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의 탈북민이 한국에 정착해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조성길 전 이탈리아주재 북한 대사관 대사대리와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인사인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 외교관들의 이탈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지난 2019년에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 대사대리 외에도 다른 외교관이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소식 전해주시죠.
고영환 :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대사대리를 맡았던 고위 북한 외교관이 탈북했습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 북한 용어로는 임시대리대사가 가족과 함께 1년 여 전 비밀리에 한국으로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장승길 전 이집트 주재 북한대사가 탈북한 이후 또다시 고위급 외교관이 탈북한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참사관으로 근무하던 중 2017년 9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2371호에 따라 서창식 전 북한 대사가 현지에서 추방되면서 대사대리를 맡았습니다. 그러다가 2019년 근무지인 쿠웨이트 현지에서 아내와 자식을 모두 데리고 탈북했습니다. 2019년 9월 한국으로 들어온 뒤 1년 동안 외부와 접촉을 삼갔다는 류 전 대사대리는 "부모로서 자식에게 더 좋은 미래를 선물해주고 싶어 탈북을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아내는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과정까지 마치고 평양 소재 연구기관에서 근무하기도 한 북한의 골간입니다. 더 놀라운 점은 류 전 대사대리의 장인, 즉 가시아버지는 북한에서 노동당 39호실장을 지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측근 중 측근이었던 전일춘입니다. 전일춘은 김정일 위원장과 평양 남산고급중학교 동창생으로 김정일, 김정은 위원장의 비자금을 2대에 걸쳐 관리해온 김 부자의 '금고지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일, 김정은 위원장 금고지기의 사위, 그리고 현직 북한대사관 대사대리가 망명한 사건은 북한 체제가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목용재 : 류현우 대사대리는 중동에서 북한 거점 역할을 하는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탈출했는데요.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관이 해당 지역에서 하고 있는 역할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관은 걸프만과 중동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대사관입니다. 주변 카타르, 아랍에미레이트, 바레인, 오만 등 국가들과의 외교를 겸임하며 주변에 있는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 국가들의 정세파악도 해야 하는 등 외교 및 무역 업무가 많은 대사관입니다. 청취자분들도 아시다시피 중동지역은 분쟁이 많아 무기 수요가 많은 지역이며 북한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부터 이 지역에 재래식 무기들을 판매하며 많은 외화를 벌어 왔습니다. 결론적으로 쿠웨이트는 북한의 대 중동, 아프리카 외교의 거점 국가 중 하나이며 북한 외화벌이의 주요 기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목용재 :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 외교관들의 이탈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고 이 같은 상황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 류 전 대사대리는 평양외국어대학 아랍어과를 졸업했습니다. 저도 같은 대학 프랑스어과를 졸업했습니다. 류 대사대리와 비슷한 시기에 한국으로 망명해 온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 대사대리도 평양외국어대학 프랑스어과를 졸업했습니다. 외무성에서 근무하고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내다가 한국으로 와 국회의원을 하고 있는 태영호 의원은 저하고 같은 학교인 평양외국어학원을 졸업했습니다. 물론 이들 모두는 저의 외무성 후배들입니다. 대북제재 장기화와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전염병에 따른 북한의 모든 국경 봉쇄 조치로 북한의 경제난이 심화됐고 또 이들의 망명 사건도 벌어지면서 북한의 당, 정,군 간부들이 북한 체제에 염증을 느끼고 좌절하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북한 외교관들의 연이은 탈북은 우선 김정은식 공포통치가 심해지고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북한 간부들이 김정은 체제에 커다란 좌절감과 혐오감을 느끼고 있는다는 점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핵개발에만 몰두하면서 인민들의 의식주 생활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북한 체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고 여기에 장성택,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등 간부들에 대한 처형과 숙청까지 강화되는 추세여서 이들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믿음을 버린 것 같습니다. 외교관 자녀들이 외국, 한국 영화를 보거나 선진 세계 문물을 접하면서 생각들이 바뀌고 그래서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으려 해 부모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여기에 과중한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로 탈북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북한 체제에 대한 불안과 불만, 가혹한 처벌과 자녀들의 교육 문제들이 북한 외교관의 탈북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이 한일 외교장관과 통화를 했죠?
고영환 :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지난 26일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첫 외교책임자로 취임했습니다. 미국 상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 동의안을 다수의 찬성으로 통과시켰습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당시 바이든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거쳐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인물입니다. 인준 다음날인 지난 27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한국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강경화 장관은 한미 관계와 한반도 문제에 이해가 깊은 블링컨 장관이 취임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는 축하의 말을 전했고 블링컨 장관은 임기 중 한미동맹을 더 굳건히 발전시켜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양국 장관들은 북핵 문제 해결의 시급성에 공감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미 양국 간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27일 일본 외무상과도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양측은 미일동맹을 한층 강화하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뜻을 함께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의 전통적인 동맹국들과 관계를 깊게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목용재 : 미국의 외교진용이 갖춰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고영환 : 바이든 미 대통령의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한국계 대북전문가 정 박, 한국명 박정현이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로 임명됐습니다. 그는 2017년 9월부터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를 지냈습니다. 주한미국대사와 대북정책특별대표, 동아태 부차관보를 지낸 성 김의 경우 현재 동아태 차관보 대행에 지명돼 있습니다. 성 김 대행이 동아태 차관보에 지명될지도 관심사입니다. 이렇게 되면 동아태 차관보와 부차관보 둘다 한국계가 인사가 되는 셈입니다. 이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을 지낸 웬디 셔먼을 국무부 이인자인 부장관에 지명했습니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총괄하는 백악관 조정관에는 동아태 차관보를 지낸 커트 캠벨이 낙점됐습니다. 이들 모두는 한반도와 북한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들입니다. 한국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외교수장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의회 인준을 마친 것을 환영했습니다. 외교부는 지난 27일 대변인 논평에서 "한국 정부는 한미관계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이해가 깊고, 풍부한 경험과 탁월한 리더십을 갖춘 블링컨 국무장관의 취임을 계기로 한미 동맹이 더욱 굳건히 발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한반도 사안에 밝은 인사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요직에 앉으면서 한미동맹은 한층 강화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이에 북한 외교지도부는 많은 긴장을 하고 있으리라 판단이 됩니다.
목용재: 북한의 외교관은 북한 바깥으로 나와 지내면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만큼 당과 국가에 대한 충성이 보장된 인물이 뽑힙니다. 이렇게 검증 받은 인사들조차도 북한을 이탈해 한국에 정착한다는 사실은 많은 시사점을 남기고 있습니다. 북한을 대표하는 외교관들이 왜 탈북을 하고 있는지 북한 당국은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