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잠행 20일만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동안 제기됐던 김정은 위원장의 사망설, 위독설 등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난 셈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주말 공개 활동을 재개하면서 20일 만의 잠행을 끝냈죠? 먼저 이 소식부터 전해주시죠.
고영환 : 지난달 11일 공식 활동 이후 장기간동안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감춰 신변 이상설이 제기됐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북한 매체를 통해 등장했습니다. 북한 매체는 지난 2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소식을 전하며 "김정은 동지께서 준공식에 참석해 준공 테이프를 끊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다시 드러낸 건 지난달 11일 당 정치국 회의 주재 이후 20일 만입니다. 북한 매체의 이러한 보도를 로이터 통신, AFP통신, AP통신, 블룸버그 통신 등 세계 주요 통신사들이 속보로 전했습니다. 외신들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김 위원장이 지난달 11일 마지막 공개행보를 끝으로 조부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 등 주요 행사에 불참하는 등 3주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그의 건강 이상설 등이 불거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 행사에 불참 이후 김 위원장의 신변을 두고 루머, 즉 소문들이 과열되기 시작했다"며 "그가 위중한 상태라거나 심장 수술, 코로나 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확산을 피해서 자가 격리 중이라는 등 각종 주장들이 난무했다"고 전했습니다.
목용재 : 이번 김 위원장의 재등장에 대한 한미 정부의 입장은 어떤가요?
고영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건강이상설이 돌았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재가 확인된 후인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2일 사회관계망 서비스,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나는 그가 돌아온 것, 그리고 건강한 것을 봐서 기쁘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1일 오후 김 위원장의 활동 재개 소식이 보도된 직후에는 "나는 아직 그것,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다"며 말을 아낀 뒤 "우리는 적절한 시점에 그것에 관해 말할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가 있습니다. 한국의 청와대는 지난 3일 김정은 위원장 건강이상설과 관련해 "김 위원장이 수술을 받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 행사에 불참한 배경과 관련해 "김 위원장의 걸음걸이가 달라졌다는 이유 등을 들며 수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가벼운 시술조차도 받지 않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하면서 "김 위원장이 수술을 받지 않았다고 판단한 근거는 있지만 그 근거를 밝히기는 어렵다. 종합적인 판단이 그러하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보기관에서도 그런 판단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목용재 : 한국 국가정보원이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최근 북한 동향에 대해 국회에 보고했었죠. 국정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상태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습니까?
고영환 : 지난 6일 한국 국가정보원은 비공개로 열린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최근 제기됐던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날 국정원으로부터 최근 북한 동향을 보고 받은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국정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공개활동을 하지 않는 동안에도 정상적으로 국정운영을 해왔다고 보고했다"며 "김 위원장이 최근 최대 현안인 신형 코로나 방역, 물가대책 수립, 군기 확립을 지시하고 외국 정상과 내부 구성원에 대한 축전과 감사를 전달했다고 보고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국정원은 국회 보고에서 김 위원장이 만약 심장과 관련된 시술, 혹은 수술을 받았다면 적어도 4~5주 정도는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문제 이외에도 국정원은 최근 북한 동향을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보고 중에 눈길을 끈 대목은 신형 코로나 동향과 북한 경제 동향 등이었습니다. 국정원의 보고를 들은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북한은 지금까지 신형 코로나 감염자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 국정원은 지난 1월말 국경 봉쇄 이전에 북중 간 인적 교류가 활발했다는 점에서 북한 내 신형 코로나 감염자 발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습니다. 한국 국정원은 신형 코로나와 관련된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북한 주민들이 경제활동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도 전했습니다. 국정원은 올해 1분기 북중 무역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한 2억 3000만 달러였으며 특히 지난 3월 한 달 간은 91% 급감한 1800여 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북한 내 조미료와 설탕 등 수입품 가격의 경우 일시적으로 급등했고 평양에서 주민들이 설탕, 조미료 등 생활필수품 사재기에 나서는 상황도 벌어졌다고 전했습니다.
목용재 : 저희가 지난 주 방송에서도 얘기 나눴듯이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힘을 받은 이유는 김정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시신을 참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현재 김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김 주석의 시신을 참배하지 않은 이유,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지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은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집권 이후 매번 참석했던 김일성 주석 생일 계기 김일성 시신 참배행사에서 빠진 것 때문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을 이른바 김일성 주석의 적통이자 '백두혈통'이라고 자처하며 북한을 통치해왔는데, 북한의 정치 행사 중 가장 중요한 행사이며 북한 지도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 행사에 불참한 것입니다. 이번 사안은 북한 주민들, 그리고 북한을 연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일 김정은 위원장이 아프지도 않았는데 김일성 주석의 시신을 참배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후에라도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지면 이는 김 위원장의 지도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문제입니다. 이와 관련해 저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한국 정부가 밝힌 것처럼 그가 건강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 신형 코로나에 고위간부들이나 김정은 위원장의 친위대인 '974군부대'에 전염병이 퍼졌고 이를 우려한 김정은 위원장이 지방 특각에 피신했을 가능성입니다. 또 다른 한가지는 김 위원장이 실제 건강에 이상이 있어 관련 조치를 받았을 가능성입니다.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나타났던 김정은 위원장의 얼굴과 손목이 많이 부어 보였는데요. 한쪽 다리를 끄는 듯한 모습도 포착된 바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김 위원장이 실제 아파서 진찰을 받았을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 김정은 위원장이 재등장하자마자 북한이 비무장지대의 한국 측 감시초소를 향해 총을 발사한 사건도 벌어졌습니다. 위원님께서는 이 사건이 우발적으로 발생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 북한이 지난 3일 강원도 비무장지대의 한국군 초소에 사격을 가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안규백 한국 국회 국방위원장은 지난 4일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북한군이 지난 3일 한 번 당기면 3~4발씩 연발되는 기관총 종류를 사용했고 우리 군은 10여 발씩 2번에 걸쳐 20여 발로 대응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군 당국은 총격 발생 시점과 날씨, 현재 북한의 정세 등을 고려했을 때 이 사격이 우발적 사건일 가능성이 크고, 추가 도발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고 안 위원장이 전했습니다. 한편 유엔군 사령부는 지난 6일 북한 군의 비무장지대 내 한국군 감시초소 총격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은 겉으로는 우발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북한이 신형 코로나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엄선된 사람들만 거주하고 있는 평양시에서까지 식료품 등 생활필수품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북한이 경제적 위기에 휩싸인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발을 가장한 의도적인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목용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개활동을 재개하면서 김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된 여러 뜬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다만 앞서 위원님과 얘기 나눴듯이 여전히 의문은 지난달 15일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시신을 참배하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일각에서는 집권 10년차를 맞은 김정은 위원장의 입지가 굳건해졌기 때문에 김 주석의 시신을 참배할 필요까지는 없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향후 이와 관련된 김 위원장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