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지난주 한국 법원이 일부 탈북민 단체들에 대해 법인 허가 취소 결정을 내린 한국 정부의 조치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한국 법원이 한국 내 탈북민 단체에 대한 한국 통일부의 법인취소 처분 집행을 정지하라는 결정을 내렸죠? 이 소식 먼저 정리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 한국 통일부가 대북전단과 물품 등을 살포해 한반도 긴장 상황을 조성했다는 이유로 일부 탈북민 단체의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한 데 대해 법원이 이를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통일부는 탈북민 단체들인 '큰샘'과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단체가 대북전단과 물품을 살포하는 것이 단체들의 설립 목적 이외의 사업에 해당한다며 특히 접경지역, 즉 군사분계선 인접 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한반도 긴장을 초래하는 등 공공의 이익을 해친다는 등의 이유들을 거론하며 지난달 17일 해당 단체들의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한 바 있습니다. 통일부의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하여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한변은 지난달 27일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을 대리해 통일부를 상대로 설립허가 취소 처분을 정지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낸 바 있습니다. 지난 1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통일부를 상대로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 취소 처분을 정지해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인용했다는 말은 법률적인 용어인데요. 쉽게 설명하면 법원이 탈북민 단체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반대로 통일부의 조치에는 제동을 걸었다는 의미입니다. 한국 재판부는 "설립허가 취소 소송 본안 사건의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한국 통일부 조치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통일부가 자유북한운동연합에 대해 내린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처분은 본안 사건의 판단까지 잠정 유보됩니다. 법원은 앞서 지난 12일에는 또 다른 탈북민 단체인 '큰샘'이 신청한 집행 정지 신청도 받아들여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킨 바 있습니다.
목용재 : 이에 대한 북한인권, 탈북민 단체들, 그리고 한국 통일부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고영환 : 탈북민, 북한인권 단체들은 한국 법원의 결정을 환영했습니다. 법원의 결정이 나온 직후인 지난 18일 북한인권 및 탈북민 단체들로 구성된 '정부의 북한인권·탈북민 단체 탄압 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행정법원의 탈북민 단체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 취소 처분의 효력 정지를 환영하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공대위는 "헌법과 국제법에서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 보편적 인권 보호의 관점에서 8월 1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가 지난 7월 17일 통일부의 탈북민단체 '큰샘'에 대한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 처분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것에 이어 1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가 지난 7월 17일 통일부의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에 대한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 처분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공대위는 국가인권위원회가 통일부의 북한인권·탈북민단체에 대한 차별과 탄압, 나아가 법인 설립허가와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 제도 전반에 대해 직권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지난 19일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습니다. 여상기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는 집행 정지를 인용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며 앞으로 본안 소송에서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처분의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해 나가도록 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목용재 : 한국 정부가 취한 조치를 한국 법원이 막아선 것인데요. 이 같은 조치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청취자 여러분께 설명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 한국 정부가 탈북민 단체들의 통일부 등록법인 취소 결정을 내린 데 대하여 한국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는 소식을 들은 일부 청취자분들은 의아하게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부, 북한으로 말하자면 북한 국무위원회가 내린 결정을 최고재판소가 뒤집는다는 소리인데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하고 말입니다. 한국은 행정부, 국회, 사법부 등으로 권력이 분산되어 있습니다. 이를 삼권분립이라고 합니다. 한국 국민들에 의하여 선거로 선출된 막강한 대통령이라고 해도 삼권분립의 정신에 따라 국회와 사법부가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즉 정부가 결정을 내렸다하더라도 법원이 이에 대해 헌법의 정신 등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 해당 결정을 취소하면 정부의 조치가 무효화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국 대통령이 장관, 북한에서는 상이라고 하죠. 장관을 임명해도 국회가 청문회를 열어 여러가지를 따져 본 후 이 사람은 장관이 돼서는 안 된다고 결정하면 임명이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법적 장치들 때문에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지 못합니다. 북한처럼 지도자가 마음대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일인 독재 자체가 한국에서는 실현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다음 달 한국 내 민간단체 주최로 북한인권상 수상식이 열릴 예정이죠? 이 소식 전해주시죠.
고영환 : 한국의 여러 변호사들이 모인 단체 중 하나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즉 한변은 지난 19일 제3회 북한인권상 시상식을 다음달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다고 밝혔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김태훈 한변 회장은 "현재 북한인권법은 사문화돼 있고 북한 인권은 외면 받는 분위기"라며 "북한 인권, 탈북민 단체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압박이 있는 상황에서 이에 굴하지 않고 북한 인권 개선 활동을 지속하자는 의미로 시상식을 3회째 진행하게 됐다"고 언급했습니다. 한변은 북한 주민, 탈북민, 국군포로, 전시·전후 납북자, 이산가족들의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해 공헌한 단체나 개인들을 북한인권상 수상 후보로 추천받아 이들 가운데 수상자를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한국 돈 500만 원, 미국 돈으로는 약 4200달러의 상금도 제공됩니다. 한변은 지난 2018년부터 북한인권법 시행일인 9월 4일을 기념해 북한인권상을 시상하고 있습니다. 2018년 초대 수상자는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 2019년 2회 북한인권상 수상자는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였습니다.
목용재 : 한국 내 북한인권, 탈북민 단체들 사이에서 최근 활동이 어려워졌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 같은 행사가 개최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한국 내 북한인권 활동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고영환 :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해서 북한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차례에 걸쳐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되면서 북한 인권 향상을 위한 목소리가 작아지고 이에 따라 북한인권, 탈북민 단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 정부나 기업들의 탈북민 단체들, 북한인권운동 단체들에 대한 지원과 격려가 지난 정부 시기에 비하여 적어지고 일각에서는 탈북민 단체 등에 대한 압박 조치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탈북민 단체, 북한인권 단체들의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이 단체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탈북민 단체들은 국민들 속에서 북한인권 활동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지 기반을 넓히기 위한 활동들을 강하게 전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한국 내 북한인권운동은 시작된 지 25년 정도가 지났지만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 탈북민 단체들을 사무검사 등의 이유로 압박한 전례는 극히 드뭅니다. 단체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치는 북한의 강력한 반발이 나온 이후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큰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 내 북한인권, 탈북민 단체들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위해 많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청취자분들께서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