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피살 공무원 사건 대내 알리지 않아…사과문 저의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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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서해 바다에서 한국 공무원이 북한에 의해 피살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이 공무원의 유가족이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북한에 의해 피살된 공무원의 위령제가 지난 21일 열렸다고 하죠? 먼저 이 소식부터 전해주시죠.

고영환 : 한국의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 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북한 용어로 하면 수산성 사무원이죠. 그 유가족이 지난 21일 피살당한 공무원의 실종 한달을 맞아 해상 위령제를 열고 수색 상황 등을 확인하기 위해 연평도를 방문했습니다. 지난달 22일 북한 군에게 사살된 해수부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 씨와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인천시 중구 인천항 연안 여객 터미널에서 연평도행 여객선에 탑승했습니다. 이 씨는 배에 오르기 전 기자들에게 "오늘이 실종 한달, 내일은 사망 한달이 돼서 작게나마 바다에서 막걸리 한잔이라도 하려고 한다"며 "(피살 사건의) 진상 규명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 정리와 방향 설정을 하고 마음가짐을 다잡고 오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와 하 의원은 소연평도에 도착한 뒤 인근 해상에서 A씨 시신 등을 찾기 위해 수색작업을 하는 어업지도선 무궁화15호에 탑승해 선상 위령제를 치렀습니다. 이 씨는 이날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북한에서는 총참모장이라고 하죠. 그리고 유엔군사령부 사령관 등을 상대로 공개 면담을 다시 한번 요청했습니다. 하 의원은 "진실이 밝혀져야 희생자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다"며 "무궁화호에 탑승해서 그날의 진실에 조금 더 접근해보려고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해수부 서해 어업 지도 관리단 소속 어업 지도원인 A씨는 지난달 21일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실종됐다가 북한 등산곶 해상에서 피격됐습니다.

목용재 : 북한에 의해 피살된 공무원의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편지도 주고받았다고 하죠?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고영환 : 서해 소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북한 군에 의해 사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의 고등학생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편지에 답장을 보냈습니다. 희생된 A씨의 형 이래진 씨는 지난 19일 "조카가 자필로 A4용지 한 장 분량의 편지를 써 오늘 오전 등기로 청와대, 즉 문재인 대통령에게 발송했다"면서 "앞서 대통령이 보낸 편지에 대해 답장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희생자의 아들은 답장을 통해 "대통령의 말씀을 믿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제 꿈을 이루기 위해 공무원 시험 준비를 열심히 하겠다"고 적었습니다. 지난 8일 희생된 A씨의 형 이래진 씨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고영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을 만나 A씨의 고등학생 아들이 쓴 편지를 전달한 바 있습니다. A씨의 아들은 현재 고등학교 2학년으로 앞서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현 상황을 누가 만들었으며,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는 등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A씨 아들의 편지를 받은 지 사흘 뒤인 지난 12일 답장을 보냈습니다. 문 대통령은 답장을 통해 "편지를 아픈 마음으로 받았다.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심정을 깊이 이해한다"며 "진실이 밝혀져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썼습니다. 피살자의 자녀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목용재 : 북한에 의해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가족들도 이래진 씨와 연대하겠다는 서한을 보냈다고 하죠?

고영환 : 지난 2017년 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풀려난 지 엿새 만에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지난달 서해상에서 북한 군에게 총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 유가족에게 연대하겠다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들은 편지에서 "우리도 김정은 정권의 끔찍한 인권침해와 거짓말의 피해자였지만 여기에 굴하지 않고 그들과 맞서 싸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며 "한국 대통령은 반드시 역할을 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토가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훌륭한 청년이었고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정권의 잔혹한 고문을 받아 죽은 피해자라는 사실을 세상에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적었습니다. 반인권적 범죄들을 저지른 북한 지도부는 세상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목용재 : 피살된 공무원의 형인 이래진 씨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등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이와 관련된 소식도 정리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 북한에 의해 피살된 한국 공무원의 유가족이 유엔 자의적 처형 특별보고관, 고문 특별보고관, 건강권 특별보고관,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강제실종 실무그룹, 자의적구금 실무그룹 등에 지난 18일 진정서를 발송했습니다. 이래진 씨는 진정서에서 유엔이 이번 사건에 대해 자체 조사를 해줄 것과 유엔 차원에서 남북의 공동조사, 국제인도주의사실조사위원회의 조사를 촉구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진정서에는 북한 당국이 한국 공무원을 재판 절차 없이 약식 처형한 것을 세계인권선언과 자유권 규약에 보장된 생명권과 신체의 안전, 공정한 재판권의 침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보다 앞선 지난 6일 북한에 의해 피살된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는 서울 유엔인권사무소를 방문해 조사 요청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이래진 씨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도 면담했습니다. 이 씨는 강 장관에게 북한이 비무장 민간인인 동생을 구조하지 않고 해상에서 무참히 살해한 것은 국제사회가 인정한 국제인권법 위반 행위라고 강조했습니다. 피살자의 유가족들이 단단히 결심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 저희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지난 방송에서 다루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이 있었는데요. 사건 발생 이후 북한 통일전선부가 한국 정부에 보낸 전통문에 대해 위원님께선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고영환 : 지난 9월 25일 노동당 통일전선부는 서해 한국 공무원 사살 사건과 관련, 한국 청와대 앞으로 통지문을 보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통지문에는 "귀측이 보도한 바와 같이 지난 22일 저녁 황해남도 강령군 금동리 연안 수역에서 정체 불명의 인원 1명이 우리측 영해에 침입하였다가 우리 군인들에 의해 사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는 귀측 군부가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불법 침입자 단속과 단속 과정 해명에 대한 요구도 없이 일방적인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등과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 깊은 표현들을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국무위원장 동지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 커녕 우리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한 실망감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통지문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우선 청와대 앞으로 통지문을 보내면 발송자를 국무위원회로 격을 맞춰야 하는데 통전부가 보냈다는 것은 외교적으로 봤을 때 형식상 결례입니다. 또한 사과문이라고 하면서 한국 군부를 항해 "불경스럽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을 보면 사과문이라기보다는 협박문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공무원을 사살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대단히 미안하다고 한 사실을 왜 중앙방송이나 중앙텔레비젼 같은 데 공개하지 않는지하는 점입니다. 엄청난 긴장을 조성할 살인을 저질러 놓고 이를 왜 북한 주민들에게는 알리지 않는지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지 묻고 싶습니다.

목용재: 한국 공무원이 서해상에서 북한에 의해 피격 당해 사망한 지 벌써 한달이 지났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여전히 한국 정부와의 공동조사 작업에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대남 통지문을 통해 사과의 의사를 밝힌 것이 진심이라면 하루빨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북한 당국이 적극 나서야 할 것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