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언제든 통신연락선 다시 끊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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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김정은 당 총비서가 공언한대로 북한이 남북 통신연락선을 다시 정상 가동시켰습니다. 한미연합훈련 사전연습이 시작된 지난 8월 10일 이후 두 달여 만인데요.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하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북한이 지난 4일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해 일방적으로 단절했던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했죠? 먼저 이 소식부터 전해주시죠.

고영환 : 김정은 당 총비서는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일단 10월 초부터 관계 악화로 단절시켰던 남북 통신연락선들을 다시 복원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언급했던 바로 그 남북 통신연락선들이 다시 복원됐습니다. 지난 4일 오전 9시 남북은 공동연락사무소 개시통화를 진행하고 오후 5시에 2차 통화도 진행했습니다. 동해, 서해지구 남북 군 통신선도 같은 날 정상 가동됐습니다. 지난 5일에는 남측의 함정 간 국제상선공통망 호출에 북한이 응답했고 동해,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비롯해 함정 간 핫라인, 즉 긴급통화도 이뤄지면서 남북 간 군사적 소통이 완전히 복원됐습니다. 북한은 대북전단 문제로 끊었던 남북 통신연락선을 지난 7월 복원하였다가 한미연합훈련 사전연습이 시작된 지난 8월 10일 오후 다시 남북 통신연락선들을 끊어 버린 바 있습니다. 남북은 이번에 통신연락선을 다시 복원하면서 연락사무소 통로를 통해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5시에 정기적으로 전화를 하며 긴급한 일이 생기면 그때마다 통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북한이 통신선들을 복원한 데에는 대외, 대남적인 배경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쪽에는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이라는 신호를 보내면서 현 문재인 정부가 미국을 움직여 대북제재를 완화, 철폐하도록 움직이도록 하여 현 정치적, 경제적 위기를 돌파해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대남쪽으로는 한국의 내년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면서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목용재 : 이에 대한 한미당국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고영환 : 중단됐던 통신연락선들이 복원되자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를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3일 미 국무부 대변인은 통신연락선 복원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묻는 한국의 한 언론의 질문에 "우리는 남북 간 협력을 강력히 지지하며 그것이 한반도에서 더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역시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지지했습니다. 한국의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4일 베를린에서 한국 연합뉴스와의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시작"이라고 발언했습니다. 독일 통일 31주년을 기념해 베를린을 방문한 이인영 장관은 올해 남북 고위급회담 추진과 관련하여 "화상 회의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통해 시험통화를 하면서 안정화 과정을 마치고 발굴해 놓은 의제들을 새로 협의하면서 정리해나가는 등의 순서대로 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이종주 한국 통일부 대변인도 지난 4일 "정부는 남북 통신연락선이 연결됨으로써 한반도 정세 안정과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한다"면서 "정부는 남북 간 통신연락선의 안정적 운영으로 조속히 대화를 재개해 남북합의 이행 등 남북관계 회복 문제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실질적 논의를 시작하고 이를 진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에 방점을 찍고 있는 미국은 북한의 통신연락선 복원 조치가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남북관계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이번 북한의 조치가 한국 정부의 노력에 화답한 것으로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목용재 : 이번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에 대해 한국 내 정치권의 목소리는 엇갈리고 있죠?

고영환 : 한국의 여당과 야당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제 1 야당인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과 관련하여 지난 4일 발표한 논평을 통해 "일방적으로 단절과 복원을 반복하는 북한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든다"며 "북한이 화해 제스처 뒤에 또 어떤 청구서를 숨기고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밝혔습니다. 계속하여 허 대변인은 "남북 통신선 복원, 남북 대화는 환영하지만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북한의 태도를 환영하지만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입니다. 한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대변인은 지난 4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의 조속한 재가동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김병주 대변인은 기자설명회에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 개시 통화가 이뤄졌으며 조속한 시일 내에 한반도의 실질적인 긴장 완화를 이루고 종전선언을 추진해 평화의 이정표를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10.4 남북정상선언 14주년인 날 때마침 남북 연락선이 복원됐다"며 "앞으로는 서로 분쟁과 이견이 있어도 일방적으로 연락선을 단절시키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목용재 : 과거 남북 통신연락선을 북한이 일방적으로 수차례에 걸쳐 단절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다시 통신연락선이 복원됐지만 북한이 언제든 통신연락선을 다시 단절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요.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 지난 4일 조선중앙통신은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고 하면서 남측에 "통신연락선 재가동 의미를 깊이 새기고 남북관계를 수습하며 앞으로의 밝은 전도를 열어나가는 데 선결되어야 할 중대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요구를 했습니다. 일종의 조건을 제시한 것인데요. 이에 대해 한국 통일부는 "대화, 협력의 선결 조건으로 보기보다 남북 간 대화, 협력을 통해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로 인식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지난 5일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관계 역사에서 적대 정책이나 이중기준 철회 문제는 여러 차례 제기돼왔다"며 "남북관계 특성상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기준으로 남북관계를 재단하거나 어느 한쪽의 입장만 관철되는 방식으로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연락통신선을 복원하면서 강한 전제조건을 단 것으로 보아 북한은 언제든지 또다시 연락선들을 끊어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최근들어 북한이 지속적으로 한국에 대결적 자세와 태도를 철회하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데요. 통신연락선을 복원한 북한이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의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 북한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가 지난 5일 조국통일연구원 리철룡 연구사의 기고문을 통해 "북남관계를 발전시키자면 남조선 당국이 민족자주의 입장을 확고히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민족 내부 문제에 대한 외세의 간섭을 허용하면 오히려 복잡성만 조성되고 민족문제를 우리 의사와 이익에 맞게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6일에도 '통일의 메아리'는 조국통일연구원 현철의 '반향' 글에서 "남조선 당국은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 태도, 적대시 관점과 대결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해야 할 것"이라며 "현 국면이 화해 방향으로 전진하는가 아니면 악화상태가 지속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자세와 태도의 변화 여부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국통일연구원은 대남부서인 통일전선사업부 산하 기관입니다. 통신선을 복원하였지만 한국이 미국에 의존하면서 이중적인 태도와 적대시 정책을 폐기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원점으로 돌아 갈 수 있다는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북한은 한국이나 미국 당국자의 언행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도 언제든 태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지난 시기 북한은 언제나 그래왔습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북한은 한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언제든 통신연락선 폐쇄도, 미사일 발사도, 핵무기 관련 활동 재개도 감행할 수 있다고 봅니다.

목용재 :위원님께서도 말씀하셨다시피 북한이 향후 어떤 구실을 내세우면서 복원된 통신연락선을 다시 차단할지 모릅니다. 특히 북한이 중대과제들을 해결하라고 한국 측에 요구함으로써 한국 정부가 북한에 주도권을 빼앗겨 끌려다니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되는 상황입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과 관련해 신중한 행보를 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