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코로나 상황서 강제북송 탈북민 수용은 매우 이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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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중국 당국이 탈북민을 강제북송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벌어진 이후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는데요.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하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 먼저 중국이 탈북민들을 강제북송했다는 소식 먼저 정리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 중국이 지난 14일 아침 단둥 세관을 통해 50여 명의 탈북민들을 북송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단둥시의 조선족 소식통은 지난 14일 "오늘 하루만 단둥 세관을 깜짝 개통했는데 이 기회에 50여 명의 탈북민이 버스 두 대에 태워져 북송되었다"면서 "중국 선양 수용소에 수감된 지 1~2년이 지나도록 북송을 미루다가 이번에 갑자기 북조선에 보낸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호송된 탈북민들은 남녀 합해 50여 명으로 일반 탈북 군인과 공군 부대에서 근무하던 조종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습니다. 단둥시의 또 다른 조선족 소식통도 같은 날 자유아시아방송에 "오늘 하루 단둥과 신의주 세관이 개통되면서 선양 수용소에 수감되었던 탈북민들이 일부 북송됐다"며 "그 중 일부는 코로나 사태 이후 북한을 탈출했다가 중국 현지에서 체포된 북한 주민들이라 북한에 돌아가면 엄벌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당시 단둥 세관에서 오전9시와 오후2시 두 차례에 걸쳐 출입국이 진행됐다"며 "북한에서는 화교와 북조선 무역대표부 성원들, 모두 98명이 들어오고 중국에서는 선양 수용소에 있던 탈북민 50여 명이 북한으로 북송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보도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중국과 북한은 반인도주의적이고 반인권적인 범죄들을 공공연하게 저지르고 있는 셈이 됩니다.

목용재 : 중국 당국이 탈북민 강제북송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영국 의회,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 등이 비판 성명을 내놨죠?

고영환 : 최근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의혹과 관련해 영국 국회 내의 '북한에 관한 초당적 의원그룹'이 지난 19일 도미닉 랍 영국 외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과 중국 정부에 이 문제의 해결을 요청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영국 상원의원 데이비드 올턴이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서한에 따르면 의원그룹은 랍 장관에게 "지난 14일 탈북민 50여 명이 중국 당국에 의해 강제송환됐다는 사실에 영국 정부가 주목하도록 하기 위해 서한을 보낸다"고 명시했습니다. 의원들은 서한을 통해 "영국 당국이 런던에 있는 주영 중국 대사 및 주영 한국 대사와 면담해 중국 내 탈북민 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적인 매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북한인권단체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김소희 북한인권시민연합 선임간사는 "북한이 최근 비사회주의에 대해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송된 탈북민들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태훈 회장은 "탈북민 강제북송은 중국 정부가 가입한 난민협약 및 고문방지협약 등 국제인권규범에 대한 위반"이라며 "중국 정부는 조속히 강제북송 탈북민들에 대한 안전한 귀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북한인권단체총연합의 이애란 대표는 지난 20일 "한국 정부는 강제북송 된 탈북민 50명이 극형에 처해지지 않도록 김정은 총비서에게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며 "탈북민들을 강제북송한 중국 정부의 반인도적 범죄 행위에 대해 강력히 규탄함과 동시에 중국에서 수감돼 고통을 당하고 있는 탈북민들을 하루 속히 대한민국으로 데려와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북한과 중국은 탈북자 강제북송을 반대하는 한국과 국제사회의 비판에 귀를 열어야 합니다.

목용재 :위원님.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 상황에서 상당한 수의 탈북민에 대한 강제북송을 받아들인 것은 이례적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움직임을 조만간 북중이 국경을 열고 어떤 형태로든 교류를 재개할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드릴 수 있을까요?

고영환 : 오랜기간 국경을 걸어 잠갔던 북한이 탈북민들의 강제북송을 받아들였습니다. 최근에 열렸던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당, 정, 군 간부들이 코로나 방역 사업에서 "엄중한 과오"를 범했다고 질책한 것에 비추어 보아도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북한의 이번 행동의 배경을 세 가지로 분석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은 북한 내부에 있던 중국 화교들이 코로나로 살기 어려우니 중국에 되돌아가도록 도와달라고 중국 정부에 간청해서 잠시 국경이 개방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북한이 중국에 무역일꾼들을 내보낼 긴급 수요가 있어 중국 화교들을 보내는 기회에 이들도 보내면서 동시에 탈북민들을 받아 들이는 결정을 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가 북중 국경 봉쇄 완화의 가능성입니다. 국경 봉쇄로 경제운용에 필수적인 자재, 원료들이 들어가지 못해 북한 경제는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국경을 일부 열어 북한 국가, 북한 경제에 극히 필요한 물자와 원료들만이라도 들여와야 한다는 판단을 북한 지도부가 하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코로나 변이 비루스 확산추이입니다.

목용재 : 영국 의원들이 최근 7년 간 북한 내 인권유린 실태를 총망라한 보고서도 발표했는데요. 이 소식도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 영국 상원, 하원 의원으로 구성된 '북한에 관한 초당적 의원모임'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등과 같은 국제기구 보고서, 탈북민 증언, 북한 인권단체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북한에서 일어난 각종 인권유린 실태에 대한 증거자료와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제시한 북한인권침해 조사보고서를 지난 20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는 7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의 권고안이 발표된 이후에도 북한 인권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에 의한 고문, 비인간적인 대우, 강간 및 성폭력, 성매매, 강제 낙태나 영아 살해, 종교나 신념에 대한 박해 등 잔학하고 반인륜적인 행위가 여전히 목격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국제사회가 함께 이러한 참혹한 북한 인권유린 문제 개선을 위한 관여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같은 날 열렸던 '북한에 관한 초당적 의원모임' 화상회의에서 데이비드 올턴 상원의원의 "국제사회는 궁지에 몰려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영국 의회는 그들을 대신해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 우리의 의무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이 우리를 숙연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미국 외교관들에게 외교 전문을 보내 각국의 인권단체, 시민사회 대표와의 접촉을 정례화하라고 지시했는데요. 이같은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 미국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지난 16일 보도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전 세계에 나가 있는 미국 외교관들에게 보낸 외교 전문 내용을 밝혔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전문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이 전 세계적으로 보호되고 강화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맞고 국가안보를 강화한다"며 "이는 미국에 가까운 나라조차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외교전문에서 미국 외교관들이 해당 국가의 인권단체, 시민사회 대표와 접촉을 정례화하고 국무부 당국자들이 해외 출장시 인권단체 등과 모임을 일정에 포함하도록 하는 한편 국무부 관리들이 군사원조, 비자 금지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지난 19일 국무부 대변인실은 이 외교전문과 북한인권 문제와의 관계를 묻는 자유아시아방송에 "미국은 인권 사안을 대북정책을 비롯한 미국의 외교정책의 핵심에 두는 데 전념하고 있다"면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전반적인 접근에서 인권을 계속 우선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북한과 같은 정권에 동의하지 않지만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경감할 수 있도록 가능한 역량을 다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저는 블링컨 국무장관의 이번 지시는 미국이 북한인권을 중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으며 인권 향상을 위한 의미 있는 발자국들을 떼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봅니다.

목용재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조치가 다시 이뤄지면서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아직 중국에 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민들이 상당수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탈북민들이 안전하게 한국으로 입국할 수 있도록 관련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길 바라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사작성: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