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말 이후 올해 처음으로 무력시위를 감행했습니다.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사일 발사를 재개한 건데요.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지난 2일이었죠.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는데요. 그 소식부터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 북한이 지난 2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들을 동해상으로 발사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12시 37분경 원산 인근에서 동해 북동쪽 방향으로 발사된 단거리 발사체를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합참은 "이번에 발사한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약 240km, 고도는 약 35km로 탐지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도 이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3일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인민군 전선 장거리 포병구분대들의 화력 타격 훈련장을 찾아 훈련을 지도했다고 3일 보도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인민군 전선 장거리 포병구분대들의 화력타격 훈련을 지도하시었다"고 밝혀 이번 훈련이 미사일을 운용하는 전략군이 아닌 포병부대에서 이뤄졌음을 확인했습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는 최소 4발의 발사체가 이동식 발사대에서 동시에 발사되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발사된 방사포탄은 동해 바다에 떨어졌습니다. 북한은 방사포탄이 돌섬 목표에 맞아 폭파되는 사진도 공개했습니다. 이보다 3일 앞선 지난달 28일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군 부대들의 합동타격 훈련을 지도했다고 밝혔습니다.
목용재 : 북한이 약 100여 일만에 무력시위를 감행했는데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이후 첫 미사일 시험발사이기도 합니다. 특히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습니다. 북한의 의도,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 신형 코로나 전염병이 세계를 강타하고 북한도 그 영향권 안에 들어가 있는 엄중한 정세 하에서 북한이 대규모 포병 훈련을 한 이유를 국제사회가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런 군사적인 도발을 감행한 것에는 크게 두 가지 의도가 있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첫째는 신형 코로나 전염병 확산으로 북한 경제가 타격을 받고 북한 내 시장의 물가가 올라가고, 그래서 먹고 사는 문제로 인해 민심이 흉흉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대응 차원으로 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최근 리만건 조직지도부장과 박태덕 당 부위원장을 비리, 세도 등의 죄목으로 해임했습니다.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부터 현재까지 당 중앙의 핵심부서인 당 조직지도부장의 해임을 신문에 공개한 바는 없습니다. 그만큼 당 조직지도부가 북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긴로도 볼 수 있는데요. 당 조직지도부가 잘못했다는 것은 당 지도부 즉 김정은 위원장이 잘못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리만건을 김일성고급당학교 비리에 엮어 해임한 것도, 농업 담당인 박태덕 당 부위원장을 반당, 비당적 행위로 해임한 것도 인민들의 먹는 문제가 바로 이런 사람들 때문에 악화됐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둘째로는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위한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뽑는데 가장 중요한 날이라고 하는 3월 3일 하루 전에 미사일 발사가 감행된 것으로 보아 북한이 미국 대선에 영향을 주려고 이같은 무력시위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선거인단을 뽑아 그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 간접 선거를 진행하는데요. 그 선거인단 중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날이 미국에서는 '수퍼 화요일'이라고 하는 지난 3일이었습니다.
목용재 : 한국과 미국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어떤 반응을 내놨습니까?
고영환 : 한국의 청와대는 북한의 발사체 발사 직후인 지난 2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주재로 긴급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북한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관계 장관들은 북한이 지난해 11월 말 이후 3개월 만에 단거리 발사체 발사를 재개하고 특히 원산 일대에서 합동 훈련을 계속해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는 행동을 취한 것에 강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이러한 행동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호 통일부 차관도 지난 3일 "신형 코로나로 인해 국민들의 염려도 큰 상황에서 어제 북한의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3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국립보건원 백신, 즉 왁찐 연구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단거리 미사일에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한국 청와대를 비판했죠?
고영환 :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지난 3일 밤 늦게 한국의 청와대가 북측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유감을 표시한 것에 대해 담화를 발표하며 한국을 비난했습니다. 김 제1부부장은 "우리는 그 누구를 위협하고자 훈련을 한 것이 아니다. 남의 집에서 훈련을 하든 휴식을 하든 자기들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내뱉는가"라며 남측을 무례하게 비판했습니다. 김 제1부부장은 계속하여 "남측도 합동군사연습을 꽤 즐기는 편으로 알고 있으며 첨단 군사 장비를 사오는데도 열을 올리는 등 꼴보기 싫은 놀음은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몰래 끌어다 놓는 첨단 전투기들이 어느 때든 우리를 치는데 목적이 있을 것인데, 그것들로 농약이나 뿌리자고 끌어들여 왔겠는가"라고 비난했습니다. 김 제 1 부부장의 담화에는 이밖에 '겁먹은 개', '바보짓거리', '세 살난 아이' 등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해 한국 대통령과 한국 정부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고 이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표현했던 김여정 부부장이 한국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개', '바보'를 운운하는 것은 북한 최고지도부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 김 제1부부장의 담화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3.1절 경축사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비판이 나온 직후 나와 주목됩니다. 김 부부장 명의의 담화도 이번이 처음이고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 김여정이 담화에서 "자기들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내뱉는가", "청와대의 행태가 세살 난 아이들 같다", "하는 짓거리가 하나하나 완벽하게 바보스럽다",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 딱 누구처럼…"이라고 한 것에 한국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저도 한국에서 극진한 대우를 받고 '평화의 사도'처럼 행동했던 김여정 부부장의 입에서 동네 건달들이나 쓰는 것과 같은 거친 말들이 튀어 나온 사실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에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우선 김여정 부부장이 지금까지 김정은 위원장의 보좌관 역할을 해왔다면 최근들어 당의 공식적인 2인자의 자리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 조직지도부 부장이 며칠 전 해임되었고 대남 분야 전문가도 아닌 김여정 부부장이 한국의 청와대를 향해 거의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한 것은 김 부부장이 북한 국정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이 피붙이 외에는 아무도 믿지 못하는 친족 정치, 가족 정치의 길에 공식적으로 들어섰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김여정 부부장이 한국 정부를 강하게 비난한 것은 한국과는 더 이상 말을 섞지 않겠다는 의지를 김정은 위원장을 대신해 표현한 겁니다. 북한은 만약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싶다면 동맹국인 미국을 움직여서 북한 비핵화의 셈법을 바꾸게 하라는 압박을 이번 담화를 통해 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목용재: 김여정 부부장의 한국 청와대에 대한 비난 담화가 나온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에게 위로의 친서를 보냈습니다. 신형 코로나 사태를 잘 이겨내라는 내용으로 위로의 친서를 보낸 것인데요. 김여정 부부장의 대남 비난에 이어 이런 친서를 보낸 것을 보면 북한이 한국 정부를 희롱하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국제사회가 북한 당국을 신뢰하기 어려운 이유가 이런 데에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