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도발 가능성 열어두며 미국과 기싸움 벌일 것”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전달하기 위해 추가 접촉을 시도했지만 북한이 이에 반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국 간 기싸움을 벌이는 모양새인데요.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북한에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전달하려 했는데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았단 보도가 나왔죠? 이 소식부터 전해주시죠.

고영환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WP)는 지난 5일 미국 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전달하기 위해 북한과 추가 접촉을 시도했으나 북한으로부터의 반응이 없었다고 보도했습니다. WP의 외교·안보 칼럼니스트, 즉 기고가인 조시 로긴은 '바이든의 대북 전략, 서두르되 기다리기'라는 제목의 칼럼, 즉 기사에서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위와 같이 보도했습니다. 칼럼에 따르면 2명의 미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바이든 팀이 미국의 새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전달하기 위해 북한에 두 번째 접촉 시도를 했지만 북한은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로긴은 기사에서 미국의 새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길 기다리려는 것"이라며 "이는 조만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보이며 일정하게는 버락 오바마 시대의 정책인 '전략적 인내'로의 복귀처럼 들린다"고 평가했습니다. 로긴은 미 백악관이 북한 문제를 전적으로 맡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현재로선 이 역할을 충원할 계획이 없다는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로긴은 계속하여 미 국무부가 공석인 북한인권특사를 지명할 계획이며 북한과 대화가 있을 때까지는 협상을 이끌 대표를 지정할 필요는 없다는 미 당국자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미 바이든 행정부가 2월 중순 이후 여러 통로를 통해 북한과 접촉하려는 시도를 하였으나 북한이 그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는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이런 시도 이후 북한은 지난 3월 18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미국의 접촉 시도를 간접적으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께선 해당 보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 지난 3월 30일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대북정책 검토 완료를 선언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실용적 접근을 통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한다는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이에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지난 2일 발표한 담화를 통해 "전대미문의 악랄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항시적인 핵 공갈로 우리를 위협해온 미국이 우리의 자위적 억제력을 위협으로 매도하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며 우리의 자위권에 대한 침해"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권정근 국장의 담화가 나온 그 다음 날인 지난 3일 영국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북한이 외교적으로 관여할 기회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향해 전진할 방법이 있는지 살펴볼 기회를 잡기를 바란다"고 발언했습니다.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 발표에 북한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하여 외교적 접근, 억지력 강화, 동맹국들과의 협조에 기반한 새로운 대북정책을 제시하면서 북한 문제를 담당할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임명하지 않고 그 대신 북한인권특사를 지명할 계획이 있음을 밝힌 것은 미국이 최소한 향후 수개월 동안 북한의 말이 아닌 행동을 지켜보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또 실질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도를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의 무게 중심이 외교적인 접근보다는 북한 정권이 가장 민감해하는 인권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데 있고 군사적 억지력을 강화하는데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선희 제 1 부상의 입장 등으로 보아 북한은 미국 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 기조에 커다란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따라서 미북대화를 앞두고 북한은 도발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서 미국과 샅바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목용재 :이런 상황에서 세계 주요 7개국 외교장관들이 2년만에 열린 대면 회의를 통해 대북 메시지를 내놨죠?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고영환 :지난 4일과 5일 영국 런던에서 회의를 한 G7 외교·개발장관들은 회의가 끝난 5월 5일 북한에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 협상에 관여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공동성명에서 이들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북한의 모든 불법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폐기하는 목표를 유지한다면서 이를 위하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도록 함께 하겠다는 결의를 표명했습니다. 계속하여 G7 외교·개발장관들은 북한에 조기에 핵확산금지조약과 국제원자력기구의 세이프 가드, 즉 안전조약에 복귀하고 화학무기금지협약에 가입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주목되는 부분은 이들 주요 7개국 장관들이 북한 내 인권 문제에 관해서는 심각하게 우려를 표하면서 북한이 인권 관련 유엔 기구들과 협조하며 납치 문제를 즉시 해결하라고 촉구한 문장입니다. 북한이 전세계적으로 핵뿐만 아니라 인권문제에서도 규탄을 받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에 반발해 한국 내 탈북민단체가 대북전단을 날렸고 이에 대해 북한이 반발하는 담화를 내놨죠? 관련 내용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지난 3월 말부터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개정 남북관계발전법, 일명 대북전단금지법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탈북민단체가 전단, 즉 삐라를 살포했습니다.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4월 25∼29일 사이 군사분계선과 인접한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에서 두 차례에 걸쳐 대북전단 50만 장과 소책자 500권, 미화 1달러, 지폐 5000장을 대형풍선 10개에 나눠 실어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전단을 살포한 뒤 이 단체는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금지법을 추진한 데 대해 "최악의 법을 조작해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며 "인류 최악의 세습 독재자 김정은 총비서의 편에 서서 북한 인민의 자유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탈북민들을 가혹하게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의 이러한 발표 직후인 지난 2일 김여정 당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도 이제는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다. 남쪽에서 벌어지는 쓰레기들의 준동을 우리 국가에 대한 심각한 도발로 간주하면서 그에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어떤 결심과 행동을 하든 그로 인한 후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더러운 쓰레기들에 대한 통제를 바로 하지 않은 남조선 당국이 지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목용재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이에 대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 등에 대해 한국 정부는 어떤 입장을 내놨습니까?

고영환 :김여정 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에 상응한 행동을 운운하며 반발한 데 대하여 한국 통일부는 지난 3일 "북한은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지 않고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겠다는 남북정상 선언의 합의 당사자"라며 "북한은 이런 합의의 정신, 그리고 합의의 취지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김창룡 한국 경찰청장은 지난 2일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정 처리하라"고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에 지시했습니다. 경찰청 관계자도 "작년에는 대북전단을 날리는 것이 남북교류협력법에 저촉이 되는지 자체도 논란이 됐으나 대북전단금지법으로 명확한 근거 규정이 생겼다"며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법대로 처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대북전단을 공개적으로 보낸 행동에는 물론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만 북한에 전단을 보냈다고 한국 경찰이 탈북민 단체 대표를 처벌하는 것은 인류보편적인 인권가치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판단합니다.

목용재 :대북제재와 신형 코로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이 언제까지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데요. 위원님께서도 전망하셨지만 한국 내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도발을 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됩니다. 북한이 무모한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미국과의 대화 기회 자체를 상실하는 오판은 하지 않길 바라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