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이 시작됐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평창 동계 올림픽이 9일 시작됐습니다. 오는 25일까지 계속되는데요. 경기도 중요하지만, 아마 북한에 계시는 우리 청취자들께서는 이 소식에도 큰 관심을 가지실 것 같습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북측 고위급 대표단의 일원으로 남한에 도착했죠.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한국에서 하계 올림픽이 1988년에 열린 지 딱 30년만인 올해 2월 9일부터 남강원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시작됐습니다.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평창 올림픽을 축하한다고 하였고, 그 일환으로 김영남 최고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축하 사절단이 9일 전용기편으로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특이한 것은 고위급 대표단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단원으로 같이 왔다는 점입니다. 물론 최휘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도 같이 왔지만, 세계의 관심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에 쏠려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지난 7일 북한의 대표단 명단을 발표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축하하기 위한 방문이라는 취지에 부합되게 당, 정부, 체육계 관련 인사로 의미 있게 구성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영남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9일부터 11일까지 한국을 방문합니다. 이 대표단은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고 10일에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오찬을 같이할 것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이번에 김영남이 오고 더군다나 김일성의 직계 자손이 서울에 온다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김영남이 북한 대표단 단장으로 서울에 오지만, 김영남도 김정은과 과감하고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 세상은 그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김여정은 김정은과 가감 없이 통할 수 있는 중요한 인물이고, 그가 김정은의 말을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할 수 있어 세상의 이목이 그녀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김여정을 서울에 보낸 것은 우선은 자신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을 보냈으니 자신은 평창 올림픽을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고 말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으로는 김여정을 한국에 보냄으로써 세계의 이목을 김씨 일가에 집중하도록 하고 평창 올림픽을 한 번 제대로 흔들어 보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박성우: 김여정이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할 가능성을 언급하셨습니다. 그만큼 김여정이 중요한 인물이라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할 텐데요. 먼저, 북한 정권 내 김여정의 위치를 설명해 주시고요. 김여정이 실제로 특사 역할을 할 가능성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고영환: 북한은 지난 7일 동계 올림픽에 참가하는 축하 사절단 단장과 단원의 명단을 남한에 통보하면서 김여정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으로 호칭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김여정이 선전선동부 제 1부부장이 되었다는 분석들이 나왔었는데 그것이 확인된 것입니다. 그녀는 2014년도에 당 중앙위원회 선전부 부부장에 임명되면서 권력 상층부에 진입했고, 2017년 10월 당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올랐습니다. 바로 이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김여정은 김정일 시기 그의 누이동생 김경희 비서의 권한보다 더 큰 권력을 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북한 권력서열 2위가 바로 그녀라는 의미입니다. 한국 국정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여정이 간부들의 사소한 실수도 용서하지 않고 수시로 처벌하는 등 권력남용 행태를 보인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평창 겨울 올림픽을 계기로 내려오는 북한 대표단이 김정은 당 위원장의 입장을 담은 친서를 전달할 경우 그 내용에 따라 대북 특사를 파견하는 방안을 한국의 청와대가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김여정 1부부장보다는 평창 겨울 올림픽 축하 대표단 단장인 김영남이 김정은의 친서 혹은 구두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봅니다. 만일 김여정이 친서를 전달한다면 말 그대로 북한은 김정은 남매가 통치한다는 것을 전세계에 확인시켜 주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입니다.
박성우: 올림픽 개막 하루 전에는 평양에서 이른바 '건군' 70주년을 기념하는 열병식이 열렸죠. 그런데 외신 기자를 부르지도 않았고, 생중계를 하지도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북한은 지난 8일 김일성광장에서 건군 70주년을 기념하는 열병식을 진행했습니다. 열병식은 오전 11시30분부터 약 1시간 30~40분 가량 진행되었습니다. 2017년 4월 열병식은 2시간 50분가량 진행되었는데, 이보다 한 시간 이상 축소된 셈입니다. 이번 2.8절 열병식은 현장 중계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북한은 당일 오후 5시30분부터 녹화 중계로 열병식 장면을 방송했습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생중계를 안 한 건 이례적이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열병식을 체제 선전용으로 활용해왔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김정은 체제 이후 진행한 5차례 열병식에 외신을 초청하고 행사를 실시간으로 중계했습니다. 북한이 이번 열병식 규모를 축소하고 현장 중계를 하지 않는 등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을 두고 한국과 세계 일각에서는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한반도 대화 국면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한국에는 평화 혹은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반대로 미국에는 '우리는 미국을 언제 어디서든지 공격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이번 열병식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들이 등장하는 등 내용적 측면에서는 변화한 게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북한이 한국에는 유화적인 모습을 미국에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전형적인 이중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하나 더 여쭤보겠습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도 8일 한국에 왔죠. 그런데 9일 평창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평택을 찾았습니다. 천안함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는데요. 이건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펜스 부통령이 평창 올림픽 개막 전날인 지난 8일 한국에 입국하여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고 그와 만찬을 진행했습니다.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펜스 부통령은 "미국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압박을 앞으로 계속해서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노력을 경주할 것이며 북한이 영구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북한 핵무기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그날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펜스 부통령은 평창 올림픽 개막일인 9일 오전에는 천안함이 있는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의 서해 수호관을 방문했습니다. 여기에서 탈북자 4명과 면담하면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북한이 평화 시기에 도적같이 몰래 숨어들어 와 침몰시킨 천안함을 탈북자들과 함께 찾아 북한의 인권 탄압을 강조한 것은 미국이 북한에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그리고 북한 지도부에 어떠한 신호를 보내고 싶어 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게 합니다.
펜스 부통령의 한국 방문, 문 대통령과의 만남, 평택해군 기지 참관, 탈북자들과의 만남 등을 보면서 저는 미국이 현재로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때까지 최대의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는 점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북한이 이번 평창 올림픽을 북한의 영상 개선 기회로 활용하여 현재의 난국에서 탈피하려 들겠지만, 핵을 폐기하기 전에는 이런 나쁜 영상이 없어지기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박성우: 요즘 한국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포함해 보수진영에서는 북한의 이른바 '위장 평화공세'에 한국 정부가 속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연일 강조하고 있는데요. 올림픽이 끝난 후에 북한의 행보를 지켜보면 요즘 북한의 행동들이 '위장 평화공세'였는지 아닌지 드러나게 되겠지요. 그래서 올림픽 이후 한반도 정국에 사람들의 더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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