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하노이 실무협상을 주목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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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의 의제를 놓고 양측이 막판 조율을 시도합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정상회담이 오는 27일 베트남에서 열릴 예정이죠.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양측은 아직도 의제 조율을 덜 끝낸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왜 이렇다고 보시나요?

고영환: 지난 20일 김혁철 북한 대미특별대표와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지인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했습니다. 비건과 김혁철은 이미 지난 2월 6-8일 사이에 평양에서 만나 제1차 미북 실무협상을 한 바 있습니다. 그 두 사람이 약 2주 만에 다시 하노이에서 만나 2차 미북 정상회담의 의제 문제를 조율하는 것입니다.

비건-김혁철 실무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두 번째 정상회담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사전 협의의 성격이 강합니다. 그래서 현재 하노이에서 진행되는 미북 간 의제 실무협상과 조율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비건 대표는 지난 2월초 평양에서 돌아온 후 북한과 ‘협상’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 타진’을 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정상회담까지 며칠 남지 않은 현시점에서 북한이 취해야 할 비핵화 조치와 미국이 해야 할 '상응 조치'들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두 정상이 발표할 공동선언문 문장을 마무리해야 하는 것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김정은 위원장이 김혁철에게 얼마만큼의 권한을 위임했느냐는 점입니다. 김정은은 비핵화 협상을 트럼프 대통령과 톱다운 방식, 즉 최고위층에서 기본적인 문제들을 합의하고 결정해서 아래로 내려보내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건-김혁철 실무 협상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는지, 그리고 북한이 어느 정도 수준의 비핵화에 동의했는지는 2월 27-28일 하노이 정상회담이 끝나 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시기와 장소부터 정해놓고 정상 간 담판으로 결론을 내렸던 싱가포르 제1차 미북 정상회담과 같은 상황이 또다시 하노이에서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박성우: 북측 실무협상 대표 김혁철이 과거 스페인 공산당 행사에서 했던 발언이 한국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주한미군과 관련된 내용인데요. 먼저 어떤 내용인지 소개를 좀 해 주시고요. 북한의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현재 입장은 뭐라고 보시는지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시죠.

고영환: 제2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의제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지난 2017년 4월 스페인에서 주한미군의 존재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남북 관계 발전의 장애물이라는 내용의 발언을 한 것으로 지난 20일 확인됐습니다.

스페인 인민공산당이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당시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로 근무하던 김혁철은 스페인 인민공산당 발렌시아 지구당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미국은 북과 남이 가까워지길, 조선 반도에 평화가 오길 바라지 않는다"며 "북과 남이 가까워져서 조선 반도에 평화가 오고 통일이 되면 남조선에 미군이 있을 구실이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는 1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기 1년 2개월 전이었습니다. 그 이후 진행된 남북 정상회담 등 남북 회담과 미북 대화들에서 북한은 주한미군의 철수를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김혁철이 스페인에서 한 발언의 내용이 확인되면서 북한이 내심으로는 주한미군의 철수를 계속하여 원하고 있다는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외교관을 지낸 제가 확실하게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것은 북한 외교의 최종 목적은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한미동맹을 해체하여 이른바 조국통일의 유리한 대외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며 이런 목표는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북한이 갖고 있는 그 목표를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가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좀 더 여쭤보죠. 김혁철은 어떤 인물입니까? 그리고 요즘 박철이라는 인물도 자주 보이던데요. 박철은 어떤 인물인지도 설명해주시죠.

고영환: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를 지낸 김혁철의 현재 공식 직책은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입니다. 영국에서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내다가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씨는 김혁철이 저처럼 평양외국어학원 불어과를 나왔다고 했습니다. 저와 같은 학교를 나왔고, 제가 그랬던 것처럼 북한 외무성에서 일하지만, 저보다 많이 후배여서 구체적으로 그 인물의 사람 됨됨이는 모릅니다.

김혁철이 외교관 경력을 갖고 있기는 하나 그가 그렇게 신사적인 사람은 아니라는 게 그를 만나본 사람들의 평가입니다. 김영철 당 부위원장을 수행하여 지난달 워싱턴을 방문하였을 때 “김혁철 대표는 상대방이 연장자인데도 지위가 낮으면 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 외교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과 백악관 면담에 나타났던 북측 실무협상의 또 다른 인물이 박철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입니다. 박철은 뉴욕 주재 북한대표부에서 해외동포 담당 참사를 지낸 바 있어 그가 통전부 소속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박철에 대해 미국의 소식통은 박철이 통전부 소속으로 정통 외교관은 아니지만 “성격이 차분한 데다 탁월한 영어 실력은 외교관보다 낫다는 평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저는 김혁철 대표는 외무성에서 미북 관계의 실무를 담당하는 인물이고 박철 부위원장은 통전부와 외무성을 오가면서 두 기관의 업무를 조정하는 연락관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김혁철은 이용호 외무상의 지시를 집행하고 박철은 김영철 부위원장과 이용호 외무상 사이를 연결해 주는 임무를 수행한다는 소리입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된 북한 내부 소식을 하나 살펴보죠. 요즘 북한 당국은 강연회 등을 통해 노벨평화상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하죠. 김정은 위원장도 기대를 하는 건가요?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평양시의 한 간부 소식통은 지난 18일 “요즘 2차 조미 수뇌회담이 다가옴에 따라 주민들 속에서 노벨평화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노벨평화상이 있다는 사실이 처음 북한 내부에 알려진 것은 지난해 6월 말부터”라면서 “1차 조미 수뇌회담과 북남 회담이 잇달아 진행된 이후 당국이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동지의 위대성 교양자료’라는 걸 배포했는데, 이 자료에 노벨평화상에 대한 선전이 담겨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계속하여 “주민들이 노벨평화상을 주목하는 이유는 강연자료에서 수상 대상으로 김정은을 지목했기 때문”이라며 “당국에서는 ‘세계가 노벨평화상의 대상으로 그 누구보다 원수님을 지목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노벨이 누구며 노벨상이 어떻게 제정됐고 수상자 선정 기준이 무엇인지는 전혀 밝히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노벨평화상에 대해 처음 들어볼 것입니다. 그러나 일부 간부들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노벨이라는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전 재산을 인류의 발전과 평화 증진에 기여한 사람과 기관에 수여할 것을 유언하면서 ‘노벨 평화상’이 제정되었다는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노벨상과 관련하여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지난 18일 “2차 조미 수뇌회담을 앞두고 노벨평화상이 새삼 관심을 받게 된 것은 당국이 주민들에게 ‘세계의 위인칭송열풍’이라는 김정은 우상화 선전을 계속해왔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노벨평화상에 대해 얘기하고 김정은이 그 대상으로 되어야 한다는 선전선동을 하는 것을 보면 김정은 자신이 노벨평화상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이 노벨평화상을 타려면 북한 비핵화에서 정말로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상 받을 일을 했다면 상을 주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위원님이 지적하신 대로 김정은 위원장이 정말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에 임한다면 노벨평화상은 김 위원장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고영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