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최근 한국 정부가 북한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한국 정치권은 이에 대한 논란으로 떠들썩한데요.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을 모시고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한국 정부가 북한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죠. 이런 의혹이 왜 나오게 됐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한국의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와 관련한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 즉 사무원들이 지난해12월 감사원 감사관과의 면담이 잡히면서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 등과 관련된 자료 530건을 지우거나 이에 관여한 혐의를 받아 관련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 1월 29일 한국 검찰 등에 따르면 당시 삭제된 530건의 자료 목록에 '북한 원전, 즉 원자력 발전소 건설 및 남북 에네르기 협력' 관련 문건 파일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국 검찰은 당시 삭제된 문건에 '북한 원전 추진'의 줄임말로 보이는 '북원추'라는 이름의 문서 저장소 등에 북한 전력 기반시설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 과제나 북한 전력산업 현황, 독일 통합사례 관련 문서 등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해당 문서들의 작성 날짜로 추정되는 시기는 지난 2018년 1차 남북 정상회담과 2차 남북 정상회담 사이의 기간입니다.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국 내에서는 정부가 국내에선 탈원전, 즉 원자력발전소 폐기 정책을 추진하면서 북한에는 원전 건설을 추진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목용재 : 이번 의혹 제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등 한국 내 야당들인데요. 이들 야당들의 비판이 거셉니다. 대북 원전제공, 어떤 문제가 있길래 야당들이 이렇게 거센 반발을 하고 있는 겁니까?
고영환 : 한국의 제 1 야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3일 '북한 원전 추진 의혹'의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며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국민의힘은 다른 야당인 국민의당과 공동으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원전 건설 문건 의혹 관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양당은 국정조사 요구서에서 "북한 원전 건설 문건, 시민단체 사찰 의혹,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등 탈원전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실체를 신속하게 규명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의 야당들과 한국 사회 일각이 반발하고 있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집권 이후 한국에서는 원자력발전소들을 장기적으로 폐기하고 건설 중이거나 건설된 지 오래된 일부 원자력발전소들의 가동을 중지하는 이른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북한에는 원자력발전소들을 건설하려 했다는 것 때문입니다.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인 NPT에서 탈퇴하고 핵무기들을 개발해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에 모든 핵 프로그램과 핵무기들을 폐기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한국형 원자력발전소들을 운용하면서 핵무기들을 확대할 수 있어 우려가 제기되는 겁니다. 특히 한국 안보에 치명적인 핵 물질들을 추출할 수 있는 원자력발전소를 한국이 건설해주려 하거나 혹은 시도하였을 가능성에 한국 야당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목용재 : 이번 논란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이 궁금하고요. 위원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커져 가고 있는 가운에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북한 원전 건설 문건' 관련 자료 일부를 공개했습니다. 산업부가 공개한 자료는 '북한 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이라는 제목의 6쪽짜리, 즉 6페이지짜리 문건입니다. 공개된 보고서 첫 부분에는 "향후 북한 지역에 원전 건설을 추진할 경우 가능한 대안과 관련한 내부 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보고서 내용을 보면 제1안은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부지인 함경남도 금호지구에 원전 2기와 사용 후 핵연료저장고를 건설하는 방안, 2안은 비무장지대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 3안은 백지화한 한국 내 신한울 3, 4호기 원전을 건설한 후 북한으로 송전하는 방안들이 적혀 있습니다. 산업부는 이와 관련해 담당자가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자료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북한 외교부에서 정책 작성을 해 보았고 한국연구기관에서 보고서를 작성해 본 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면 한국 정부의 해명이 쉽게 납득이 안됩니다. 우선 한국 문재인 정부가 이른바 원자력 전력 생산에서 벗어나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던 시기, 그리고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되던 시기에 해당 문건이 만들어졌습니다. 동 보고서의 형식이나 내용의 경우 1명의 서기관, 북한으로 치면 중앙 성, 위원회 담당지도원이나 과장급의 생각 차원에서 작성됐다고 보기엔 질적으로나 형식적으로나 잘 정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해당 문건이 내부적으로만 검토한 수준의 보고서는 아니라는 느낌이 듭니다.
목용재 :한국방송공사, KBS가 평양지국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주에 확인됐는데요. 이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한국방송공사 KBS가 최근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면서 20억 원, 약 200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북한 평양에 KBS지국을 개설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지난 1일 알려졌습니다.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실이 입수한 KBS의 '2021년 1월 텔레비전 방송 수신료 조정안' 자료에 따르면 KBS는 지난 달 말 내놓은 중장기 계획안을 내놓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평양지국 개설 추진'이었습니다. 지국 건립 이유는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실 보도를 위해 평양 지국 개설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저는 북한이 한국방송의 평양 지국 건립을 허가하지도 않을뿐더러 설사 방송지국이 설립되더라도 객관적인 보도가 이루어질지에 굉장히 회의적입니다. 현재 평양에 있는 중국 신화통신까지도 북한이 제공해 주는 화면이나 북한의 기사를 전송해 주는 역할에 그치고 있습니다. 한국방송의 평양 지국이 설립된다 하더라도 북한 당국이 쓰라고 하는 것만 보도하는 매체 중 하나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한국 국방부의 최신 국방백서가 이번에 나왔죠? 이 백서에는 북한군이 미사일부대를 늘리고 특수작전군을 강화한 것으로 나와있는데요. 이에 대한 소개와 평가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한국 국방부가 지난 2년간 달라진 북한군 동향 등을 기록한 '2020 국방백서'를 발간했다고 지난 2일 밝혔습니다. 백서에 따르면 북한군은 전략군 산하의 미사일여단을 13개로 증편했습니다. 북한은 미사일여단을 4개 더 늘렸습니다. 이는 북한이 각종 미사일들을 보유한 부대들을 추가로 편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백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50여kg 보유하고 있다", "고농축우라늄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 "핵무기 소형화 능력이 상당한 수준이다"라는 등과 같은 평가를 했습니다. 백서는 북한군이 특수전부대의 위상을 강화하고자 특수작전군을 독립적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특수작전군 산하에는 11군단, 특수작전대대, 전방군단의 경보병 사단 및 여단, 저격여단, 해군과 항공 저격여단 등이 들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북한에서 외교관을 하다가 서울에 와서 하나 크게 놀란 것이 있는데요. 북한에 있을 땐 한국은 말 그대로 전쟁만 생각하는 나라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전쟁을 원하는 사람을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는 겁니다. 지난 해 말 기준으로 한국은 이탈리아 1인당 국민 소득 수준을 넘어 세계 7대 강국으로 부상하고 이제 전 국민이 말 그대로 먹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모든 게 없어지는 것이 분명한 전쟁을 누구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나라의 방위력을 강화한다고 막대한 돈을 핵무기와 미사일 그리고 군대의 현대화에 쏟아 붓고 있습니다. 이런 돈이면 북한 주민들이 하루 세끼 밥을 먹을 만할 것이라고 봅니다.
목용재: 이번 주 한국은 대북원전 제공과 관련한 논란으로 떠들썩했습니다. 일단 한국이나 국제사회가 북한에 원전을 제공하려면 북한이 NPT에 복귀해야 하고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사찰까지 수용해야 합니다. 또한 미국과의 협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도 선결 조건입니다. 이와 관련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께서 수고해 주셨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위원님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