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정은 연설, 집권 10주년 ‘대표성’ 강조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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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이 당 창건 76주년을 기념해 국방발전전람회라는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당 창건 기념일과 국방발전전람회를 계기로 연이어 직접 연설을 했고요. 올해 들어 김정은 총비서의 연설이 잦아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와 관련해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지난 10일은 북한의 당 창건일이었죠. 정주년이 아닌데도 김정은 당 총비서가 나서서 직접 연설을 했습니다. 이 같은 연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 김정은 당 총비서가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10월 10일 간부들을 위한 기념 강연회를 열고 여기에서 연설하였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1일 보도했습니다. 당 창건 기념일에 북한 지도자가 기념 강연을 열고 연설한 것은 제 기억에는 없는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 연설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당 제8차 대회가 설정한 5개년 계획 기간을 나라의 경제를 추켜세우고 인민들의 식의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인 5년, 세월을 앞당겨 강산을 또 한 번 크게 변모시키는 대변혁의 5년으로 되게 하자"고 발언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계속하여 "당 일꾼들이 특전, 특혜를 바라지 말고 청렴결백하게 생활하는 것은 우리 당이 시종일관 강조하는 중요한 문제"라며 "인민의 이익을 침해하며 당과 대중을 이탈시키는 행위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당 사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편향들을 철저히 경계"할 것을 지적하면서 "당 책임 일군들은 고상한 도덕 품성을 지니고 인민들을 존중하며 자기를 무한히 낮추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당 일군이라면 사상에서 투철할 뿐 아니라 도덕 품성에서도 최고인 혁명가가 되어야 한다"고 당 간부들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당 창건 기념일에 이례적으로 강연회를 연 것은 자신이 집권한 후 10주년을 맞아 당이 그동안 자신의 지휘 하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음을 자평하기 위해서라고 판단됩니다.

목용재 : 당 창건일을 기념해 국방발전전람회라는 행사도 개최됐는데요. 여기서도 김정은 총비서가 연설을 했습니다. 이 내용도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 지난 12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총비서가 '자위 2021' 전람회장을 참관하고 연설하였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매체에 공개된 전시회장 사진을 보니 북한이 김정은 총비서 치하 아래에서 이룩해 놓은 이른바 "빛나는 국방 성과물"들을 당 창건 기념일에 맞추어 전시해 놓은 것이 이번 전시회인 것 같았습니다. 전시회에는 지난해 10월 10일 열병식 때 공개됐던 전차, 장갑차, 각종 미사일들을 전시해 놓았고 이를 평양과 전국 주민들에게 보여주어 김정은 총비서의 영도력과 북한의 군사적 위력을 과시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람회 개막식 연설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미국은 최근들어 우리 국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고 있지만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며 미국을 비난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한국을 향해서도 "우리의 자위적인 국방력 발전에는 불법무도한 유엔 결의를 내세워 속박의 족쇄를 채워놓고 자기들은 스스로 일방적으로 설정해놓은 그 무슨 위협에 맞선다는 소위 정의로운 간판 밑에 군비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남조선의 이 같은 도가 넘치는 시도도 방치해두기 위험한 것이겠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그들의 군비현대화 명분과 위선적이며 강도적인 이중적 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이날 연설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그가 "남조선이 한사코 우리를 걸고 들지만 않는다면, 또 우리의 주권 행사까지 건드리지 않는다면 장담하건대 조선반도의 긴장이 유발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국방력 강화는 "분명코 남조선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이 땅에서 동족끼리 무장을 사용하는 끔찍한 력사는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고 한 부분입니다. 북한이 최근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나오는 저의를 심각하게 분석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목용재 : 김정은 총비서의 국방발전전람회 연설에서는 대남, 대미 메시지가 꽤 나왔는데요. 핵과 관련된 언급은 없었습니다. 이 내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11일 국방전람회 연설에서 "평화를 위한 어떤 대외적인 우리의 노력이 절대로 자위권 포기는 아니다"고 하면서 "무적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계속 강화해나가는 것이 (우리의) 최중대정책이며 목표"라고 강조했습니다. 저는 핵 문제에 대해서는 그 핵심 내용이 김정은 총비서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 이미 나와 있었다고 봅니다. 지난 9월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우리 핵무장력의 급속한 발전현실 앞에서 저들의 본토 안전에 두려움을 느낀 미국은 회담장에 나와서 한편으로는 관계 개선과 평화의 보따리를 만지작거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제재에 필사적으로 매여달리면서 어떻게든 우리가 가는 길을 돌려세우고 선 무장해제, 후 제도전복 야망을 실현할 조건을 만들어보려고 한다"며 "장기간의 핵위협을 핵으로 종식시킨 것처럼 적대세력들의 제재돌풍은 자립, 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려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김정은 총비서의 이 말에 북한 지도부의 속셈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고 평가합니다.

목용재 : 김정은 총비서가 올해 들어 자주 직접 연설을 벌이는 것 같습니다. 지난 9월말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한 뒤 당 창건일, 국방발전전람회 등을 기념해 직접 연설을 했습니다. 올해 초부터도 여러 행사를 계기로 직접 연설을 해오고 있고요. 이 같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 김정은 총비서는 북한이라는 국가, 그리고 노동당이라는 조직이 그 어떤 풍파가 있어도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김정은 총비서 자신도 건강이나 신변의 변화가 없이 건강하게, 더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당대회, 전원회의, 당 중앙군사위원회, 기념강연회, 전시회 연설 등 김일성, 김정일 등 선대 때는 하지 않았던 일들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올해 부쩍 잦아진 당적 행보들과 행사들은 김정은 집권 10주년과 연관이 되어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김정은 총비서가 당과 국가의 수반으로서 정당한 '대표성'을 확보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경제위기로 시름에 잠긴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표현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북핵 문제와 관련해 관련국들이 지속적인 협의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 내용도 정리해 주십시오.

고영환 : 현지시간으로 지난 12일 미국을 방문 중인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났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자제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남북대화와 협력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했습니다. 미 백악관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설리번 보좌관과 서 실장이 북한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서훈 실장은 이 협의가 끝난 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한미 양측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선 대북 외교 및 대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습니다. 서훈 실장은 한미가 협의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에 대한 한국의 구상을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한편 한국 외교부의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 1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회담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떠났습니다. 출국 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노 본부장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선 러시아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모르굴로프 차관을 만나 남북관계 개선과 미북대화 재개를 위한 러시아의 건설적인 역할을 요청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러시아는 북한의 입장을 잘 이해하는 나라"라며 "남북관계 개선, 북미대화 재개를 위해 러시아가 건설적인 역할을 지금껏 해왔듯이 앞으로도 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주변국들의 움직임들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국제사회의 이런 우호적인 분위기에 호응해 나서길 바라봅니다.

목용재 :현재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화의 손길을 지속적으로 내밀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4일에도 미북 핵협상과 관련해 북한에 구체적인 제안을 했고 북한의 반응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과의 직접 외교가 미국 대북정책 목표를 달성하게 할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점도 재차 강조했습니다. 위원님의 말씀처럼 북한이 이런 국제사회의 대화의 손길을 하루빨리 잡길 바라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