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크리스마스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언급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고강도 도발이 될지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연말에 한국, 일본, 중국 간 굵직한 외교 일정들도 예정돼 있는데요.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북한은 이달 초 ‘크리스마스 선물’을 언급하며 도발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다음 주면 크리스마스인데요. 위원님께서는 북한의 실제 도발 가능성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먼저 미국 측의 전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찰스 브라운 미 태평양공군사령관은 지난 17일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북한이 미국에 보낼 것이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이겠냐는 질문에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일종일 것”이라면서 “그것이 크리스마스 이브 혹은 크리스마스 당일에 배달되느냐, 혹은 신년 이후에 배달되는냐는 단지 시간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미군 고위 관계자가 미군의 정보 분석을 토대로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도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기 때문에 주목됩니다. 다만 브라운 사령관은 “다양한 것들이 일어날 수 있다”며 “북한이 스스로 선언한 모라토리엄, 즉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의 일시 중단을 해제하고 당장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해 도발 국면으로 전환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습니다. 북한 측 태도도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9일 ‘위성 발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이 지난 16일 서창 위성발사센터에서 2개의 북두항법위성을 쏴 올렸다”며 “이로써 모든 중거리 지구 궤도 위성들이 전부 발사되었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노동신문은 또 다른 기사에서는 “러시아 전략로켓군 사령관은 2019년 말 현재 전략로켓군에서 현대적인 미사일 종합체가 차지하는 몫이 76%이며 이것을 2024년까지 100%로 끌어올릴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이 북핵문제의
‘연말시한’을 앞두고 ‘새로운 길’의 선택 가능성을 언급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위성 발사와 러시아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소식들을 전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북한이 연말이 다가오면서 미국을 향해서는 ‘말폭탄’들을 쏟아 내고 대내적으로는 자력 번영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아 북한이 올해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인공위성, 혹은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
목용재: 북한이 크리스마스를 전후로는 실제 도발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죠?
고영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정한 이른바 ‘연말시한’을 앞두고 당, 정, 군, 외곽단체 등을 총동원해 대미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이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중대한 군사적 도발을 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가 앞에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북한이 처한 대내외 시정으로 인해 북한이 실제로 도발을 감행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한국의 통일정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통일부 기자단 초청 간담회’에서 “북한은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오는 24일 한·일·중 정상회담 전후 또는 연말에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통일연구원은 “연말에 한·일·중 정상이 모여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밝힐 가능성이 있는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중국의 입장이 매우 난처해진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도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으로 지난 두 달 간의 동창리를 분석한 내용을 발표하면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경고한 북한이 동창리에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곳에서 인공위성 발사가 준비되고 있다는 징후는 없다”고 지난 17일 밝혔습니다. 38노스는 “북한이 만약 정말로 위성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면 관련 징후들이 며칠 내에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인공 위성 발사 문제는 크리스마스 전에 미북이 협상자리에 마주 앉을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만일 협상이 진행되면 도발은 뒤로 미뤄지겠지만 협상이 없다면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미사일 등 도발이 진행될 것이라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평가입니다.
목용재: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국과 일본, 중국을 방문했는데요. 이번에 한중일을 방문한 비건 대표의 행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최근 한, 일, 중을 잇달아 방문했습니다. 비건 대표는 지난 16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 수석대표협의를 가진 뒤 기자회견을 통해 “카운터파트, 즉 우리의 북한측 대화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말하겠다”며 “지금은 일을 할 때이고 이를 완수하자. 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들은 우리를 어떻게 접촉할지를 안다”라고 북한에 직접적인 회동을 제안했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후 비건 대표는 일본을 재방문해 북한 비핵화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한일 방문을 마친 비건 대표는 지난 19∼20일 이틀 간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비건 대표는 이번 방중 기간 뤄자오후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 등과 만나 북한이 ‘연말 시한’을 앞두고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대화를 통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북한의 우방인 중국의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비건 대표는 한국 방문 기간 동안 북한과의 ‘판문점 접촉’이 불발된 상황에서 한국, 일본, 중국 등과 협의해 비핵화를 위한 미북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외교 활동을 펼친 것으로 평가합니다. 특히 그의 중국 방문은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마련, 제재 완화를 위한 행동을 시작한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라 중러의 대북제재 공조 이탈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목용재: 다음 주에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3국 간의 양자 정상회담도 열릴 예정입니다. 북한과 관련된 어떤 문제들이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열리는 한, 일, 중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3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한국 청와대가 지난 19일 발표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제8차 한, 일, 중 정상회의에 참석차 23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합니다. 문 대통령은 청두 방문 직전 베이징에 들러 시 주석과 회담합니다. 또한 한, 일, 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문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오는 24일 만나 단독 정상회담도 갖습니다. 지난해 9월 이후 15개월만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면 오는 23~24일 이틀 간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들을 연쇄적으로 만난다는 것입니다. 청두에서 한, 일, 중 정상들은 한, 일, 중 삼국 간의 친선 협조관계도 논의하겠지만 연말이 다가오면서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미북관계 문제, 북한 비핵화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목용재: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도 한중일 정상회담과 맞물린 시점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의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이미 12월 하순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특징적인 것은 북한이 전원회의를 한다고 예고하는 경우 항상 전원회의 소집 날짜를 밝혔는데 이번에는 명확한 일시를 밝히지 않았다는 겁니다. 저는 북한이 회의 날짜를 정하지 않은 것은 크리스마스 전까지 미국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오는 것을 보아가면서 회의 안건이나 중요 결정들을 내리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이전에는 제재를 완화시키지 않겠다고 하고 있으며 북한도 노동신문 등 주요 선전매체들을 동원하여 자력부흥, 자력자강, 자력번영이라는 용어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보면 미국이 상징적으로 대북제재 일부를 완화한다고 해도 북한은 핵개발,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강화하고 북한 자체의 힘으로 경제도 발전시키겠다는 결의를 전원회의에서 다질 것으로 판단합니다.
목용재: 위원님께서 말씀하셨다시피 북한이 자력부흥, 자력자강, 자력번영이라는 구호를 최근들어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이미 자체적으로는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아닐지 우려되는데요. 북한과 직접 대화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중국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특별한 성과 없이 귀국했습니다. 아직 연말까지 시간이 조금 더 남아있는데요. 북한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기대해보겠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