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인질외교 위해 한국·미국인 등 억류…억류자 문제 해결 시급”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최근 국제사회가 북한 비핵화 문제에 집중하다보니 북한에 의해 억류돼 있는 한국 국민, 탈북자 등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어진 분위기입니다. 오늘은 북한 내 억류자 문제와 관련해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뒤 사망한 미국인 오토 웜비어 씨의 가족이 한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웜비어 씨의 가족들이 왜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게 된 건가요?

고영환 : 지난 10월 30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는 북한 관광 중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가 사망한 오토 웜비어 씨 부모인 프레드 웜비어 씨와 신디 웜비어 씨가 오는 22일 '북한의 납치와 억류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을 위한 국제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고 밝혔습니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의 이미일 이사장은 북한 당국에 의한 납치와 억류 문제 해결을 위해 웜비어 가족과 한국 내 납북 피해자 가족들이 이 기회에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 3학년 학생이자 23세의 젊은 청년이었던 오토 웜비어 씨는 지난 2016년 1월 북한 관광 도중 북한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혐의로 북한 당국에 의해 체포돼 같은 해 3월 15년의 노동 교화형을 선고 받고 감옥 생활을 했습니다. 17개월 간 북한 감옥에 억류됐던 웜비어 씨는 미국 정부의 노력에 의해 2017년 6월 미국으로 송환됐으나 송환 당시 의식불명 상태였습니다. 웜비어 씨는 미국으로 돌아온 지 엿새 만에 병원에서 사망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웜비어 씨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로 호텔 안에 있던 북한 구호판을 만지며 떼는 듯한 영상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구호판 하나를 뗀다고, 또 더 나아가 훔치려고 했다 하더라도 이에 15년 형을 선고한 북한과 의식이 없는 상태로 송환된 웜비어 씨의 모습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웜비어 씨의 부모는 지난해 10월 북한 당국을 상대로 징벌적 손해 배상금과 위자료 등의 명목으로 11억 달러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미국의 연방 법원은 올해 1월 북한이 웜비어 씨의 가족에게 5억 113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목용재 : 최근 세계적인 관심이 미북관계에 쏠려있다보니 북한에 의한 억류자 문제 등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어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보도가 많이 되지 않은 소식이 있는데요. 지난 10월 중순 한국의 비정부기구, NGO가 미국 유엔 본부 앞에서 북한 억류자, 강제북송 문제와 관련해 집회를 열었다죠?

고영환 : 북한의 인권을 위해 싸우는 인권 운동가들과 탈북민들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유엔과 미국 정부에 북한 억류자 및 납북자 송환을 강력히 추진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북한 인권 운동가와 탈북민 17명은 지난 달 8일부터 17일까지 미국 뉴욕과 워싱턴 등에서 탈북난민북송중지 국제캠페인, 즉 깜빠니아를 진행했다고 지난 22일 밝혔습니다. 이들은 유엔 본부와 백악관 앞에서 차례로 집회를 열고 북한억류자석방촉구시민단체협의회와 6·25납북피해자대책위원회 등 44개 단체 명의의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행사 중간에 참석자들은 "중국 정부는 탈북난민의 강제북송을 중단하라", "유엔은 탈북난민 강제북송 중지에 적극 개입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집회에서 김정욱선교사후원회의 주동식 회장은 "북한이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등 3명의 선교사와 고현철 등 3명의 탈북민 등 6명을 억류하고 있다"며 "이들 6명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북한 동포들의 굶주림을 안타까워하며 국수 공장, 빵 공장을 운영하는 등의 활동으로 북한 주민들을 돕던 선량한 사람들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런데 그들은 간첩혐의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다"며 "북한의 주장대로 법률에 의해 정당한 절차에 따라 형을 집행했다면 왜 영사 접견권과 가족 면담, 전화 통화, 서신 교환 등 일체의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수감자에 대한 인권 조치들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고 북한 당국을 비판했습니다. 6.25 납북피해자대책위원회의 김규호 대표는 "전쟁 시기 납북돼 생사를 알 수 없는 분들이 10만여 명에 이른다"며 "6.25 전쟁 이후에도 국군포로와 납북 어부, KAL기 납북자 등 500여 명이 존재한다"고 하면서 이들의 귀환을 위해 유엔과 미국, 그리고 국제사회가 나서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목용재 : 그렇다면 북한이 억류하고 있는 한국인들은 현재 몇 명 정도 된다고 봐야하나요. 이들의 현재 상황에 대해 추가적으로 알려진 게 있습니까?

고영환 : 한국의 통일부 등 관계 당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은 공식적으로 7명입니다. 먼저 선교사 김정욱 씨, 김국기 씨, 최춘길 씨 등이 있습니다. 김정욱 선교사는 2013년, 김국기·최춘길 선교사는 2015년에 북한 당국에 의해 억류됐습니다. 4~6년 이상 북한에서 억류 생활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탈북민들은 고현철 씨 등 4명이 억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각각 2016년 5월과 2016년 3월경 북중 접경지역에서 납치됐습니다. 인터넷 매체 전문기자로 활동하던 탈북민의 경우 2017년 5월에 납치된 것으로 한국 당국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대다수는 현재 감옥 혹은 노동교화소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목용재 : 북한이 한국인이나 미국인 등을 장기간 억류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 북한이 한국인, 미국인 그리고 다른 외국인들을 체포한 후 중죄를 내리고 장기간 억류하는 데에는 여러 목적이 숨어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국이나 한국 사람들을 납치 또는 체포해 놓고 미북 혹은 남북 간 긴장이 조성되거나 평화 분위기가 조성될 경우 그들을 석방해 북한 자신의 몸값을 올리면서 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것입니다. 일종의 인질 외교를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일종의 외화벌이의 목적입니다. 외국인에게 말도 안 되는 혐의로 중형을 선고해 놓고는 필요할 경우 북한이 인도주의적인 나라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상대국에 인질을 풀어줘 그 대가를 챙기기 위한 것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17년에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석방하는 조건으로 치료비 명목의 200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신문은 "2017년 6월 13일 웜비어가 평양을 떠나기 수시간 전 조셉 윤 당시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의료비 청구서가 전달됐고 윤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전달된 지침에 따라 해당 청구서에 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23세의 청년에게 선전구호 한 개를 훔치려 했다고 15년 형을 선고하고 그 청년의 뇌가 손상될 정도로 고문해 의식 불명상태로 만들어놨습니다. 그러면서도 치료 대가로 200만 달러나 요구했습니다. 이는 21세기 현대 문명사회에서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 김정욱 씨의 경우 북한에 억류된 지 이제 만 6년이 넘었습니다. 이들을 집으로 송환하는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 북한에 의해 간첩 등의 혐의로 억류됐던 미국인들은 전직 미 대통령, 국무장관, 미 국가정보국장, 국회의원, 고위급 외교관 등 미국 정부의 전현직 고위 인사들이 평양에 들어가 협상을 한 것을 계기로 대부분 풀려났습니다. 그러나 한국인 억류자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 한국인들을 데려오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자국 국민들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가능한 모든 외교 경로를 활용해 납북 피해자의 석방을 위해 나서야 합니다. 미국 정부, 중국 정부, 유엔 등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조도 필요합니다. 또 다른 방법은 한국이 그동안 북한에 식량, 물자 등을 많이 지원해 왔는데 이를 지렛대로 한국 사람들을 석방시키는 방법입니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시해야 하는 것이 바로 국민의 생명 보호이고 인권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 지난해 잠시 남북관계가 개선됨에 따라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들이 곧 석방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현재로서는 남북관계가 더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요. 위원님 말씀처럼 한국 정부가 하루 빨리 현재 억류돼 있는 국민들이 풀려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길 바라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