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금지법’, 잘못된 시그널…남북관계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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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이 한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제 국무회의를 통해 공식적으로 해당 법안이 공포되는 절차만 남겨두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이 결국 한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해당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과정부터 설명해주십시오. 그리고 해당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탈북민 출신의 국회의원들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 같던데요.

고영환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이 남북 접경 지역에서 대북전단의 살포를 금지하는 내용의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을 처리했습니다. 한국 국회는 이날 저녁 본회의에서 재석 187명 중 찬성 187표로 동 개정안을 가결했습니다. 국회 300석 중 174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성향의 군소정당, 정의당은 찬성표를 던졌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습니다. 개정안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전단 살포 행위, 대북 확성기 방송 등 남북합의서 위반 행위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그러니까 약 2만 7000달러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법안이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김여정 하명법', 즉 김여정 제 1부부장이 지시를 내렸고 이를 집행하기 위한 법이라며 반대해왔습니다.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이 법안을 반대하는 내용으로 10시간에 걸친 발언을 진행했습니다. 태 의원은 "북한의 2천500만 명도 한국 국민이고 북한 주민에게도 알 권리가 있다"며 "북한에 있는 2천500만 명 주민의 알 권리를 배제하고 김정은 정권에만 장단을 맞추는 한국 정부가 말하는 정의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일 미국을 방문했는데요. 지난 11일 크리스 스미스 미 하원의원을 만나 한국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대북전단 금지법이 북한 인권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였고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을 만나 대북전단 금지 조치의 문제점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전달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습니다.

목용재 : 한국 내 탈북민, 북한인권단체 등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거셉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이와 관련된 입장을 내놨죠?

고영환 : 토마스 오헤야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 1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을 시행하기 전에 한국 내에 관련된 민주적 기관이 적절한 절차에 따라 개정안을 재고할 것을 권고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이번 개정안이 국제 인권표준에서 요구한 바와 같이 법에 의해 규정됐으며 한국 국회에서 민주적인 토론의 대상"이라며 여러 결점에 비추어 볼 때 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대북전단 금지법은 다양한 방면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관여하려는 많은 탈북민과 시민사회 단체의 활동에 엄격한 제한을 두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북한인권단체들은 해당 법안이 한국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향후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며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법안이 시행된다고 해도 대북전단을 보내는 것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발언했습니다.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은 해당 법안이 과잉 입법으로 인한 결과물이라고 주장하며 "한국 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공개적인 대북전단 살포의 경우 기존의 경찰관직무집행법을 적용하면 자제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북전단 금지법'이 한국 국회를 통과하자 대북 정보유입 관련 국제단체들도 한국 정부가 탈북민 단체를 차별하고 있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유입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국의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재단(HRF)'은 지난14일 성명을 통해 북한에 필수적인 정보를 보내는 활동을 범죄시하는 법안이 통과됐다며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께서는 해당 법안 자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탈북민들은 해당 법안으로 북한의 가족들에게 송금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던데요.

고영환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은 '대북전단 금지법'이 북한으로 유입되는 정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법안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광고선전물, 인쇄물, USB와 같은 보조기억장치, 금전, 재산상 이익이 되는 것 등의 살포를 금지한 부분에 대해 지적한 겁니다. 외부로부터의 정보 유입을 체제에 가장 큰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는 북한은 외부로부터 그 어떤 소식도 북한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을 통과시킨 한국 정부와 여당의 목표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든 대북 정보 유입을 차단해 북한을 다독여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보려는 데 있다고 평가합니다. 저는 이 법안이 외부의 소식을 북한 내부로 들여보내 북한 주민들이 현 시기 국제사회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한반도, 특히 한국 국민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으며 북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사실 그대로 알게 하게 하려는 북한인권단체, 국제인권단체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한국 정부는 해당 법안 통과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까?

고영환 :한국 외교부는 지난 15일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해 미국 일각에서 우려가 나오는 것과 관련, "국제사회와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미국 국회의원이 관련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개인적인 입장 표명"이라며 "한국 정부의 원칙적인 입장을 기본으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소통하는 노력을 계속해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정부로서는 인권을 타협할 수 없는 가치로서 어느 가치보다도 존중하고 있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지난 15일 '대북전단 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에 대해 남북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권이 표현의 자유보다 우선시 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통일부는 설명자료에서 "표현의 자유도 헌법상 권리지만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안전이라는 생명권에 우선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의 도발을 초래해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안전·재산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켜 국가안보를 저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께서는 '대북전단 금지법' 통과가 향후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고영환 :지난 6월 김여정 제 1 부부장이 직접 전단 살포에 강력히 반발하는 일련의 행위들을 보였습니다. 이후 한국 국회가 '대북전단 금지법'을 통과시켰죠. 이는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할 경우 한국 정부가 이를 수용한다는 전례를 만든 것 같아서 저는 개인적으로 분노하고 있습니다. 올해 6월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같은 도발을 통해 북한 지도부는 주민들 속의 대남적대감을 고취시키고 남북관계를 긴장시켜 체제 유지에 활용한 것이 사실이라고 봅니다.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하면 한국이 저자세를 취한다는 사실도 북한이 덤으로 알게 됐습니다. 저는 한국이 대북전단을 법적인 차원으로 막아섰다고 해서 북한이 남북관계를 개선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그들의 필요에 따라 남북관계를 악용해 왔습니다. 향후 북한은 한국을 자신들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하려 할 것이며 이는 장기적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목용재: 위원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대북전단 금지법' 자체는 북한에 좋지 않은 시그널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하면 한국 정부와 여당이 이를 수용하는 좋지 않은 선례가 만들어졌으니까요. 이렇게 되면 한국 정부, 여당이 지속적으로 북한 당국의 의도에 끌려다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해당 법안 자체의 정교함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한국 내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눈과 귀를 틀어막는 이 법안이 향후 어떤 평가를 받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