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국 정부 북송사례 탈북방지에 활용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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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지난주 동해를 통해 한국으로 귀순한 탈북 남성이 한국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북송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남성이 이 같은 발언을 한 배경에 대해선 아직 명확히 알려지진 않았는데요.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오늘은 지난주 동해를 통해 한국에 들어온 탈북 남성에 대한 얘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이 남성의 귀순 과정이 어느 정도 파악이 됐죠? 한국 군당국이 경계 실패를 인정했는데요. 이 내용부터 정리부탁드립니다.

고영환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3일 북한 남성이 한국으로 월남한 것과 관련해 중간 조사결과 성격의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 즉 합참은 "북한 남성이 16일 오전 1시 5분께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 철책의 전방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잠수복과 오리발을 암석지대에 버렸다"며 "이 남성은 북한에서 잠수복을 입고 해상을 통해 헤엄쳐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합참은 계속하여 이 북한 남성이 조사 과정에서 자신을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군 관계자는 "북한 남성이 어업과 관련한 부업을 한 것으로 아는데 그래서 물에 익숙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6시간 동안 차디찬 겨울바다를 무려 10킬로미터를 수영하여 한국 해안에 도착한 것을 두고 여러 엇갈린 평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궁금증에 대하여 합참은 "북한 남성은 일체형 잠수복을 입고 그 안에 패딩형 점퍼 등을 착용해 체온을 유지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합참은 "월남한 남성이 군 감시 카메라에 10차례 포착됐고 경보음이 2번 울렸지만 바로 인지하지 못하고 9번째와 10번째 포착됐을 때 알아차렸다"며 "민간인통제선 소초에서 지난 16일 오전 4시 16분께 남성을 식별하고 31분이 지난 4시 47분에야 고속상황전파체계로 주요 부서와 직위자에게 전파가 됐다"고 경계 실패를 인정했습니다. 한국군 지휘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작전지휘관 회의를 개최해 전 부대 지휘관, 경계작전 수행 요원의 작전 기강을 확립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도 지난 24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계의 허술함으로 인해 국민들이 안심하지 못하게 해 드린 데 대해 군과 안보당국의 책임이 있다"며 한국 국민들에게 사과했습니다.

목용재 : 이번에 동해를 통해 탈북한 남성은 한국군 초소를 의도적으로 피해 다니다가 한국으로 귀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남성이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인 이유가 무엇입니까?

고영환 : 서욱 한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16일 동해로 월남한 북한 남성이 자신을 북한으로 다시 돌려보낼 것이라는 생각에 군 초소를 피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서 장관은 '북한 남성이 왜 군 초소를 피해 다녔느냐'는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의 질문에 "군 초소에 들어가 귀순하면 '나를 북으로 다시 돌려보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월남하는 즉시 한국군이나 경찰 등 당국에 자진 신고하여 안전을 확보하는 통상적인 월남자들과는 달리 이 사람은 군 초소를 피해 숲으로 가는 등 수상한 행적을 보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인물이 공작원이거나 혹은 다른 의도를 가지고 한국에 온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들이 증폭돼 왔습니다. 이 월남 청년이 귀순자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를 가지고 한국에 침투한 사람인지는 조만간 밝혀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목용재 :이 탈북 남성이 한국군이 자신을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북한 당국이 그렇게 교육을 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지난 2019년 한국 정부가 탈북 청년 2명을 북송시킨 소식이 북한 주민들에게 들어갔기 때문일까요?

고영환 : 6시간 동안 수영해 귀순을 감행한 북한 남성이 남측에 도달한 후 한국군 초소를 피해 숲을 향한 것이 '북송'의 우려 때문이었다는 군 당국의 1차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확인한 바에 따르면 당사자가 군 초소에 들어가 귀순하면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고 발언했는데요. 서 장관의 발언이 사실로 확인되는 경우 이는 월남을 시도하는 북한 주민들이 한국 정부 또는 한국군 당국을 믿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지난 2019년 11월 오징어잡이 배에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았던 북한 어민 2명은 조사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한국 정부는 이들을 북한으로 송환했습니다. 저는 이번에 동해를 통해 탈북한 청년이 조사과정에서 발언한 것이 사실이라면 북한 지도부가 지난 2019년 탈북 시도자 2명의 북한 송환을 탈북방지에 악용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지도부,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 주민들의 대량 탈북을 북한 체제를 크게 위협하는 중대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량 탈북을 막기 위해 전전긍긍해 온 북한은 2019년 강제송환 사건을 계기로 "봐라. 공화국을 등지고 도망간 탈주자들은 우리가 꼭 다시 데려와 처벌하며 남조선 당국도 우리가 요구하면 탈주자들을 다 돌려 보낸다. 그러니 탈북을 할 생각은 애초에 하지 말라"는 식의 강연회, 혹은 회의를 진행하였거나 이 같은 교육을 지속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북한 보위성이 인민반이나 직장들을 통해 탈북민 강제송환 소식을 뜬소문 식으로 퍼뜨려 반 탈북 여론을 조성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 당국의 소문 돌리기와 선전선동이 먹혀 들어 북한 인민들이 한국군이나 당국을 두려워하고 있다면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국제사회에 유엔 북한인권결의에 대한 지지를 촉구했죠?

고영환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3년 만에 유엔 인권이사회에 복귀한 미국이 지난 24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인권결의에 대한 지지를 촉구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제46차 정기 이사회 고위급 회기의 사전 녹화 연설을 통해 "시리아와 북한에서 계속되고 있는 인권 침해, 과거 잔혹 행위에 대한 스리랑카의 책임 부족, 남수단 상황에 대한 추가 조사의 필요성 등을 포함해 전 세계의 관심 사안을 다루는 결의안을 인권이사회가 이번 회기에서 지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2018년 6월 인권이사회를 탈퇴했으며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예민한 반응을 감안해 인권 문제를 거의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간부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고집하는 한 제재를 풀 생각이 전혀 없다는 의지를 이미 밝힌 바 있는데요. 여기에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까지 제기하기 시작한 겁니다. 북한이 매우 어려운 상대를 만난 것 같습니다.

목용재 : 한국에서는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북한인권법의 핵심인 북한인권재단의 이사진 가운데 5명을 추천했죠.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한국의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지난 24일 한국 정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재단 이사진 가운데 야당 추천 몫인 5명에 대한 추천서를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2016년 국회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에 의거하여 설립될 북한인권재단은 한국의 여당과 야당이 각각 5명씩, 나머지 2명은 한국 통일부 장관이 추천하여 구성하게 되어 있습니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북한인권재단은 북한인권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이사 12명에 대한 국회 차원의 이사 추천이 완료되지 않아 공식적으로 출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날 국민의힘이 5명의 이사를 먼저 추천함에 따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한국 통일부의 이사 추천 절차만 마무리되면 재단은 공식 출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한국 정부와 여당이 현재 재단 이사 추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언제 재단이 공식적으로 출범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북한인권재단이 하루빨리 설립되어 활동을 개시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개선되기를 희망합니다.

목용재: 최근 동해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온 탈북민이 한국 군당국이 자신을 북송시킬 것을 우려했다고 합니다. 충격적인데요. 북한 주민들이 한국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지난 2019년 11월 2명의 탈북민을 북송시킨 바 있는 한국 정부가 이번 탈북민의 발언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