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지난 해 남북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남북 정상은 금강산 관광을 정상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내 한국 측의 시설 등 자산을 모두 철거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에 대해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현지지도를 하면서 한국 측 시설 등 자산을 모두 철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했습니까?
고영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 시찰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한국 시설들을 한국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 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고 지난 23일 북한 노동신문 등이 보도했습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금 금강산이 마치 남북의 공유물처럼 남북관계의 상징, 축도처럼 돼 있고 남북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면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히 꾸려진 금강산에 한국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지만 우리의 명산인 금강산에 대한 관광사업을 한국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대해 우리 사람들이 공통된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목용재: 이 같은 김 위원장 발언의 의도와 의미, 뭐라고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김 위원장의 금강산 관광 관련 발언은 김 위원장의 백두산 발언, 심지연 관광지구 시찰 발언의 연장선상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한 김 위원장의 발언의 핵심은 올해 말까지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이른바 새로운 셈법을 미국이 가지고 나오지 않는다면 북한은 자력갱생의 길로 나가면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것입니다. 금강산관광지구에서 김 위원장이 이번에 한 발언은 북한이 금강산 시설 철거라는 대남 강경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의미로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사실 금강산관광지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비준하고 실행한 사업이며 호텔, 면회소, 골프장, 식당 등 기반시설들을 한국 정부와 현대아산 같은 한국 기업들이 투자해 건설해 놓은 한국 측의 자산이기도 합니다. 금강산 관광 사업은 한국 관광객 박왕자 씨를 북한 초병이 사격해 사망하게 한 뒤 중단됐고 북한이 자의적으로 한국 시설들을 몰수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 왔습니다. 남북협력 사업의 상징인 금강산을 김정은 위원장이 불쑥 찾아와 “너절한 한국 시설들을 한국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라”고 하고 “금강산이 마치 남북의 공유물처럼 돼 있고 남북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고 말한 것은 미국에 제재를 풀지 않으면 북한 스스로 관광 사업을 통해 외화를 벌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입니다. 또한 한국 측에는 당신들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지 않으니 북한 자체로 관광을 시작하겠다는 식의 이른바 몰상식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한국 관광객들도 원하면 받아주겠다며 한국 측 해당 부문과의 협상의지를 밝힌 부분은 그나마 긍정적인 발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자면 한국과는 상대를 하지 않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중이 이번 발언에 실려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목용재: 북한이 금강산 관광 사업권을 한국의 민간 기업인 현대아산에 준 바 있는데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 등 다른 나라 기업들의 금강산 관광 사업 진출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고영환: 북한은 현재 백두산·삼지연 관광지구, 원산 갈마 관광지구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북한이 관광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관광 사업이 유엔 등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거의 유일한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북한 국가관광총국에 따르면 지난해 방북한 외국인 관광객은 20만 명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중국인이 90%에 달합니다.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중국인들의 방북이 지난해 대비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중국 당국이 발급한 통행증만으로도 북한을 다녀올 수 있을 만큼 절차가 간소화된 것도 중국 관광객 증가의 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광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 북한을 찾는 중국인들의 방문지가 평양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개성과 판문점, 금강산과 원산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관광 명소인 금강산을 방치하기 보다는 이를 새로 단장해 원산갈마지구와 연동시킨다면 더 많은 중국 및 외국인 관광객들을 받아들일 수 있고 외화도 더 많이 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 김정은 위원장의 구상인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김 위원장의 발언을 좀 더 살펴보면, 선대의 정책을 비판한 부분이 나옵니다. 이게 전임 실무자들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의미하는 것인지 모호한데요.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의 한국 측 시설 철거를 지시하면서 금강산 관광을 한국과 함께 진행한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비판했습니다. 여기서 말한 선임자들은 금강산 관광사업을 추진했던 당 통일전선부 관계자들을 지칭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 발언이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남정책을 정면 비판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자신 스스로를 백두혈통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백두혈통은 김일성 국가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 이어지는 것이고요. 북한에서 신격화되고 우상화 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판한다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혈통 자체,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런 해석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와 반대되는 분석도 있습니다. 금강산 관광 사업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결심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넓게 해석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선대 통치를 정면으로 비판했다고 할 수 있는 겁니다. 금강산 관광 사업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1998년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1001마리의 소를 이끌고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실현된 사업입니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사업을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라고 비판했으니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자신의 아버지의 정책을 비판한 셈이 된 겁니다. 과거에는 있을 수 없었던 일들이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목용재: 지난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정상화에 합의한 한국 정부는 매우 곤혹스러울 것 같은데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지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반응은 나왔습니까?
고영환: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의 한국 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는 북한 중앙통신의 보도와 관련해 한국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나 “통일부가 공식 입장을 냈다”며 “북한이 어떤 입장을 가졌는지, 향후 계획이 어떤지 명확히 분석하는 게 먼저고 협의할 수 있는 부분은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통일부는 “북측의 의도와 구체적인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며 “북측이 요청할 경우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남북합의 정신, 금강산 관광 재개와 활성화 차원에서 언제든지 (북측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금강산 관광의 직접적인 당사자라 할 수 있는 현대아산은 당혹스러운 분위기입니다. 현대아산은 “관광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보도에 당혹스럽지만 차분히 대응해 나가겠다”는 짧은 입장문을 지난 23일에 내놨습니다. 다만 김 위원장이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라는 표현을 쓴 것은 북측이 남측 시설물들의 철거를 일방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한국 당국과 해당 기업들은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목용재: 북한이 금강산 내 한국 측 시설 철거 문제를 논의하자는 통지문을 25일 한국 정부에 보냈습니다. 조만간 남북 당국이 협상장에서 마주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상황 자체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좋은 결과가 나올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 같습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잡아놓은 연말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2019년 남은 기간 동안 좋은 결과가 도출되길 기대해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