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여정에 힘 실어주는 중…후계자 내정 가능성은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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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한반도의 긴장감이 점차 고조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한국을 비난하고 압박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고 지난 16일에는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까지 폭파하는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이와 관련된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김여정 제1부부장이 예고했던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의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먼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상황부터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 한국의 통일부는 지난 16일 "북한이 오후 2시 49분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노동신문도 지난 17일 '북남관계 총파산의 불길한 전주곡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완전 파괴'라는 제목과 함께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순간을 촬영한 사진 6장을 보도했습니다. 이에 앞서 김여정 제1부부장은 지난 13일에 발표한 담화에서 '다음 대적행동' 행사권을 인민군 총참모부에 넘긴다고 공언하면서 "머지않아 쓸모 없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일대에서 폭약을 운반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 이동 등 이상 징후가 포착된 것은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가 발표된 지난 13일부터였다고 한국군 소식통은 밝혔습니다.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물로 설립되었고 남북 평화와 교류의 상징이었던 연락사무소는 김여정 부부장의 지시가 있은 지 3일 만에 커다란 폭발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목용재 : 북한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북한을 비난하는 입장을 내놨고 한국 정치권도 북한을 한 목소리로 비판했죠?

고영환 : 지난 16일 북한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한국 청와대가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지난 16일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회의 뒤 김유근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오늘 북한이 지난 2018년 판문점 선언에 의해 개설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북한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파괴는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계속하여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할 경우, 우리는 그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17일 정부청사에서 주재한 회의에서 북한의 연락사무소 파괴에 대해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는 지난 17일 북한이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판문점선언의 상징을 폭파한 것으로 북쪽의 행동은 금도를 넘었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국의 제 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한국 정부가 현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북한이 한국을 적으로 규정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민의당도 북한의 이번 행태가 일체의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반이성적인 폭거이자 정상국가가 되고자 하는 노력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며 강하게 성토했습니다. 정부와 여당, 야당들이 한 목소리로 북한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강하게 비판한 겁니다.

목용재 : 북한이 김여정 부부장이 예고한대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북한은 향후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고했고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의 다음 행보,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4일 발표한 담화에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와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을 거론했는데 그로부터 13일 만에 이 세 가지를 모두 실행했습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지난 17일 발표문에서 비무장지대(DMZ)에서 철수했던 민경초소들을 복원하고 군사분계선과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 등에서 각종 군사훈련 등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총참모부가 언급한 내용들은 남북이 공동으로 서명한 9.19 남북 군사 합의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입니다. 저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 지구 내에 있는 한국 현대아산그룹의 소유인 금강산 해상 호텔을 폭파하거나 군사분계선 상에서의 포사격 등 군사도발, 혹은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 한국의 섬들에 대한 군사적 도발 등 여러 가지 복합된 형태의 군사도발들을 연이어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여정 부부장이 시작한 대남 적대 행위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 북한 전역에서 한국을 규탄하는 대회들이 진행되는 상황들을 고려해 볼 때 북한의 군사적 도발들은 일정 시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목용재 : 북한이 대남 입장과 관련된 담화 등은 노동신문에 게재했는데, 미국에 대한 입장을 내놓은 외무성 측의 담화는 노동신문에 싣지 않았습니다. 이는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할까요?

고영환 :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 2주년을 맞은 지난 12일 리선권 외무상은 자신의 명의로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 공화국의 변함 없는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며 "다시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이라는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리선권 외무상의 발언 중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우리 최고지도부와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가 유지된다고 해서 실제 미북관계가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다"며 "싱가포르에서 악수한 손을 계속 잡고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고 한 것입니다. 목 기자가 언급한 것처럼 리선권 외무상의 담화는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북한이 대남 행동들은 노동신문 등 북한 주민들이 보는 매체에 실으면서 미국에 대한 비난은 대외매체에만 싣고 있는 것은 북한 지도부가 지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을 비판하는 것은 너무 위험 부담이 크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별적인 친분관계를 강조하면서 자신의 이른바 '위대성'을 선전해 왔는데 느닷없이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눈에 이상하게 비칠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 상황에서 미국을 자극할 경우 2017년의 '화염과 분노' 시절로 다시 돌아가 미국 항공 모함 전단들이 모여드는 것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는 북한 체제에 있어 너무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의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목용재 : 최근 김여정 제1부부장이 관련 정국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 매체에는 '당중앙'이라는 호칭까지 재등장했고요.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고영환 : 최근 북한 노동신문에 '당중앙'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여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당중앙'이라는 호칭은 김여정 부부장의 지난 4일 담화 직후에만 노동신문에 세 차례에 걸쳐 연속하여 등장했습니다. '당중앙'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70년대 초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로 내정된 직후 북한 관영 매체들에서 후계자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처음 등장한 바 있습니다. 저는 당중앙이라는 표현이 김여정 부부장을 집적 지칭하고 있다는 것보다는 김정은 위원장과 김여정 부부장을 동시에 일컫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중앙이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할 때 저는 평양외국어혁명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당시 그 표현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그때 간부로 있었던 부친이 "그 말이 김정일 위원장을 의미한다"고 설명해서 이해했었죠. 북한 당국이 그 때 사람들의 기억을 활용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북한의 후계자론에 비추어 볼 때 김정은 위원장의 아들이 아닌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이 후계자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올해 4월에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있었다는 점, 김정은 위원장에게 업무가 과도하게 집중되는 점 등을 감안하면 필요한 시기에 일정한 업무를 김여정 부부장에게 넘겨주기 위해 현재 김정은 위원장이 김여정 부부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정말 김여정 부부장이 후계자로 선정됐다면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그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목용재: 북한이 점차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상황만 본다면 북한이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사는 더 이상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북한이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상황 등 여러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남북관계까지 파탄으로 몰고 가면 얻을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일지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