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지난 주말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친서는 올해로 두 번째인데요. 이와 관련해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지난 주말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담화가 또 나왔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서와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이 지난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담화에서 김 제1부부장은 "우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에게 보내온 도널드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다"고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에서 코로나19,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방역과 관련해 북한과 협조할 의향을 표했다"고 전했습니다. 계속해 김 부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친서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특별하고도 굳건한 친분을 잘 보여주는 실례"라며 사의를 표했습니다. 그러나 김여정 부부장은 미북관계가 두 정상 간의 개인적 친분처럼 좋을 수는 없다고 하면서 "두 나라 사이에 역학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평형이 유지되고 공정성이 보장돼야 두 나라 관계와 그를 위한 대화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나라의 관계가 수뇌들 사이의 관계만큼이나 좋아질 날을 소원하지만 그것이 가능할지는 시간에 맡겨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서 "역학적으로 평형이 유지되고"라는 표현에 주목했습니다. 북한이 미국과 평형을 유지하고 싶다는 말은 북한이 전략무기, 즉 대형 핵무기들을 계속 만들어 내겠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목용재 : 트럼프 대통령은 연초에 친서를 보낸 뒤 이번에 또다시 김 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냈는데요. 그 의도는 뭐라고 평가하십니까? 또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 형식으로 밝혔는데요 이 의미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 김여정 제 1부부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다고 밝히기 하루 전인 지난 21일 김정은 위원장은 전술유도 무기의 사격 시험장에 참석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1일 오전 6시 45분쯤에 1차, 6시 50분쯤에 2차로 북한 평안북도 선천 일대에서 북동쪽 동해상을 향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다고 밝히기 하루 전에 북한이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미사일을 발사한 것입니다. 나타난 정황들을 분석해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신형 코로나에 대한 방역지원 의사를 밝힌 친서에 북한은 미사일 발사로 답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미국의 선의의 악수에 북한은 주먹으로 대답한 것이며 심지어 미국을 모욕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미국 대통령의 친서와 김여정 제 1 부부장의 담화 내용을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자 합니다. 우선 미국의 입장을 살펴보자면, 트럼프 대통령은 몇 달 후면 대통령 선거국면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게 됩니다. 현재는 신형 코로나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미국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요. 신형 코로나 감염병을 잠재우고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자면 트럼프 대통령은 조용한 한반도, 즉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 대형 군사도발을 하지 않도록 상황관리가 필요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을 보면 북한도 현재 신형 코로나 확산으로 북중 국경 봉쇄, 무역중단, 물가 폭등, 식량부족 등으로 민심이 흉흉해진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대형 도발을 감행할 경우 미국의 강력한 대응으로 북한체제가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도 상황관리가 필요합니다. 이번 친서의 내용과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는 이 같은 미북 양측의 이해관계 잘 드러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김여정 부부장이 얘기한 것처럼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연약한 관계'는 언제든 끊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목용재 :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와 관련된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고영환 : 유엔 등 국제사회는 신형 코로나 감염증 확산에 대해 북한이 매우 취약하다며 북한에 대한 지원 계획을 밝혔습니다. 유엔 산하 기구인 세계보건기구, 인도주의 업무조정국, 유엔아동기금 등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구호기금을 편성해 오는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 간 20억 달러를 신형 코로나 취약국가 방역 활동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 기금은 북한을 포함해 의료 시설이 열악한 41개 국가들에 신형 코로나 방역, 치료 등을 위해 사용될 예정입니다. 이들 국제기구들은 특히 북한이 지난 1월 말부터 국경을 봉쇄하면서 신형 코로나 구호물품 지원은 물론 국제기구 직원들의 출입국이 제한돼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졌다고 우려하며 현재와 같이 필요한 물품이 제대로 조달되지 않을 경우엔 올해 2분기, 즉 6개월 안에 북한 내부의 의료 물품이 바닥날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았습니다. 앞서 유엔아동기금은 북한에 안면보호대와 보안경, 마스크, 장갑 등 신형 코로나 방역 관련 물품을 보냈으나 아직까지 북한 내부로 진입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미첼 바첼레트 대표는 지난 24일 북한과 이란 등을 언급하며 신형 코로나 감염증 대응을 위해 이들 국가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목용재 : 최근 신형 코로나와 관련한 북한 측 보도에 대해 위원님이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북한 당국이 나름대로 방역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 북한이 신형 코로나 방역에 사활을 거는 가운데 최근 김정은 위원장을 수행하는 당과 군의 고위 간부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지난 21일 노동신문에 게재된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 사진을 보면 총정치국장과 총참모장 등 군 고위간부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포착됐습니다. 앞서 지난 1월 말부터 3월 12일까지 진행된 군 훈련들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제외한 수행 인원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 보도된 바 있습니다. 우선 북한은 북한 내에 신형 코로나가 확산된 바 없기 때문에 이 감염병 방역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신형 코로나로 인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흉흉해진 민심을 달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북한 선전매체들도 북한에는 신형 코로나가 유행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의 의료체계가 세계 최고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민주조선은 지난 24일 기사에서 "지금 국제사회는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사회주의 보건 제도의 혜택 속에 살고 있는 우리 인민을 끝없이 부러워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월 말 북중 국경을 봉쇄해 물자와 사람의 이동을 막았습니다. 이같이 북한 당국이 중국인들을 비롯한 외국인들의 출입국을 막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그러나 물자와 상품의 수입까지 전면 봉쇄한 것은 지나친 조치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대북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죠.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신형 코로나 감염증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압박을 이어갈 것을 강조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 등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주요 7개국 외교장관 회의를 이틀 간 화상회의로 진행한 이후인 지난 25일 미 국무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G7, 즉 주요 7개국과 모든 국가들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복귀하도록 촉구하고 불법적인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외교적, 경제적 압박을 계속 부과하는데 있어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신형 코로나 방역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인도주의적 지원에 한정된다는 의미입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전에는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것이 미국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저는 평가합니다.
목용재: 앞서 위원님께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관계가 연약하다고 평가하신 점이 인상 깊습니다. 미북의 정상 모두 표면적으로는 양측이 사적으로 굳건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정작 미북, 양 국가 간 관계는 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추가적인 신뢰가 쌓이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북 양 정상의 친분이 얼마나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