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하루속히 한국정부와 ASF 확산방지 협력에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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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ASF의 확산을 막기 위해 분주하게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이와 관련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아프리카돼지열병, ASF가 북한에 발생하면서 한반도 전역이 비상상황입니다. 위원님, 먼저 북한이 국제기구에 ASF 발견 사실을 신고한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상황 정리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 ASF, 즉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바이러스, 다시 말해 비루스에 의해 발생하며 고열과 혈액성 설사 등을 수반하는 돼지 전염병입니다. 급성형은 발병 후 1~9일 중 폐사, 즉 죽고 폐사율은 최대 100%에 달하는 극히 위험한 전염병입니다. ASF는 약 100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생했기 때문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라고 불리며 현재 중국 전역을 비롯해 베트남(윁남), 캄보디아(캄보쟈) 등 아시아 지역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돼지열병은 전염 속도가 매우 빠른 것이 특징입니다. 북한 당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사실을 세계동물보건기구에 공식 보고했습니다. 이 보고 내용에 따르면 지난 5월 23일 압록강 인접 지역인 자강도 우시군 북상의 협동농장에서 이 병이 신고돼 이틀 후인 지난달 25일 확정적으로 진단이 이뤄졌습니다. 이후 농장 내 사육 중인 돼지 99마리 중 77마리가 ASF로 인해 폐사했고 22마리는 살처분됐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동제한, 봉쇄, 소독 등의 방역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목용재 : ASF 확산을 막기 위해 한국 정부는 어떤 대응책을 내놓고 있습니까?

고영환 : 한국 정부는북한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한국 유입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낙연 한국 국무총리는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것으로 공식 확인되자 지난 5월 30일 "북한 접경 지역의 방역 상황을 재점검하라"고 긴급 지시했습니다. 한국 농림축산식품부는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되기 시작하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북한에 발생할 것을 대비해 접경지역 방역 관리에 힘을 쏟아왔습니다. 휴전선 접경지역 10개 시·군, 350개 농가 별로 전담관을 지정해 월 1회 현장 점검, 주 1회 전화로 예비 검열을 시행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5월 31일 해당 전염병의 한국 내 유입 차단을 위해 남북 접경지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접경지역 인근까지 퍼질 경우를 대비해 접경지역 농가의 출하 도축장 지정, 돼지 이동제한 등도 검토할 계획입니다. 말 그대로 총력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목용재 : 북한은 올해 초 관영 매체를 통해 ASF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기사를 올린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에 ASF가 이미 상당히 퍼져있다고 봐야 할까요? 또 북한의 방역 역량으로 ASF 확산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 북한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발생을 국제기구에 공식 보고한 후 시간이 지나면서 해당 전염병이 북한 내에 상당히 확산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고 신고한 후 아직까지 추가 발병 신고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ASF가 이미 자강도 밖으로 퍼져 남하했을 가능성, 북한 내에 광범위하게 확산했을 가능성도 가정해 대비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내부적으로는 전염병 발생 사실을 노동당과 행정기관 등을 통해 모든 지역에 긴급 전파하고 전국적인 방역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은 지난 5월 3일 '북한의 식량안보 평가' 보고서에서 ASF 위험성을 지적하며 "북한은 장비와 물자 부족으로 인해 가축 질병을 발견하고 통제할 역량이 매우 떨어진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은 축산 기술이 떨어지고 동물 방역 체계 역시 매우 취약합니다. 북한은 집에서 돼지를 기르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에서는 돼지에게 사료 대신 남은 음식물을 주는 게 일반적입니다. ASF 발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사람들이 먹다 남은 음식물을 돼지에게 먹이는 것입니다. 돼지를 대량으로 키울 경우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방역망을 구축하기가 용이하지만 개별 가구에서 한두 마리씩 키우는 것을 통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백신, 즉 왁찐도 치료약도 없는 전염병입니다. 방역 체계와 소독시설, 관련 약품도 부족한 북한에서 돼지 전염병은 매우 빠른 속도로 전 지역에 확산될 수 있어 큰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목용재 : 한국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ASF에 감염된 돼지들은 살처분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식용을 금지하는 것이죠. 북한에서는 감염된 돼지들의 경우 어떻게 처분합니까?

고영환 : 평안남도의 소식통은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해 지난 2일 "도시 주민들은 대부분 부엌 마루나 아파트 베란다에서 돼지를 몇 마리씩 기르는데 이런 집 돼지들도 돼지열병에 감염돼 죽어가고 있다"며 "소시지 원료가 부족해 생산을 못하던 개인 소시지 업자들은 전염병 확산을 계기로 돼지들을 무더기로 구매해 오랜만에 큰 이득을 보고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어 이 소식통은 "개인업자들은 전염병으로 죽은 돼지고기를 헐값에 구매하면서 섭씨 100도 이상으로 익히고 가공한 소시지는 건강한 사람이 먹어도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소시지를 시장에 넘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시지 가격이 절반 정도 떨어져 서민들은 오랜만에 돼지 고기 소시지를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도 "현재 신의주에서는 시 방역소와 보안서가 앞장서 전염병에 걸린 돼지 고기를 장마당에서 팔지 못하도록 단속하고 있지만 그저 형식일 뿐"이라며 "장마당 상인들은 위생 방역소가 발급한 돼지 고기 검역증을 돈으로 구입한 다음, 전염병으로 죽은 돼지고기에 붙여서 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또한 "전염병으로 죽은 돼지 고기가 유통되니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고기들이 유통되면 인체에도 해롭고 돼지 전염병이 급속히 확산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도 북한 내의 이러한 상황을 의식해서인지 지난 5월 31일 "채 익지 않은 돼지고기, 절인 고기, 냉동 고기 속에서도 바이러스가 얼마든지 생존해 오랫동안 살아있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는 돼지피와 배설물 등에서도 짧은 기간 내에 사멸되지 않는다"고 경고했습니다.

목용재 : ASF가 한반도 전역으로 확산되지 않기 위해서는 남북의 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하노이회담 이후 남북대화가 활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양측의 협력이 잘 이뤄질 것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 한국 통일부는 지난 5월 31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돼지 전염병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남북협력을 추진하자는 의사를 북측에 전달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내부적으로 검토한 후에 관련 입장을 알려주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통일부는 "북한 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와 우리측 지역으로의 유입 차단을 위해서는 남북협력이 중요한 만큼, 북측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지원을 요청할 경우 필요한 진단 장비, 소독약, 소독 장비 등을 마련하고 북한에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할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북한이 한국의 대화 요구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북한의 돼지들이 전염병으로 죽고 그 전염병이 멧돼지 등을 통해 한국으로 유입되면 한국도 피해를 입습니다. 남과 북이 신속하게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한국 국민과 북한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목용재 :. 북한은 아프리카돼지열병, ASF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 정부의 협력 의사에 대해 여전히 구체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ASF 문제는 한국과 북한 주민들의 먹거리와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인데요. 하루빨리 북한이 한국 정부와 손을 잡고 ASF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길 바라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