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지난 15일 한국에서는 정치적으로 큰 행사가 있었습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열린 건데요. 2명의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이 탄생했습니다. 이 가운데 사상 최초로 탈북민 출신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나왔습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제21대 한국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정리해보겠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지난 15일 21대 한국 국회의원 선거가 열렸습니다. 이번 선거에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 다수가 출마했는데요. 탈북민들의 당선 여부, 정리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 한국의 국회의원들을 선출하는 선거가 지난 15일에 끝났습니다. 탈북민 다수가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는데요. 이 가운데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가 서울시 강남구에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해 탈북민 사상 처음으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습니다. 북한 꽃제비 출신인 지성호 전 나우 북한인권 단체 대표도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됐습니다. 탈북민들이 창당한 남북통일당도 이번 선거에 비례대표 후보자들을 출마시켰으나 유권자 총 투표 수의 3퍼센트를 획득하지 못해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기독자유통일당의 후보로 탈북민인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 원장도 출마하였으나 기독자유통일당이 비례대표 국회의원 배출을 위한 유효 득표수를 얻지 못하면서 낙선했습다. 저는 이번에 한국 국회 역사상 처음으로 탈북민 2명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은 역사에 남을 큰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와 같은 탈북민들이 정든 고향을 떠나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낯선 땅에 정착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 낯선 곳에 와서 한국 정부의 장관들까지 혼을 내고 꾸짖을 수 있는 그런 자리에 오르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현실이 된 겁니다. 이제는 한국 국회에 북한 주민들을 대변할 수 있는 당당한 대표가 두명이나 생겼으니 가슴이 뿌듯하고 감격스럽습니다.
목용재 : 이번 선거에서 주목받은 인물 중 하나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였는데요. 이번 선거를 통해 사상 최초의 탈북민 출신 지역구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이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 태영호 전 공사는 지난 16일 새벽 국회의원 당선이 확실해지자 선거사무소에 모인 선거원들과 함께 애국가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감격한 그는 "대한민국은 저의 조국이고 강남은 이제 저의 고향"이라며 "2016년 제가 조국 대한민국으로 올 때 남은 생을 이 나라를 위해 바치리라 굳게 마음을 다졌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오늘 강남 유권자 여러분들께서 저를 선택해줌으로써 그 다짐을 실천할 수 있게 됐다"고 발언했습니다. 계속해 태 전 공사는 "과연 강남 주민들이 절 뽑아줄까 걱정했는데 오늘 당선되니까 고마운 마음밖에 없다. 분단 70여 년 역사에서 이 과정이 곧 남과 북이 평화와 통일로 가는 그런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목숨을 걸고 찾아온 이 나라의 자유와 시장경제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제 모든 것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전직 북한 외교관으로 북한에서 간부를 지냈던 인사입니다. 그런 그가 한국의 국회의원이 되었으니 이는 북한의 당, 정, 군대의 간부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로 작용할 것으로 봅니다. 이 방송을 듣고 계실, 그리고 이 소식을 알게 될 북한의 당과 정부 그리고 북한군의 간부들은 내심으로는 태영호 전 공사의 당선을 축하할 것이며 대한민국에 대한 희망과 동경심도 품게 될 겁니다.
목용재 :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는 북한인권 운동가인 지성호 전 나우 대표가 당선됐습니다. 위원님께서 같은 탈북민으로서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고영환 :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지성호 전 대표는 함경북도 탄광촌의 꽃제비 출신입니다. 지성호 전 대표는 2006년 탈북했는데요. 열네 살 때인 1996년 북한에서 먹고 살기가 어려워 석탄을 구하러 역전에 갔다가 열차 바퀴에 깔려 팔과 다리를 잃었습니다. 그는 2006년 탈북해 목발을 짚고 5개 국가를 거치는 1만km의 대장정을 통해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지난 2018년 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국정 연설 현장에 목발을 들고 참석해 북한 인권의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 2010년 북한인권 단체를 만들어 지금까지 북한 주민 수백 명을 구출하기도 했습니다. 태 전 공사의 당선은 북한 간부들에게, 지성호 전 대표의 당선은 북한 주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태 전 공사의 국회의원 당선보다도 더 놀라운 것이 북한 꽃제비 출신으로 한국에 온 지성호 전 대표의 국회의원 당선이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서 꽃제비로 먹을 것을 구걸하던 사람이 한국에 와서 정착을 하고 권력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됐으니 천지개벽이 일어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지성호 전 대표의 당선은 현재 북한에서 1인 지배 체제 하에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고 있는 북한 인민들에게 커다란 희망을 주게 될 것입니다.
목용재 : 이번 국회의원 선거 결과도 짚고 넘어가보죠. 이번 총선 결과, 간단하게 정리 부탁드리고요. 총선 결과로 인해 향후 대북정책이나 북한인권 등에 대한 한국 정부의 행보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전망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병이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치러진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에 대해 전 세계가 놀라고 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미국은 한국이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른 걸 축하한다"며 신형 코로나의 세계적인 대유행 상황에서 치른 총선에 대해 "진정으로 자유로우며 개방되고 투명한 사회의 특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주요 외신들도 신형 코로나 감염병의 유행 속에서 투표를 하는 것 자체가 놀랍다는 반응을 쏟아냈습니다. 독일 일간 타게스차이퉁은 "한국은 1987년 첫 직선제가 이뤄진 이후 선거를 단 한 번도 미룬 적이 없다"며 "신형 코로나 사태 속에서 다른 50여 개 국가들은 선거 일정을 연기했다"고 전했습니다. 로라 비커 BBC 한국 특파원은 "일부 비평가들이 투표가 혼란 속에 치러질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앞서 진행된 사전 투표 역시 차분하게 치러진 것을 목격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한국의 집권당 측인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국회의원 300석 중 180여 석을 가져가 승리를 거뒀고 제 1 야당 측인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100여 석을 조금 넘는 의석을 가져갔습니다. 선거에서 크게 패배한 겁니다. 이번 선거는 신형 코로나가 대유행하는 상황에서 치뤄져 신형 코로나 선거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대다수 국민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 난국을 돌파하려고 정부와 여당에 안정 의석을 준 것으로 평가 됩니다. 총선 이후 남북관계에 대해 한국 정부는 기존의 대북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선거 직후 정부 당국자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께서 신년사를 통해 미북대화 성공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과 동시에 남북 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가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면서 기존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저도 문재인 정부가 향후 대북정책을 기존 기조로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며 북한인권 문제의 경우 남북관계 개선에 밀려 후순위 정책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목용재 : 이번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에 따른 북한의 대남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향후 남북관계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고영환 : 저는 이번 한국 국회의원 선거가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오히려 지난해 2월 열린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하노이 회담 결렬이 남북관계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 생각으로는 미국과의 문제, 비핵화 문제가 풀리기 전에는 제재가 풀리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한국 국회의원 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승리했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한국 정부 때리기와 '패싱' 즉 한국을 멀리하고 상대하지 않는 큰 틀의 대남 정책이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합니다. 다만 미국이 대선 국면에 더 집중하면서 북한에 대해 관심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 장거리미사일 발사하거나 한국 정부에 다시 한 번 미국과의 중재에 나서달라고 부탁할 수 있다고 봅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보지만 한국에 중재를 재차 부탁하는 일은 그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오늘은 지난 15일에 있었던 한국의 21대 국회의원 선거 소식을 정리해봤는데요. 사상 처음으로 탈북민 출신의 국회의원이 2명이나 배출됐다는 소식에 청취자 분들도 많은 희망과 기대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태영호, 지성호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