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분간 핵무기고 확장하며 ‘몸집’ 불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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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최근 미북 정상회담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인 만큼 비건 부장관의 방한이 주목됐는데요.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었죠? 비건 부장관의 방한과 관련된 행보에 대해 먼저 정리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7일 오후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비건 대표와 그 일행은 한국에 입국한 뒤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검사를 받았고 음성으로 확인된 뒤 공식 방문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8일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비건 부장관과 팔꿈치 인사를 한 뒤 면담을 하였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초대에 감사를 표했고 강 장관은 "신형 코로나 검사를 받는 추가 조치를 수용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언급했습니다. 강경화 장관은 우리의 "만남이 너무 오랜만이다. 하지만 당신은 매우 중요한 시기에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의 한국 방문은 지난해 12월 이후 7개월만이며 국무부 부장관에 취임한 이후로는 첫 한국 방문입니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 8일 아침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이도훈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비공개 협의를 가졌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 8일 오후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제8차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가진 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 수석 대표 협의도 진행했습니다. 비건 국무부 부장관의 이번 한국 방문은 북한의 지난달 16일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일련의 대미, 대북 협박들이 진행되는 등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형세에서 한미가 대북정책을 조율하기 위한 목적의 방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 미 국무부는 비건 부장관의 방한이 FFVD, 즉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비건 부장관의 이번 방한의 주요 목적이 궁금한데요. FFVD를 미 국무부가 다시 언급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 비건 부장관의 한국 방문 전인 지난 6일 미국 국무부는 비건 부장관이 오는 7일부터 10일까지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북한에 대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는 "비건 부장관이 한국과 일본의 당국자들과 만나 다양한 양국 및 국제 현안에 대해 동맹 간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고 북한의 FFVD, 즉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에 대한 조율을 추가로 강화할 것"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습니다. 한국과 미국 일각에서 올해 10월 미북 정상회담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영변핵 기지 파괴, 우라늄 농축기지 혹은 일부 핵무기 철폐와 주요 대북제재 일부를 맞바꾸는 회담의 가능성 등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북한의 FFVD 방침을 비건 부장관이 한국과 일본의 당국자들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국무부가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 국무부의 공식 입장만 놓고 본다면 미국은 북한의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여전히 요구하고 있으며 이것이 해결되기 전에는 그 어떤 대북제재도 해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목용재 : 현재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북한은 우선 거부의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북한의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 비건 미 국무무 부장관이 서울에 도착한 지난 7일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다시 한 번 명백히 하는데 우리는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고 했습니다. 권정근 국장은 담화를 통해 "때 아닌 때에 떠오른 '조미수뇌회담설'과 관련하여 얼마 전 우리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하여 명백한 입장을 발표하였다"고 언급했습니다.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4일 발표한 담화에서 "사소한 오판이나 헛디딤도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초래하게 될 지금과 같은 예민한 때에 미북관계의 현 실태를 무시한 정상회담설이 여론화되고 있는데 대해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며 "미국이 아직도 협상 같은 것을 가지고 우리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당사자인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섣부르게 중재 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 미북 정상회담을 진행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미국 집권층이 공감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려오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습니다. 저는 미북 모두가 신형 코로나로 신경이 곤두서 있고 미국이 제재를 풀 생각이 없기 때문에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예측불가한 성향으로 인해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으나 현재까지 북한의 전략은 핵무기고를 늘려가면서 몸집을 키우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 비건 부장관의 방한에 앞서 한국 정부가 안보 분야 고위 인사들의 교체를 전격 단행했습니다. 이 같은 인사로 인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전망하시고, 또 한미 외교안보 인사들 간의 궁합은 어떨 것으로 보십니까?

고영환 : 지난 3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신임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후임으로는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임명했고 신임 국정원장에는 4선 국회의원 출신의 박지원 단국대 석좌교수를 내정했습니다. 박지원 신임 국정원장 후보자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한 이력이 있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989년 평양 세계청년학생 축전에 임수경 전 국회의원을 한국 대표로 보낸, 당시 한국 대학가에 존재했던 대학생 단체인 전대협, 즉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 의장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저는 북한과 일을 하였거나 북한을 아는 이른바 '대북통'들로 안보라인을 구성한 것은 교착 국면에 빠진 현재의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봅니다. 아쉬운 점은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시점에서 남북관계 못지않게 한미관계도 중요한데 새 외교안보 분야 고위 인사들 가운데 미국 전문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한국군 포로들이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승소했죠?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 포로로 잡혀 강제 노역을 했던 참전 군인들이 북한 정부와 김정은 위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한씨와 노씨 등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북한군의 포로가 돼 정전 후에도 송환되지 못하고 노동력을 착취당했다며 2016년 10월 소송을 냈습니다. 노씨는 북한을 탈출해 한국 내로 돌아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김영아 판사는 7일 한 씨와 노 씨가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한 씨와 노 씨에게 각각 2100만원, 약 1만 7500 달러를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물망초 국군포로 송환위원회'는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우리 법원의 재판권을 인정하고 손해배상을 명령한 국내 최초의 판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저는 이번 재판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전쟁 때 북한이 잘못한 것을 재판하여 지금 그 책임을 물었는데 앞으로는 북한이 저지른 여러 만행들에 대한 소송이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한국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입힌다면 해외에 있는 북한 재산들은 그 대가로 압류될 수 있고 이런 일이 정착되면 북한은 도발을 삼가하게 될 것입니다.

목용재: 위원님께서 북한이 앞으로 전략무기 강화에 초점을 두면서 협상력을 높일 것으로 전망하셨는데요. 2018년 이전의, 긴장감이 고조된 한반도 상황이 다시 연출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됩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한 소송이 승리를 거둔 것은 정말 큰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루 빨리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돼 북한의 잘못된 행위를 바로잡는데 영향을 미치길 기대해 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 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