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 지도부가 남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하루 전 평양에서 대규모 건군절 행사를 갖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먼저 이 질문부터 드리죠. 북한이 건군절 날짜를 바꿨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고영환: 북한 노동당 정치국은 지난 23일 노동신문에 2월 8일을 조선인민군 창건일로, 4월 25일은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로 하겠다는 결정서를 발표했습니다. 1948년 2월 8일을 기준으로 하면 올해가 바로 북한군 창건 70주년이 됩니다.
김일성 시기 북한은 정규군이 조직됐던 1948년 2월 8일을 인민군 창건일로 정하고 기념해 왔습니다. 그러나 김정일 시대에 들어와 김일성 우상화가 최고조에 이른 후 김정일은 1978년에 김일성이 이른바 ‘항일 빨치산’을 만들었다는 1932년 4월 25일로 북한군 창건일을 바꿨습니다. 그런데 김정일이 만들었던 북한군 창건일을 그 아들 김정은이 또다시 변경한 것입니다.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바란다고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밝혔는데 2월 8일을 북한군 창건일로 바꾸고 이를 경축하기 위한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들이 속속 공개되면서 북한이 과연 무엇을 얻어내려고 하는가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외교관을 지낸 저도 김정일의 유훈을 철저히 지켜나가겠다고 반복해서 말해 오던 김정은이 왜 북한군 창건일을 굳이 바꾸어 북한 주민들을 혼돈에 빠지게 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확실한 것은 김정은이 이제는 김일성, 김정일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색깔로 북한을 통치하려 한다는 점입니다. 김정일이 북한군 창건일을 4월 25일로 만들었다면 나름대로 그 이유가 충분히 있었겠는데, 김정은이 4월 25일 명절을 2.8절 명절로 바꾸는 것을 보고 김일성과 김정일이 살아 있으면 무엇이라고 말할까 잠시 상상해 보게 됩니다.
박성우: 북한은 건군절을 기념해서 대규모 열병식도 가질 예정입니다. 그런데 이 행사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일 하루 전에 열리죠. 우연의 일치일까요? 아니면 의도한 바가 있다고 보시나요?
고영환: 앞에서도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 당 정치국은 군 창건일을 4월 25일에서 2월 8일로 바꾸면서 이를 경축하기 위한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의 소식통은 지난 23일 "현재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병력 1만3천여명과 장비 200여대가 동원된 가운데 군 열병식 예행 연습을 하는 정황이 식별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신문들은 위성사진에서 찍힌 미림비행장 사진들을 공개하였고 저도 그 사진을 보았는데 확실하게 열병식 준비를 하는 모양새였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달 말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초기에는 북한군 병력 1만2천여명과 군사 장비 50여대가 위성에 식별되었는데, 1월 중순에 들어와서는 북한군 병력은 1천여명, 탱크 등 군사 장비는 150여대가 각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고, SU(수호이)-25 전투기와 AN-2(아엔뚜바) 침투기 등 항공기들이 비행 연습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한국의 관계 당국은 북한이 이번 군사 열병식에 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5'형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3'형 등 전략무기들을 참가시킬지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고 김정은도 '국가 핵무력 완성'을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창군 70주년에 즈음하여 진행하는 이번 군사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전략무기를 선보일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열병식이 평창 겨울철 올림픽이 열리는 바로 전날에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신년사에서는 평창올림픽이 성과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하였는데, 올림픽이 열리는 바로 전날에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하는 것은 무엇인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힘들다는 의미가 됩니다. 만일 2.8절 군사 열병식에 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들이 동원된다면 말로는 평창올림픽이 평화적인 올림픽이 되기를 바란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북한이 한국과 전세계 앞에 자신의 호전성을 과시하려는 의미로 읽혀질 수 있습니다. 북한은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한국 정부의 입장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한국과 세계 일각에서는 북한이 과거처럼 열병식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전략무기를 대거 선보일 경우 어렵게 조성된 평화 올림픽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우려에 한국 정부는 북한의 창군절 날짜 변경과 평창올림픽 개막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인민군 창건일이 공교롭게 평창올림픽 개막식 전날과 날짜가 겹치지만, 이는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예술단의 공연 날짜 역시 북한군 창군절과는 별개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당초 올림픽 개막일인 2월 9일을 공연일로 원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와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개막식 전날인 2월 8일로 공연 날짜를 바꿨다는 것입니다.
백태현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장애인대회(패럴림픽)가 한반도의 평화를 다지고, 나아가 전 세계의 평화와 협력을 증진해 나갈 수 있도록 국민들과 함께, 국제사회와 함께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하여 대변인은 열병식을 하기 전에 한국 정부 차원의 우려를 표명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여러 가지를 고려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북한군이 창설된 것은 1948년 2월 8일이지만, 김정일은 1978년부터 김일성이 이른바 ‘항일 유격대’를 조직하였다는 1932년 4월 25일을 창군절로 정하고 지난해까지 이 날짜에 군대가 명절을 쇠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3일 당 정치국이 이를 다시 “2월 8일이 북한군 창건일이다”라고 바꾸어 버린 것입니다. 군대 창건일이 이렇게 2번이나 바뀌는 나라는 이 세상에 없었습니다.
북한이 군 창건일을 바꾸든 안 바꾸든 상관이 없지만, 문제는 북한의 새로 정한 창군절이 공교롭게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하루 전이라는 점입니다. 평창 올림픽을 축하한다는 북한 예술단의 공연도 바로 이날 남 강원도 강릉에서 열립니다. ‘참외밭에서 신발 끈을 매지 말라’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저는 세계인들의 평화 축제인 겨울철 평창올림픽 전야에 북한이 오해받을 일을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박성우: 미국의 입장은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만 놓고 보자면 여전히 강경합니다. 어떻게 평가하셨습니까?
고영환: 워싱턴 포스트와 로이터 통신 등은 지난 23일 미 백악관 고위 간부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김정은이 평창올림픽의 메시지를 납치하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 간부는 "펜스 부통령이 동계올림픽에 가는 중요한 이유는 사실에 기반해 북한에 반박하기 위한 것이며 펜스 부통령이 세계 무대에서 진실을 이야기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평창올림픽을 선전장으로 이용하려 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은 이 무대를 북한 정권의 만행을 고발하는 무대로 이용하려 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3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면서 동시에 성공적 대화라는 환상을 만들어 내거나 현상 유지를 하려는 북한의 술책에 속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북한의 평화공세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전략에 다시는 휘둘리지 않고 압박을 지속하여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 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합니다.
박성우: “참외밭에서 신발 끈을 매지 말라”는 속담을 인용하셨는데요. 현 상황에서 북한 지도부에 전할 수 있는 적절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