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교류·협력업무와 북인권·탈북민담당 업무 분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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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한국에서 통일부 폐지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 이 같은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하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한국 내에서 현재 통일부 폐지와 관련된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이 같은 논란이 시작된 건가요?

고영환 :한국의 제1 야당인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가 통일부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한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준석 당 대표는 지난12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일부는 특임 부처이고, 생긴 지 20년 넘은 부처이기 때문에 그 특별 임무에 대해 평가할 때가 됐다"고 하면서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우리 국민을 살해하고 시신을 소각하는데 통일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 대표는 "그렇다면 이 조직은 수명이 다했거나 애초에 아무 역할이 없는 부처들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계속하여 이 대표는 "야당과 입법부의 으뜸가는 역할은 정부 기능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며 "부처들의 문제를 지적했더니 '공부하라'느니, '통일을 위해서 당신은 뭘 했느냐'느니 (한다)"며 여당과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목용재 : 이와 관련해 찬반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찬성과 반대 측의 입장도 정리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 이준석 당 대표가 통일부의 폐지 필요성을 주장한 데 대하여 집권여당, 정부, 전문가들 가운데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최고위원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 대표의 주장이 '통일이 되지 않으니 통일부를 폐지하자'는 격이라며 이런 주장은 반헌법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담당 부처인 통일부는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구현하고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며 남북 간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앞당기기 위해 존속되는 것이 마땅하고 더 발전돼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기자들에게 밝혔습니다. 전문가들도 다양한 견해들을 내놓았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준석 대표의 발언에 대하여 "국가 관계에 있어서의 '외교'와 특수 관계인 남북관계는 서로 다른 것"이라며 "외교부에서 통일 정책을 펼친다고 했을 때 북한이 이 같은 접근을 수용할 것인지, 중국·러시아 등 북한의 우방국들이 한국의 이런 시도를 받아들일 것인지 등을 고려하지 않은 상황에서 통일부를 폐지해 외교부에 통합시킨다는 발상을 하는 것은 상당히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이준석 대표의 통일부 폐지 주장이 최근 통일부가 북한에 끌려가는 듯한 대북정책 행보를 보인 것에 대한 아쉬움이 반영된 것은 사실이라고 하면서도 탈북자 관리나 남북 협력 기금 관리,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문제 등 일부 특수한 역할은 통일부가 해야 할 전문적인 영역이라고 평가하였습니다. 이준석 당 대표의 통일부 폐지 논란 속에서 통일부의 특정업무를 다른 부처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외교관을 하다가 한국에 와서 국회의원이 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 자료에서 "통일부에는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한 북한과의 대화 및 협력, 교류를 추진해야 하는 부서와 북한 정권이 제일 싫어하는 인권 문제를 다루는 부서가 비합리적으로 병존해있다"면서 "차기 정부는 북한과 평화 유지를 위한 대화와 협력, 교류를 진행하는 것과 동시에 북한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끌고 나갈 새로운 정부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목용재 :위원님께서는 한국 통일부 폐지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고영환 :먼저 분단되었다가 통일된 독일의 사례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동부 독일에는 통일전담 부서자체가 없었고 서독에는 내독부, 즉 독일의 내부담당 부서에서 동서독 문제를 전담하였습니다. 북한 역시 지금은 덜하지만 수십 년 동안 한국 통일부가 북한을 흡수 통일하는 전담 부서라며 비판을 가해왔습니다. 저는 현재 김정은 정권이 통일부의 존재 자체를 비판하지 않고 있다는 조건에서 굳이 현존하는 통일부를 없앨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통일부 내에 북한과의 평화통일, 교류, 협력, 대화와 접촉을 하는 부서들과 북한이 끔찍하게 싫어하는 탈북민 담당 부서와 북한인권 부서들이 같이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통일부에는 실제적으로 북한과 교류 및 협력을 추진하는 인도협력기획과,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을 추진하는 북한인권과, 탈북민 정착을 지원하는 정착지원과 등이 있습니다. 통일부에 있는 탈북민 정착 지원 부서들은 행정안전부, 북한인권 담당 부서는 외교부나 법무부 등에 그 기능을 넘기고 통일부는 북한과의 교류, 협력, 지원, 대화 등에 전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합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유엔 화상회의에서 북한과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 간의 설전이 벌어졌다고 하죠? 이 소식도 전해주시죠.

고영환 :지난 13일 미국 뉴욕에서 화상으로 열린 유엔 고위급 정치포럼 행사가 화상으로 열렸습니다. 동 화상회의 토론시간에 유엔 주재 북한 대사와 한국의 대북 인권 단체 성원이 서로 맞붙었습니다. 한국의 북한인권단체를 대표해 참석한 송한나 북한인권정보센터 연구원은 김성 북한대사에게 "북한은 광산과 집단농장에 고아가 된 아이들을 동원하고, 정치범들에게 강제노동을 시키고, 국가의 경제적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여성들에게 자원을 요구하고 있다"여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라고 물었고 이에 대해 김 대사는 "왜곡된 사실에 기반한 질문"이라며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송한나 연구원은 저도 직접 만나서 잘 아는 분입니다. 송 연구원이 재차 답변을 요구하자 김성 대사는 "우리는 장애인 권리에 대한 국제적 수준을 충족하며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질문을 회피했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이 가장 싫어하고 까다로워하며 불편해 하는 문제가 바로 북한 인권 문제라는 사실을 북한에서 외교관을 지낸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김성 대사가 얼마나 진땀을 흘렸을지 충분히 짐작이 됩니다.

목용재 :북한이 지난달 처음으로 지속가능발전목표(SDG)에 대한 자발적 국가보고서(VNR)를 유엔에 제출했는데요. 북한이 이 같은 유엔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지난 13일 유엔 고위급 정치포럼에 화상으로 참여해 VNR, 즉 '자발적 국가별 검토'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 북한은 알곡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코로나 백신, 즉 왁찐 등 필수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VNR은 지난 2015년 제70차 유엔 총회 결의에 따라 회원국이 SDGs, 즉 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 현황을 자발적으로 평가해서 발표하는 제도이며 북한이 이런 보고서를 발표한 것은 사상 처음입니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김성 대사는 화상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지속되는 대북제재와 매년 북한을 강타한 극심한 자연재해 그리고 2020년 시작된 국제보건위기는 북한이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는 데 주요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북한은 유엔에 제출한 국가보고서에서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로 지난해 곡물 생산량이 552만 톤에 그쳤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건 분야에서는 식수와 위생 문제로 인한 사망률 통계가 미확인 상태이며 의료 인력, 제약 기술 기반, 의료장비와 필수의약품이 부족하고 코로나 백신 대부분은 세계백신면역연합으로부터 공급받는다고 자인했습니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현재 전체 전력 생산량과 1인당 전력 생산량 모두 감소 추세에 있다고 보고서에서 밝혔습니다. 북한이 이런 보고서를 유엔에 낸 것은 자신들이 정상국가라는 것을 세계에 과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봅니다. 또한 북한의 이 같은 행보는 향후 유엔과 국제기구 그리고 다른 나라들로부터의 원조와 지원, 발전협력 등을 수용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내비친 것으로 평가합니다.

목용재 :한국 통일부 존폐 문제가 한국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라는 특수한 상황을 관리하는 부처로 통일부의 존재의의는 확실하지만 북한인권,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구출 문제 등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북한과 대화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통일부가 이 양립하는 사안의 균형을 잘 잡거나 위원님 말씀대로 부담되는 업무를 이관하는 것도 방법일 듯 합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사작성: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