 외교관들, 특히 자유를 갈망하고 있는 북한의 선량한 주민들이 희망을 넘어 확신을 가질 것"이라고 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전 김일성종합대학 교원이었고 한국에 와서는 통일교육원 원장을 지냈던 조명철 씨가 국회의원을 지낸 적이 있었습니다. 조명철 전 의원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냈습니다. 어느 선거구를 대표한 지역구 국회의원이 아니라 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대북·안보 부문 전문가, 탈북민을 대표하는 비례 대표의원을 지낸 겁니다. 태 전 공사가 이번 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면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탈북민이 지역구 국회의원이 되는 셈입니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태 전 공사를 서울 강남 지역에 공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장을 찾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온 몸으로 온 마음으로 기쁘게 생각한다"며 "한국당과 뜻을 같이하면서 큰 뜻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목용재 : 이번에 태 전 공사의 출마가 주목되는 점은 비례대표 후보가 아닌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 나선다는 점입니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 앞에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이번 총선거를 통해 지역구에서 당선되면 탈북민 출신 첫 지역구 국회의원이 되는 겁니다.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10일 당 공천관리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태 전 공사는 1000만 이산가족과 북한 동포의 입장에서 대한민국 평화 통일의 길을 제시하고 국제사회에 이 같은 입장을 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 인물"이라며 "그동안 탈북민, 망명한 분은 주로 비례대표로 영입됐는데 태 전 공사처럼 지역구에 출마해 당당히 유권자의 심판을 받겠다고 한 사람은 처음"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평양의 예를 들면 평양시 중구역을 대표하는 대의원처럼 한 지역의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해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겁니다. 이번 태 전 공사의 지역구 출마선언은 여러 의미를 가집니다. 우선 3만여 명을 훌쩍 넘는 탈북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더 나아가서는 유일 권력 체제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2500만여 명의 북한 인민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탈북민도 당당하게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북한 전역에 퍼지면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며 차별이 없고 누구나 동등하게 경쟁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줄 수 있습니다.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통일을 이룩하는데 탈북민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향후 그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전 한반도에 줄 수 있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태영호 전 공사가 꼭 당선 돼 탈북민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외교 전문가로서의 능력도 발휘해 한반도의 통일을 앞당기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습니다.

목용재 : 탈북민 출신의 국회의원이 또다시 탄생할지 주목되는 상황인데요. 이번 21대 총선에서 탈북민으로서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인사가 또 있죠?

고영환 : 오는 4월15일 총선거를 앞두고 탈북민인 지성호씨가 자유한국당에 영입됐습니다. 지성호씨는 현재 '나우'라는 북한인권단체의 대표입니다. 지 대표는 북한에서 10대 때 먹을 것을 찾아 기차 위에 올라갔다가 기차에서 떨어지면서 한쪽 손과 다리를 잃었습니다. 이후 부친이 만들어 준 목발을 짚고 탈북한 뒤 거의 1만여 킬로미터를 걸어 대한민국에 입국했습니다. 지 대표는 동국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인권 단체를 이끌고 있으며 2018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유명해진 인물입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월 지성호 대표를 영입했습니다. 자유한국당에 영입된 자리에서 지 대표는 "북한 인권은 모두가 함께 개선하려 노력할 때 더 성숙해질 것을 믿는다. 그래서 함께 일할 것을 결심했다"며 "한국당과 함께 가슴으로 일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자신의 포부를 밝혔습니다. 지 대표는 북한의 꽃제비 출신입니다. 그런 그가 자유한국당의 인재로 영입이 됐고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도전하게 됩니다. 북한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목용재 : 한국 내 탈북민 사회에서는 태영호 전 공사와 지성호 대표의 소식에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한국의 국회의원은 어떤 권한을 갖고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도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은 태영호 전 공사의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출마 소식에 큰 기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많은 탈북민들은 태영호 전 공사가 한국 내 탈북민들의 권익을 지키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신장시키는 데 기여하길 바라고 있으며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한 만큼 북한 정권의 실상을 국제사회에 더 과감히 알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회의원은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과 그 권한이 질적으로 다릅니다. 북한은 최고지도자가 대의원을 선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의원은 최고지도자의 거수기 역할을 할 뿐 특별한 권한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기차나 배 등을 탈 때 우선권 등을 가지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한국 국회의원은 대통령, 총리, 장관들에게 질문을 하고 질문에 대한 대답이 잘못되면 "그런 것을 대답이라고 하느냐?"며 호통을 칠 수 있는 자리입니다.

목용재 : 북한은 이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미 지성호 대표를 비난하는 입장을 내놨는데요. 북한의 이 같은 비난의 의도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 북한의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3일 지성호 대표에 대해 "인재가 아니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던 범죄자"라며 "잔인하고 포악한 인간 추물"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반면 태 공사에 대한 비난은 아직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북한의 지성호 대표에 대한 비난은 그가 일반 탈북민이고 한국 내에 탈북민이 많기 때문에 부담없이 비난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태 전 공사는 외무성의 간부였습니다. 외무성 간부가 탈북한 것이 북한의 지방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굳이 태 전 공사의 탈북소식, 그리고 총선 출마 소식을 전하는 그런 위험을 북한 당국이 감수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태 전 공사에 대한 비난은 아직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목용재: 위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탈북민이 한국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된다면 이는 큰 의미를 가집니다. 한국에 정착한 3만 명 이상의 탈북민과 북한 주민들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갖고 이들을 위해 한국에서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