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최근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북한의 선박을 압류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은 국제 외교무대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목용재 :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최근 미국이 북한의 선박을 압류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선박을 압류하게 된 경위에 대해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 지난 5월 9일 미국 정부는 북한 석탄을 운송하는 데 사용돼 대북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은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불법 활동한 이 북한 선박을 몰수하기 위해 이날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미 법무부는 "북한의 최대 벌크선, 화물선 가운데 하나인 와이즈 어니스트는 북한의 석탄을 불법으로 선적하고 북한에 중장비를 수송하는 데 사용됐다"고 밝혔습니다. 존 데머스 미 법무부 차관보는 "오늘 민사 조치는 국제제재 위반으로 북한 화물선을 압류한 첫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AP통신은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이 압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가 미 해양경비대의 협조 하에 지난 11일 미국령 사모아의 수도 파고파고 항구로 예인된 뒤 이날 오후 부두에 정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선박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의해 금지된 북한 석탄을 불법 운반한 혐의로 지난 2018년 4월 인도네시아 당국에 억류됐으며 법적인 절차가 끝난 뒤 미국 정부가 압류해 사모아로 이동시켰습니다. 북한 화물선 중 두 번째로 크다고 알려진 이 배는 2만 7천 톤의 화물을 운반할 수 있는 선박으로 북한의 대형 화물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목용재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선박을 직접 압류하고 이를 몰수하기 위한 민사소송까지 제기한 것은 사상 초유의 조치인데요. 이 같은 조치를 취한 미국의 의도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고영환 : 트럼프 행정부가 유엔의 대북제재를 위반한 북한 화물선을 직접 압류하고 민사소송까지 제기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미국 정부의 북한 선박 압류, 이송 및 소송 발표는 북한이 지난 4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쳐 단거리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직후 나온 만큼 북한에 대한 압박 의지를 담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이 지난 9일 오전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당일 미국 법무부가 북한 화물선을 압류했습니다. 그동안 미국과 국제사회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개인과 기관을 제재하는 소극적인 조치들을 취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의 불법 행위에 북한 소유의 재산을 압류하는 초강경 조치를 취했습니다. 북한이 무역 대부분을 해상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상 무역은 김정은 정권의 생명줄 역할을 해 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2017년 9월 대북제재 행정명령, 즉 미국의 독자 대북재제를 통해 북한 항구를 다녀온 선박은 물론 북한에 기항한 선박과 물건을 바꿔 실은 선박까지 미국 입항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북한의 해상무역 봉쇄에 주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석유와 석탄을 해상에서 선박 간 '바꿔치기' 방식으로 미국과 유엔의 제재망을 교묘하게 피해왔습니다.
목용재 : 미국의 압류 조치에 북한은 역시 강하게 반발했죠?
고영환 : 지난해 3월부터 미국과 북한 간의 대화 분위기가 생기기 시작했고 특히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진행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년 가까이 각별한 관계를 내외에 과시해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때 김 위원장과 '사랑에 빠진 사이'라고 했고 김 위원장도 미국 고위관리들은 비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예의를 갖춰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4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친 북한의 미사일 발사, 특히 지난 9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미국 정부의 북한 화물선 압류 조치로 미북 사이에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좋은 관계"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매우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로 바뀌고 있습니다. 북한도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압류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지난 14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최대의 압박'으로 우리를 굴복시켜보려는 미국식 계산법의 연장으로 새로운 미북관계 수립을 공약한 6.12 공동성명의 기본정신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도 지난 21일 오후 미국 유엔 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대한 미국의 압류에 대해 "불법적인 몰수"라며 "선박 압류는 유엔헌장에 보장된 권리와 적절한 국제법에 비춰 봤을 때 원칙의 위반"이라고 강한 적대감을 표시했습니다. 배 한 척 몰수한다고 북한이 왜 이렇게 반발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저는 북한 반발의 기저에는 북한 재산을 몰수했다는 그 자체에 대한 반발도 있겠지만 여기서 물러설 경우 미국의 대북 해상무역 봉쇄조치가 더 강하게 실행될 수도 있다는 강한 우려가 있다고 평가합니다.
목용재 : 미국이 북한의 선박을 억류했다고 밝힌 시점도 주목됩니다. 이 시점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입니다. 이런 상황이 향후 미북대화 재개, 미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시나요?
고영환 :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은 자국의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대한 미국의 압류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7일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 명의로 유엔에 보낸 서한에서 "최근 미국이 미국법을 근거로 우리 무역짐배를 미국령 사모아에 끌고 가는 행위를 감행했다"며 "미국이 국제법도 안중에 없는 나라임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 미국 정부가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한데 대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의 이번 처사는 '최대의 압박'으로 우리를 굴복시켜보려는 미국식 계산법의 연장"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김성 대사도 기자회견을 열고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압류를 "불법적인 몰수"라고 발언했습니다. 미국 정부도 북한 화물선의 압류는 유엔과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합법적으로 이뤄졌으며 법대로 이 문제를 처리하겠다고 하면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미북 두 나라가 강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5월에 들어서만 두 차례에 걸친 미사일 도발을 했습니다. 북한은 미국이 화물선을 돌려 주지 않고 계속 압박을 할 경우 또 다른 미사일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 역시 북한 핵무기와 핵물질의 완전한 신고 및 폐기작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계속하여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혀 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당분간 미북 사이의 '강 대 강' 대처는 완화될 가능성이 적어 보이고 따라서 미북대화, 미북관계 개선의 길도 멀어 보이기만 합니다.
목용재 : 미국과 북한 간의 미묘한 대치 국면인 것 같은데요.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현재의 미북 대치국면에서 한국 정부의 운신 폭은 적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도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한 미국의 결정을 놓고 북한이 공식 반발했는데 여기에 대한 정부 입장이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이행하는 데 있어서 국제사회와 잘 공조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한국은 이제까지 미북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현재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 방식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강경대치하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강경 대치국면에서는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크지 않습니다.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전세계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핵보다는 인민이 먼저입니다.
목용재 :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발사와 미국의 북한 선박 압류,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반응을 보면 당분간 미북대화가 재개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위원님 말씀대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한국 정부의 고민이 더 깊어질 것 같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