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과 북한이 정상회담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최근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죠.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남측 특사단이 지난 5일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났습니다. 먼저 합의 내용부터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한국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단 단장으로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6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오는 4월 말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제3차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대북 특사단 5명을 이끌고 이틀 동안 평양을 방문했던 정의용 실장은 지난 5일 밤 김정은을 만나 상기 내용에 합의한 뒤 지난 6일 오후 귀국했습니다.
정 실장은 귀국 기자회견에서 "남과 북은 정상 간 핫라인(직통전화)을 설치하고 제3차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 첫 통화를 실시키로 했다"고 하였고,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였다"면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김정은이 명백히 했다"고 말했습니다. 비핵화는 꿈도 꾸지 말라고, 태평양 바닷물이 마르면 말랐지 북한의 비핵화는 없을 것이라던 바로 그 김정은이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며, 이 유훈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혔다는 것입니다.
한미 훈련에 대해서도 김정은은 "4월에 예전 수준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하였다고 정의용 실장이 말했습니다. 계속하여 정 실장은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 전략 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며 "북측은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핵 역사를 보면 김일성은 핵을 개발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고 하였고 김정일은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의 유훈이라며 핵 개발을 속여 왔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자신의 통치이념으로 하고 핵 개발에 전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던 김정은의 입에서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며 이러한 유훈에는 변함이 없다고 하는 말이 나왔으니 일단은 북한의 입장이 진일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비핵화를 하겠다고 김정은이 말했으니, 그 약속이 행동으로 옮겨질지 지켜볼 일이 남았습니다.
박성우: 합의 내용만 보면 상당한 진전이라고 평가할 만합니다만, 그 이면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찌 보셨습니까?
고영환: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국 특사단은 6일 저녁 발표문을 통해 북측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와 '비핵화 문제 협의 등을 위한 미북대화 용의'를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발표문의 내용대로라면 북한은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요구 조건에 맞는 대화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일단은 북한의 완고했던 태도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수석 특사로 평양에 갔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김정은이 미북 대화에 적극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고, 그 의제로 비핵화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미북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조성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전제조건은 있습니다.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고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를 풀어 본다면, 북한이 비핵화의 전제 조건으로 '미국의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을 요구했다는 뜻입니다.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처음으로 밝힌 것은 긍정적이지만, 북한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는 것이 세계의 전반적인 상식처럼 되어 있습니다. 뒤돌아보면 북한은 1994년 미북 협상 때도 '체제 안전 보장'을 요구했었습니다. 미국은 이를 약속하고 경수로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제네바 합의'가 성립했지만, 북한은 핵 개발을 지속했습니다. 2003년 4월 북핵 해결을 위한 미·북·중 3자회담에서 북한은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와 '불가침 조약을 통한 대북 안전 보장'을 요구했었습니다. 2003년 8월부터 열린 북핵 6자회담에서도 북한은 비슷한 요구를 반복했습니다. 6자회담은 2005년 9.19 합의로 이어졌고 북한은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끝내 실천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북한의 의도와 행동을 따져보면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적인 요구입니다.
북한에서 외교관을 지낸 제가 보기에는 북한의 군사 위협 해소와 안전 보장 요구안에는 대북 제재와 압박의 해제, 한미 군사훈련의 중지,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파기, 미북 수교 등이 줄줄이 담겨져 있습니다. 김정은의 이번 비핵화 입장 확인과 남북 정상회담 카드에는 현재의 대내외적 난관에서 탈피하고 핵 개발 완성을 위한 시간을 벌려는 책략이 충분히 숨어 있을 수 있다는 말도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한국도, 미국도, 세계도 북한의 또 다른 시간벌기를 더 이상은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박성우: 한국의 특사단이 미국도 방문했죠.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5월까지 만나자"고 말했습니다.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8일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5월 중으로 김정은을 면담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면담 제안을 수용한다"며 "앞으로 정해질 때와 장소에서 김정은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북한의 비핵화 여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중대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지만,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8일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은 한국 대표단과 단순한 동결이 아닌 비핵화에 대해 이야기 했다. 또 이 시기에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도 없었다"며 "중대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지만 제재는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만남이 계획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의 탐색적 만남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김정은이 부친 김정일이 했던 것처럼 미국과 국제사회를 속이면서 뒤로 핵 개발을 지속하려 든다면 이번에는 그러한 책략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번 미북 대화야말로 북한이 핵을 버리고 번영을 하든가 아니면 핵을 가지고 붕괴할 것인가를 정하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입니다.
박성우: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도 많을 텐데요. 어찌 보십니까?
고영환: 일단 지금은 정상회담 의제가 무엇인지 명확지 않은 단계죠. 만약 평화협정을 의제로 삼을 것이라면, 이를 위한 사전 조치는 무엇으로 할 것인지, 이런 모든 사항이 불분명한 상태입니다. 특히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중단의 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할 경우 한반도 정세가 급변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정상회담의 의제를 세밀하게 조율해야 하는 거죠.
이런 준비 작업을 하기 위해서 양측 간에 물밑에서 많은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주한 미국대사는 공석인 상태죠. 또 최근에는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은퇴를 해 버렸습니다. 다시 말해서 "5월 안에" 정상회담을 하려면, 시간이 충분하냐는 문제는 둘째로 치더라도, 물밑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예전에도 미북 정상회담 이야기는 나온 적이 있었죠.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했던 게 지난 2000년이었는데요. 이후 18만에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많아 보입니다만, 워낙 큰 변화이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이 시간에 구체적으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