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 당국이 한국 정부와의 모든 통신수단을 단절하는 조치를 내렸습니다.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담화가 나온 이후 대남 비난 성명을 내놓으면서 북한 주민들까지 동원하는 대남 비난 집회도 지속적으로 열고 있는데요. 지난주에 이어 한반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합니다.
목용재 :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북한이 최근 한국 정부와의 모든 통신선을 단절하는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 정리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 지난 9일 중앙통신은 '남북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버리는 조치를 취함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보도를 발표했습니다. 보도에서 북한은 탈북민들이 북한에 전단을 뿌리는 행동에 대해 "남조선 당국의 무맥한 처사와 묵인 하에 역스러운 쓰레기들이 반공화국 적대행위를 감행하면서 최고 존엄을 건드리며 전체 우리 인민의 신성한 정신적 핵을 우롱하였다"며 "남조선 당국과 더 이상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통신은 계속해서 "8일 대남사업 부서들의 사업총화 회의에서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김영철 동지와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여정 동지는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죄값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들을 심의하고 우선 남북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버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2020년 6월 9일 12시부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오던 남북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남북 군부사이의 동서해 통신연락선, 남북 통신시험연락선,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 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했습니다. 북한 측이 차단하겠다고 언급한 남북 간 연락선은 한국 청와대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 간 직통 통신 연락선과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연락선, 군 당국 간 동서해통신연락선, 남북통신시험연락선 등입니다. 이에 따라 지난 9일부터 북한은 모든 통로를 이용한 한국 측의 통화 시도에 응답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남북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들은 현재 단절된 상태입니다.
목용재 : 이 같은 북한의 조치에 대한 한국과 미국 정부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고영환 : 미 국무부는 북한이 한국과의 모든 연락 통로들을 차단한 사실에 실망감을 나타냈습니다. 지난 9일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미국은 언제나 남북관계 진전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최근 행동에 실망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계속하여 미 국무부는 "북한에 외교와 협력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며 "미국은 북한에 관여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우리의 동맹인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의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방부에서 열린 '2020년 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북한이 탈북자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하며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하고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언급했다"며 "북한이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한국에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10일에 있었던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강경 기조에 한국 정부가 원론적 입장만 내놓으며 저자세를 취한다는 비판에 대한 입장을 묻자 "정책은 정세를 관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한국의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의도가 무엇이든 어렵게 복원한 통신 연락 채널을 단절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목용재 : 지난 4일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언급했던 내용이 실체화되고 있는 셈인데요. 향후 북한이 어떤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 지난 8일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주최한 대남부서장회의에서 김여정 부부장과 김영철 부위원장은 "앞으로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남북 사이의 모든 연락통신선을 완전 차단한 북한이 향후 어떻게 나올까요? 북한은 김여정 부부장이 공언한 대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와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을 폐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보다 더 큰 우려는 북한이 오는 25일부터 내달 27일 반미공동행동월간에 서해 북방한계선(NLL)이나 비무장지대(DMZ)에서 군사 도발을 강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남과 북은 오래전부터 그렇게 다퉈 왔다"고 한 발언을 김정은 위원장은 대남 군사 도발을 묵인하겠다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극복과 대선에 몰두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도발은 피하면서 한국을 압박해 미국을 움직이는 전략에 김정은 위원장이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저는 봅니다.
목용재 : 최근 한반도 긴장이 조성된 계기는 대북전단 살포였습니다. 북한 당국이 대북전단에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보십니까? 대북전단이 실제 북한 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시는지, 아니면 북한이 대북전단을 구실삼아 대남압박을 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 4일 담화에서 지목한 대북전단은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31일 북한에 날려 보낸 것입니다. 전단, 즉 삐라에는 인민생활은 등한시하고 핵개발에 몰두하는 김정은 위원장을 비판하는 내용들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와 꽃제비 출신의 탈북민인 지성호씨가 국회의원에 당선된 내용 등을 담았습니다. 이른바 '최고존엄'인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비판 내용과 꽃제비 출신이 한국 내 권력자 중의 하나인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북한 지도부가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일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탈북자들이 뿌린 전단이 김여정 부부장이 직접 나서서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의 결과까지 모두 뒤집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일까요? 북한은 수년 동안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고 여기에 신형 코로나까지 겹쳐 북중 교역이 지난해 동기 대비 90% 이상 급감할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싱가포르 회담 때부터 2019년 남북미 판문점 회동 때까지도 제재는 풀리고 인민 생활은 발전할 것이라고 호언했습니다. 그러나 제재는 풀리지 않고 미북관계는 교착 국면에 빠졌습니다. 민심이 술렁이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북한 지도부에는 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울 상대가 필요했다고 봅니다. 바로 그 상대가 '최고존엄'을 비판한 탈북자들이고 '그들을 감싸고 있는' 한국 정부였던 겁니다. "저런 자들이 천재적인 수령의 위업을 깎아먹었다"고 책임을 전가해 현재의 위기에서 빠져나가려는 것이 북한 지도부의 의도로 보입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한국 내 탈북단체가 한국전쟁을 계기로 대북전단을 다시 살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플라스틱 용기에 쌀 등을 담아 북한으로 보내는 탈북단체의 활동이 최근 저지당하기도 했고요. 이로 인한 파장,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고영환 :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오는 25일 대북 전단 100만 장을 날려 보낼 것을 예고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북한에 쌀 보내기 운동을 진행해 온 탈북민 출신인 박정오 사단법인 큰샘 대표는 6월 말 경에 북한에 쌀 보내기를 다시 시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경찰은 탈북민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비해 경기 파주와 연천, 인천 강화 등 접경지역 3개 시와 군을 중심으로 경찰 인력을 배치해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지난 4일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내놓은 이후인 지난 9일에는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를 비롯한 모든 통신 연락 채널이 차단됐고 북한 각지에서 당국이 전단살포를 반대하는 시위들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만일 오는 25일을 계기로 탈북단체들이 전단을 살포하려 한다면 한국 경찰이 우선은 이를 차단할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 접경지역 주민들도 전단 살포에 반발하여 나설 것으로 보이고 만일 일부 단체들의 전단살포가 일부 강행된다면 북한은 실력 행사로 맞설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향후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현재 북한은 대북제재와 신형 코로나로 인해 경제난을 겪고 있습니다. 위원님께서는 이런 책임을 북한 당국이 한국에 전가하려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최근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동원해 한국과 탈북자들을 비난하는 군중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경제난을 타개할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이런 선전선동으로 내부 불만을 해소하려는 방식이 언제까지 북한 주민들에게 유효할지 궁금합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