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얼마 전 북한에서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있었습니다. 대의원 당선자 명단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름이 포함되지 않았는데요.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선출되지 않은 것은 사상 처음있는 일이라 그 배경이 주목됩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목용재 : 지난 10일 북한에서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있었습니다. 이번 대의원 당선자 명단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포함되지 않았는데요. 과거 김일성 국가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대의원에 선출되지 않았던 사례가 있었나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진행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의 당선자 명단에서 빠졌습니다. 김일성 국가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연속으로 당선됐고 김정은 위원장도 지난 2014년 집권 후 첫 선거에서 대의원이 됐습니다. 1948년 북한 정권이 수립되어 김씨 가족이 통치를 시작한 이후 71년 만에 북한 최고지도자가 대의원에서 제외된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겁니다. 한국의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 중앙방송은 지난 12일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결과를 보도하면서 당선된 687명의 대의원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에 김 위원장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한국 사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에 입법 권한을 나눠주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이른바 '정상 국가'를 지향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태어나 외교관을 역임한 제 경험으로 봤을 때는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북한은 노동당이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북한 헌법상 최고인민회의는 국무위원장을 뽑고 또 소환할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이 조항을 통해 김 위원장의 권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올해 4월에 있을 최고인민회의 제 14기 1차 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권한을 더 강화하는 측면에서 북한 헌법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조심스러운 전망이지만 김 위원장이 국가주석이 되고 주석이 최고인민회의를 소집 또는 해산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어 김정은 위원장의 절대적인 권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목용재 : 김정은 위원장의 측근들이 이번 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명단에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특히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대미 비핵화 협상 실무자들이 이번에 대의원에 새롭게 합류해 주목되는데요. 김 위원장의 측근들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합류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 김정은의 여동생이며 현재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 부부장인 김여정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된 것은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김 부부장은 '제5호 갈림길선거구'에서 당선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 세계는 김 위원장이 동생 김여정 부부장과 가족 통치를 한다고 분석합니다. 김 위원장이 거의 모든 국사를 여동생과 협의하고 토론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김 부부장이 정치국 위원이 되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되든, 안 되든 큰 의미가 없습니다. 김 부부장이 대의원이 되면서 그녀의 역할이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북한의 대미 외교, 핵 외교를 담당하고 있는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 대중 외교의 핵심인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 김정은 서기실장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도 대의원으로 선출됐습니다. 이외에 공식적인 2인자라고 할 수 있는 최룡해 당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등도 대의원이 됐습니다. 자신의 여동생, 대미·대중외교의 핵심 실무자들, 최룡해 부위원장 등 당의 인사들도 대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를 자신의 최측근들로 꾸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목용재 :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경우 13기 대의원에 이어 14기 대의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여전히 김영철 부위원장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뢰가 두텁다고 할 수 있을까요? 김여정 부부장과 대미 비핵화 협상 실무자들 외에 이번에 대의원에 새롭게 합류한 인물들의 면면도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면서도 지난해부터 대미협상을 진두에서 이끌고 있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대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김여정 선전선동부 제1 부부장과 최룡해 당 부위원장을 제외하고 김정은 시대에 들어 가장 잘 나가는 인사, 김 위원장의 신임을 가장 많이 받는 인사 중의 한 명이 바로 김영철 부위원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있었던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됐음에도 불구하고 김영철 부위원장이 대의원이 된 것은 그만큼 김정은 위원장의 신임이 두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외에 북한의 당 대 당 외교를 맡고 있는 리수용 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도 제14기 대의원에 올라 눈길을 끕니다. 리수용 부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스위스 유학시절 당시 북한대사관 공사, 대사를 지내면서 김 위원장과 가장 가깝게 지냈습니다. 김 위원장이 믿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최측근 중 한 명 입니다. 이밖에도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과, 리길성 외무성 중국담당 부상,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겸 조국통일연구원장, 강지영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 등 대외 및 대남 간부들이 대거 대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는 현재 김 위원장이 가장 중시하는 분야가 바로 대미분야, 핵분야, 중국분야, 대남분야라는 평가를 가능하게 합니다.
목용재 : 이번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통해 50%가량의 인사들이 물갈이가 됐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김정은 2기'가 출범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고영환 : 한국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0일 선거 후 전국 선거자 명부에 등록된 전체 선거자의 99.97%가 선거에 참여해 등록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후보자 687명이 모두 100% 찬성으로 당선됐다고 밝혔습니다. 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은 지난 2014년 3월 선거를 거쳐 구성됐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지난 12일 북한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대의원 교체율이 50%에 달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첫 대의원 선거였던 2014년에 절반 가량이 교체됐고 이번에도 50% 정도가 교체됐으니 최고인민회의가 김일성, 김정일 시대의 상징적인 몇몇 인물들을 제외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인물들로 채워진 겁니다. 북한 전체 시스템이 김정은 위원장의 친정체제로 완전히 탈바꿈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목용재 :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종료된 뒤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이 선출되면서 '김정은 2기'의 진용이 갖춰졌습니다. 북한이 향후 어떤 대미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 한국의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나 최고인민회의 일정과 관련해 최고인민회의 소집일이 "보통 4월 9∼10일"이라며 "조만간 공고가 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대의원 선거와 올해 4월에 진행될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가 관심을 끄는 것은 이 회의에서 어떤 대외, 대내적 정책 변화들이 있을지 주목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시점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부터 끌고 온 미북대화, 미북관계에 대한 전략을 어떻게 바꿀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저는 김 위원장이 직접 진두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현재까지 이끌어 왔고 미국 대통령과 친분이 깊다고 선전해 온 만큼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미국에 강경 대응을 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의 반응을 주시하면서 현 상황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나가되 미국에 대한 압박수위를 조금씩 높이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목용재 : 이번에 열린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로 김정은 위원장의 친정 체제가 완성됐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겠군요.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