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거듭된 도발에 종전선언 제안, 적절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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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 직접 참석해 다시 종전선언을 언급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유엔 무대에서의 임기 마지막 연설을 통해 이를 재차 강조한 건데요.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임기 중 마지막으로 유엔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 자리에서 종전선언을 재차 강조했는데요. 이 내용 먼저 전해주시죠.

고영환 : 제76차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미국 뉴욕과 하와이를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19일부터 23일까지의 3박5일 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마쳤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뉴욕 시간으로 지난21일 제76차 유엔총회에 참석하였으며 이 자리에서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여기에서 문 대통령은 "나는 오늘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하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야 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발언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계속하여 "비핵화와 공동번영의 한반도를 건설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꾸준히 추진해왔고 국제사회의 지지 속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판문점선언, 9.19 평양공동선언과 군사합의, 미북 정상회담을 통한 싱가포르 선언이란 역사적인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며 "한반도 평화의 시작은 언제나 대화와 협력이고 나는 남북 간, 미북 간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한다. 대화와 협력이 평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한반도에서 증명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주목한 부분은 문 대통령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교류도, 화해도, 통일로 나아가는 길도 시작할 수 있다"고 하면서 "남북과 주변국들이 함께 협력할 때 한반도에 평화를 확고하게 정착시키고 동북아시아 전체의 번영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입니다. 저 자신도 오랫동안 같은 생각을 하여 왔습니다. 남북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믿음을 가질 때 비로서 통일이 이뤄질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의 임기 마지막 해에, 마지막 유엔 연설에서 종전선언 문제를 꺼낸 것은 미사일 발사정국으로 팽팽해지는 한반도 긴장상황을 완화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목용재 :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미국은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고영환 : 유엔총회에서 한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나왔습니다. 미국 국방부 존 커비 대변인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해서 북한과의 관여를 모색하고 있고 종전선언 가능성에 대한 논의에 열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하여 커비 대변인은 "우리의 목표는 항상 그랬듯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면서 "우리는 이것이 복잡한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런 종류의 대화를 하는 데 있어 우리 외교관들의 역할을 지원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이 종전선언보다 대북 관여와 외교를 더욱 강조한 것은 미국이 북한에 제안한 무조건적 대화가 종전선언에 앞서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명시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목용재 :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 야권은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죠?

고영환 : 문재인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촉구하자 한국의 야권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된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가 불과 수일 전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인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에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들입니다. 문 대통령의 종전 선언에 대하여 한국의 제 1 야당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지난 22일 "미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문재인 정부가 진행했던 대북정책이 폐기되는 수순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면서 "문 대통령 임기 말에 새로운 제안을 하기 보다는 지금까지 했던 것들을 잘 마무리하고 잘못된 점이 있으면 재검토하는 과정을 거치면 좋겠다"고 비판했습니다. 같은 날 국민의힘 김연주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평화는 선언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며 실질적인 변화, 즉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의지가 있음을 실제로 보여주는 실천적 제시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라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대해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환상 같은 인식"이라고 하면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거듭되는 핵무장 강화,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고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한 국제사회 협력을 촉구해도 모자랄 판에 허울 좋은 종전선언을 제안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목용재 :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종전선언을 강조했는데요. 위원님께서는 문 대통령의 마지막 유엔총회 연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발언한 종전선언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정반대입니다.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국제 사회와 더불어 남북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북한 당국의 태도 변화와 협력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과 비슷한 시기에 미국을 방문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기자들에게 문 대통령이 "임기 말에 이런저런 어젠다를 내놓는 것이 국제적으로도 사실 의아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며 "한국 대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대선을 앞두고 급하게 진행했던 외교 일정들이 국민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적이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저는 현직 대통령 임기가 수개월 정도 남아 있고 이 사실을 북한도 잘 알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북한이 최근 핵 활동을 증가시키고 있고 각종 미사일 발사들을 감행하고 있으며 다시 이어졌던 남북 통신연락선들을 아무 말도 없이 끊어버린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하자고 제안한다는 그 자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합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한미일 외교장관들이 연쇄회담을 갖고 북한 문제를 논의했는데요. 현재 시점에서 이 같은 회담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 현시기 미국의 뉴욕에서는 유엔총회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국, 미국, 일본의 외무장관들과 한국과 미국의 외교장관 회담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22일 진행됐습니다.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3개국이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북한 문제, 북핵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3국이 긴밀히 소통해 온 점을 평가하였으며 앞으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현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대화의 시급성에 양측이 공감하였으며 창의적이고 다양한 대북 관여 방안에 대해 쌍방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미 국무부는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소식을 알리며 토니 블링컨 장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는 데 있어 한국, 일본과의 지속적인 협의와 협력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기자들에게 알렸습니다. 한미일, 한미, 한일 외교장관들이 뉴욕에 모여 외교장관 회담들을 연이어 가진 것은 현재의 북한 정세와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최근 북한은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들을 연이어 발사하고 있으며 영변 등 핵시설의 재가동 움직임을 보이면서 도발의 강도를 높이고 있어 이에 대한 한미일 3국의 공동대처가 필요하였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목용재 :북한의 리태성 외무성 부상은 24일 담화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가 먼저 이행돼야 한다는 건데요. 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이 무색하게 됐습니다. 다만 김여정 당 부부장이 같은날 담화를 통해 종전선언 자체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습니다. 이와 관련한 북한의 입장을 주시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양성원,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