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열병식, 대내 단결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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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국제원자력기구, IAEA가 북한이 핵시설을 재가동했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가운데 북한이 지난 9일 정권수립일을 맞아 심야에 열병식을 개최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지난 9일은 북한 정권수립일이었죠. 북한이 정권수립일을 기념해 열병식을 개최했는데요. 올해 초 당 대회를 계기로 열병식을 진행한 후 이를 다시 개최한 셈입니다. 이 같은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 북한은 정권수립 73주년을 맞아 지난 9일 새벽에 열병식을 진행했습니다. 북한 중앙통신은 9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창건 73돌 경축 민간 및 안전무력열병식이 수도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성대히 거행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열병식에 김정은 당 총비서가 참석했지만 연설은 하지 않았습니다. 열병식 연설은 김 총비서 대신 리일환 당 비서가 했습니다. 리일환 비서는 "우리 당과 국가는 전대 미문의 시련과 난관 속에서도 자립·자위의 기둥을 더 억척같이 박으며 주체의 길, 사회주의의 길에서 단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면서 "공화국 정부는 그 어떤 경우에도 우리 인민의 존엄과 근본 이익을 튼튼히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리일환 비서는 "자력자강의 원칙에서 모든 것을 우리 힘으로, 우리 식대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열병식에는 인민군이 아닌 각 지방의 노농적위군과 사회안전군이 참가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순천지구 청년탄광연합기업소종대, 김정숙 평양방직공장종대, 비상방역종대, 보건성종대, 사회안전군 소방대종대 등이었습니다. 열병식에서는 김정은 총비서가 연설하지 않았고 인민군이나 신형무기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노농적위군, 사회안전군만이 행진한 것은 이번 열병식이 대외, 대미, 대남관계보다는 대내단결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리일환 비서도 연설에서 자력갱생, 자급자족, 방위력 강화 등만을 강조했습니다.

목용재 : 북한은 이번 정권수립일이 정주년이 아닌데도 열병식을 진행했고, 정권수립일 이전에는 관련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 북한이 정권수립 73주년을 기념하며 명절분위기를 조성해 왔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8일자 신문에 시리아와 파키스탄, 니카라과,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들이 보낸 축전들과 라오스·팔레스타인·베트남을 비롯해 북한 주재 외교단·무관단의 화환 전달 소식을 실었습니다. 노동신문 등 선전매체들은 9.9절을 맞으며 러시아와 노르웨이, 네팔, 베네수엘라, 적도기니, 나이지리아 등 해외에서 정권수립 73주년을 기념하는 토론회와 사진 전시회, 영화 감상회 등이 진행된 사실들을 보도했습니다. 이번 국가행사 중 가장 특이한 점은 정주년이 아닌데도 열병식을 열었다는 겁니다. 지난해 10월 북한이 진행한 열병식은 당 창건 75주년을, 올해 1월에 진행한 열병식은 8차 당대회를 경축하기 위한 것이라 이해가 되지만 지난 9일에 개최한 열병식은 정말로 이례적입니다. 북한을 열병식 국가라고 부를만합니다. 코로나19, 신형 코로나비루스 감염병이 확산하면서 인민생활이 극도로 어려워지는데 한두푼 드는 것도 아닌 큰 행사를 하는 것은 우선적으로는 북한 체제가 안정되어 있고 김정은 지도부는 신형 코로나 같은 것에 흔들리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대외에 과시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으로는 신형 코로나 전염병 때문에 일시적으로 힘들지만 김정은 총비서를 따라 자력갱생, 자급자족 정신을 발휘한다면 이러한 어려움은 떨쳐낼 수 있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에게 선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한국, 그리고 세계에 북한은 방위력 강화라는 오직 한길을 걸어 나갈 것임을 과시하려는 목적이 있어 보입니다.

목용재 : 이에 앞서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이 핵시설을 재가동했다는 보고서를 내놨는데요. 이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 국제원자력기구가 9월 연례 이사회 보고서에서 북한 핵활동을 지적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북핵 관련 보고서에서 "지난달 초부터 북한 영변 핵시설의 5MW 원자로에서 냉각수가 배출되는 등 원자로 가동과 일치하는 징후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국제원자력 기구 보고서는 "영변의 방사화학실험실에 증기를 공급하는 화력발전소가 올해 2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5개월가량 가동됐다. 이는 이전의 폐기물 처리나 유지보수 활동보다 상당히 긴 기간"이라고 하면서 "5개월이라는 가동 기간은 북한이 과거 밝힌 폐연료봉 재처리를 완료하기 위한 기간과 일치한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계속하여 평양 인근의 강선에서도 내부 건설 작업이 이어지는 등 움직임이 계속 포착되고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영변 5MW 원자로 재가동과 방사화학실험실의 5개월 가동이 "새로운 징후"라며 이를 "심각한 문제"라고 규정했습니다. 저는 북한이 영변 5MW 원자로를 재가동한 것은 본질적으로는 플루토늄을 생산하여 북핵 능력을 제고하는 동시에 핵능력 발전과 고도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임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합니다. 다음으로는 대화 재개와 외교를 강조하는 미국에 핵무기 생산 의지를 밝히면서 시간이 북한에 있음을 암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평가합니다.

목용재 : 이 같은 북한의 핵시설 재가동에 대해 한국 정부는 남북합의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는데요. 한국 내에서 이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죠?

고영환 : 네. 최종건 외교부 차관이 지난 7일 한국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영변 핵시설 재가동은 남북 합의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제시하였습니다. 최 차관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나 동창리 미사일시험장 폐기 등에 대해 "4·27 선언이나 9·19 선언의 합의 내용 중 북한이 가시적으로 취한 조치들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이런 발언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지난 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4·27 선언, 9·19 선언 모두에 비핵화라는 말이 포함돼 있다며 영변 핵시설 재가동은 명백한 남북 합의 위반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한국 국립외교원 산하 외교안보연구소는 지난 8일 '국제원자력기구 북핵 보고서 평가와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영변 핵시설이 북한에서 절반이 넘는 핵분열 물질과 다량의 수소폭탄용 필수 물질도 생산하고 있다며 영변 핵시설 재가동이 매우 엄중한 안보 위협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최종건 차관 발언의 적절성과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의 질의에 미국 국방부 대변인실은 지난 8일 한국 관리의 발언인 만큼 한국 정부 측에 문의하라고 답변했습니다. 미국이 외교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영변 핵시설 재가동은 한반도의 영구적 비핵화를 다짐한 지난 2018년 남북정상 간 합의 정신을 위반한 것으로 봅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가 최근 북한 내 상황에 대해 국회에 보고하기도 했는데요. 이 내용도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 한국 정부가 지난 7일 국회에 북한의 내부 상황을 보고했습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한국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북한의 민생 관련 생필품과 식량 상황 등이 좋지 않으며 북한 내 물가와 환율 변동성도 심화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장관은 신형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로 대중 무역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장관은 "북중무역액은 코로나 이전에 비해 15분의 1로 줄어들었다. 북중 무역 감소에 따라 북한 내 곡물, 생필품 도입이 급감하면서 쌀, 식료품, 의약품 등을 중심으로 수급불안정성이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습니다. 북중 접경 지역 상황과 관련해선 "북한이 외부로부터의 물자 반입을 확대하기 위해 북중 접경지역에 방역 시설을 설치, 시험 가동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북관계, 남북관계에 대해선 "북한이 내부현안 대응에 중점을 두고 있고 남북, 미북관계는 교착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며 "북한은 군사적 긴장을 예고했지만 현재까지는 추가 동향 없이 대미, 대남 전략을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목용재 :북한은 지난해 당 창건일, 올해 초 당 대회 계기 열병식을 통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전략무기를 계속 선보여왔습니다. 이번 열병식에선 이같은 전략무기들을 내놓지 않아 그 의도가 주목되는데요. 한미 정부는 북한이 향후 전략무기를 통해 무력 시위 및 도발을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세워둘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