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식량지원 성사여부, 코로나19에 달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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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한여름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이제 한 해의 결실을 수확하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식량 상황은 현재 좋지 않은 상황인데요.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 이제 곧 추수철인만큼 오늘은 북한의 식량 상황에 대해 얘기 나눠보시죠. 국제사회에선 북한의 현재 식량 상황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습니까?

고영환 : 지난 7월 30일 발표한 공동 보고서 '긴급 식량불안정 조기 경보: 2021년 8∼11월 전망'에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북한의 곡식 부족량이 86만 톤에 달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은 식량과 농업분야에서 가장 큰 국제기구들입니다. 북한 중앙통계국의 식량 상황표와 유엔 식량농업기구 세계정보조기경보국의 분석을 토대로 하면 이 기간 북한이 곡물 부족으로 수입해야 하는 양은 최근 5년 수입 평균과 비슷한 약 110만 톤이지만 공식 수입량은 20만 5000 톤에 불과했다는 지적입니다. 보고서는 부족분인 86만 톤은 북한이 약 2.3개월 동안 소비하는 양에 해당한다고 추정했습니다. 북한이 수입한 식량이 부족한 이유에 대해 보고서는 "감염병 대유행 초기부터 북한은 무역과 국내 이동을 제한하고 국경을 통제하는 강력한 정책을 시행했다"며 "당국은 인도주의적 접근을 강도 높게 제약하고 강력히 통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기구 보고서는 2020년 8∼9월 폭우와 태풍 등 극심한 기후 조건 때문에 북한의 농사가 영향을 받았다고 추정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정부가 알곡 수입량을 늘릴 수 있도록 통로를 마련하고 신형 코로나비루스 감염증 확산 방지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식량기구들에 이어 미국 농무부 산하 경제연구소도 '국제식량안보 평가 2021-2031' 보고서에서 북한을 몽골, 예멘과 함께 아시아에서 식량 상황이 가장 나쁜 3개국으로 꼽으면서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분을 104만 톤으로 추산했습니다.

목용재 : 북한이 북중 국경을 폐쇄한 상황인만큼 식량 부족분을 수입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일텐데요. 국경이 봉쇄된 상황에서 북한이 부족한 식량을 어떻게 충당할 것으로 보십니까?

고영환 : 국제사회가 북한의 식량사정을 우려하는 가운데 북한에서 군량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지난 8월 9일자 아사히신문은 북한 식량 판매소에선 최근 쌀과 옥수수가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 시기 북한은 대북제재와 신형 코로나 감염증 유입을 막기 위한 북·중 국경 등 모든 국경을 봉쇄했고 2020년 홍수와 올해 자연 재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 속에서 식량난이 가중되면서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6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인민군이 비축한 식량을 북한 주민들에게 공급하라는 지시가 포함된 '특별명령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 여름 폭염, 가뭄이 심해지면서 북한 모든 지역의 농축산물, 과일과 남새 농사에서 피해가 커졌고 이에 대처하기 위하여 북한 지도부는 대학생, 군인들을 '가뭄 전투'에 동원했습니다. 최근에는 수해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식량 수입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모든 국경이 봉쇄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 어려움에서 빠져 나오기 위하여 북한은 식량 도매업자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가뭄 및 홍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자구책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 중국, 러시아, 미국 등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야 식량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

목용재 :북한은 올해에도 수해를 입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내년 수확량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요. 피해상황이 어떤가요?

고영환 : 8월 초 북한 함경남북도 지역에 내린 폭우로 인한 농경지 피해가 4000ha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지난 8월 20일 유엔 세계식량계획은 북한 홍수 피해 상황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함경남도 북청군은 논밭 3009ha, 함경북도 회령군과 함남 신포군은 각각457ha와 240ha가 수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농경지와 주거지 등 침수 면적은 북청군이 1398ha로 가장 많았고 이어 청진시(269ha), 회령군(238ha), 신포군(113ha) 등의 순이었습니다. 청진시와 회령군에서는 각각 969명과 253명의 수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무산·경성·부령·덕성·어랑·새별·부윤·은덕·연사·온성·나진·대홍단·금호·삼지연·선봉 등에서도 크고 작은 비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 WFP가 공개한 이들 19개 시·군·구의 피해 상황을 합하면 침수 면적은 약 2190ha, 피해 농경지 면적은 약 3820ha였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5일 방송에서 함경남도에 쏟아진 비로 농지 수백 ha가 매몰·유실되고 주택 1170여 세대가 파괴·침수됐으며 주민 5000 명이 긴급 대피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중앙통신은 지난 12일 "내각총리 김덕훈 동지가 함경남도의 큰물 피해복구 사업을 현지에서 요해했다"며 "영광군, 신흥군, 단천시, 홍원군의 피해 지역을 돌아보면서 복구 전투를 힘있게 벌이고 있는 군인과 도 인민을 고무해줬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이미 지난 5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지시로 함경남도 당 군사위원회 확대 회의를 열고 수해복구 방안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올해 북한에 들이닥친 가뭄과 폭우는 신형 코로나 감염증 방역을 위한 북중 국경 봉쇄와 지난해 장마·태풍 피해 등으로 어려워진 북한의 식량 사정에 더 큰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 국제사회가 이 같은 북한의 피해상황과 관련해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죠? 이 내용도 소개부탁드립니다.

고영환 :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대변인은 지난 6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동부에서 홍수가 발생했다는 보도를 우려를 안고 지켜보고 있다"며 "북한 당국과 접촉 중이며 수재민의 인도주의적 요구에 대응하려는 북한의 노력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계속하여 "홍수 보도가 한 달에 걸친 폭염에 이어 나왔다"며 "북한의 식량 안보 상황에 대한 우려를 더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유럽 연합, EU 인도주의지원국도 같은 날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일부 지역의 가뭄과 대규모 홍수의 복합적인 영향에 따른 식량 부족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국경 폐쇄조치가 완화될 경우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과 미국도 대북 인도적 지원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한국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전화통화를 가지고 인도주의적 협력 등 북한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들도 북한 지원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 주권자 전국회의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 10여 개 단체는 올해 민간 차원에서 53만5000톤을 북한에 지원하는 운동을 벌인다고 지난 18일 밝혔습니다. 국제사회의 온정어린 눈길이 어려운 북한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목용재 : 올해도 수해를 겪은 북한이 한국과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시는지요?

고영환 : 자력갱생, 자력자강, 신형 코로나 방역 등을 강조하고 있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을지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지원물자가 들어가고 이를 공정하게 분배시키기 위한 인원들이 북한에 들어갈 경우 북한 전역에 신형 코로나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는 코로나 왁찐도, 치료약도 없습니다. 사람들이 굶어죽은 것보다도 신형 코로나가 퍼지는 것을 북한 지도부가 더 두려워하고 있을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을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는 신형 코로나가 일정 규모에서 진정이 되는지, 코로나 왁찐이 북한에 들어가는지, 식량 사정이 '고난의 행군'때만큼 심각해지는지 등 여부에 달려 있을 것으로 평가됩니다. 신형 코로나도 진정되고 식량지원도 실현되어 북한 주민들이 조금 더 낳은 삶을 영유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목용재 : 1년 중 가장 풍족해야하는 추수철인데 북한은 올해도 그렇지 못할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신형 코로나 확산에 대한 두려움으로 국제사회의 도움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북한은 신형 코로나 왁찐 도입 등 관련 상황에 적극 대응하는 조치를 해야 현재 산적해 있는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