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 정부가 국무장관을 교체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무장관을 교체했습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고영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교체했습니다. 새로운 국무장관에는 마이클 폼페이오 중앙정보국장을 지정했습니다. 이번 임명에 대하여 미국 언론들은 폼페이오가 과거 김정은 정권의 축출까지 시사했던 인물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폼페이오는 CIA 국장에 임명된 후인 지난해 7월에는 "가장 위험한 문제는 이 핵무기들을 통제할 권한을 가진 인물에 있다"며 "북한 주민들 또한 김정은이 없어지는 것을 원할 것"이라며 김정은 축출을 시사했습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는 같은 날 이번 임명을 두고 "미북 정상회담이 실패하면 군사행동을 취하는 데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는 트럼프의 메시지가 바로 폼페이오의 기용"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미국에는 총리가 없습니다. 국무장관은 총리직과 외무상직을 겸임한다고 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이와 같은 갑작스러운 국무장관 교체에 대하여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외교 라인 수뇌부의 극적인 재편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외교적 이벤트가 돼 있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어난 것"이라며 "이 두 가지는 확실히 서로 연계돼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러한 교체는 북한을 향해 "우리는 진용을 재편해 진지하게 담판에 나선다. 북한도 단단히 준비하고 결과물을 가져오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란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은 군사적 압박보다는 대화와 협상을 주장해온 인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저는 대화를 중시하는 이런 사람을 내보내고 정보, 특히 북한 정보를 다루어 온 중앙정보국장을 그 자리에 임명한 것은 북한 문제, 북핵 문제를 틸러슨과는 다른 시각으로, 다른 정책으로 대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합니다. 북한 김정은이 이번 미북 정상회담을 쉽게 생각하고 부친처럼 미국을 속여 넘기면서 시간을 벌겠다고 판단하였다면 큰 오산입니다.
박성우: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핵심 의제는 북한의 핵 문제가 될 텐데요. 그 해법을 찾는 방법에 대해서 한국의 청와대 관계자가 최근에 개괄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어찌 보셨습니까?
고영환: 청와대는 지난 14일 북한의 비핵화와 그에 따른 종전선언, 즉 전쟁이 완전히 끝났다는 선언과 평화협정 문제를 단계적이 아닌 일괄 타결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까지 점층적으로 북핵 대화를 해왔다면 지금은 그렇게 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복잡하게 꼬인 매듭을 하나씩 푸는 방식이 아니라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버리는 방식으로 나가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란 알렉산더 대왕이 복잡한 매듭을 단칼에 잘라 풀어버린 일화에서 나온 표현입니다. 알렉산더 대왕은 기원전 마케도니아 왕국의 대왕으로 희랍, 페르시아, 인도까지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던 역사적인 인물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는 더 큰 고리인 북한 비핵화를 끊어버림으로써 다른 문제들인 종전선언, 제재 완화 등의 문제를 자동적으로 푸는 방식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북한의 '선 비핵화 후 체제보장'의 단계적 접근 대신 북한의 완전 비핵화와 그 대신에 북한이 얻을 수 있는 보상을 한꺼번에 주고받는다는 포괄적인 해결 방식입니다. 북한은 현재까지 '협상, 합의, 검증, 파기, 도발'이라는 악순환으로 핵 무장화를 지속해 왔습니다.
한편,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선 철저한 검증이 따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다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겉으로만 몇 개 부분을 비핵화하는 것처럼 하면서 내적으로는 무기와 핵물질을 깊숙이 숨겨 놓은 채 제재도 풀고 미국 등과 관계만 개선하여 막대한 돈과 체제안전을 챙기려 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우려하는 것입니다. 저도 그런 시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박성우: 지금 지적하신대로 결국엔 비핵화 '검증' 문제가 관건이 될 수 있을 텐데요. 그래서 이 질문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미국은 어떤 수준의 검증을 원한다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3일 틸러슨 국무장관의 교체 이유에 대해 "이란 핵 협상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나와 의견이 달랐다"면서 폼페이오 신임 국무장관 내정자에 대해서는 "나와 사고방식이 같다"고 말했습니다.
2015년 미국을 포함한 6개국이 이란을 상대로 체결한 핵 협정은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보다 훨씬 엄격한 비핵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이란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핵 사찰을 받고 있다"고 했고 미국을 제외한 협상 당사자들은 이란의 협정 이행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협정이 "미국의 수치"라며 파기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이란이 미국과 세계를 속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폼페이오 신임 국무장관 내정자가 바로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입니다. 이란 핵 협정이 갱신되는 시점은 미북 정상회담이 예정된 5월입니다. 이란과 맺은 핵 협정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 금지선을 넘은 북한과의 핵 협상에서는 최소한 이란보다는 더 높은 검증 기준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불 보듯이 명확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5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선택한 것도 북한 핵에 대한 생각이 자신과 같은 그에게 정상회담 준비를 맡기겠다는 뜻입니다. 폼페이오 내정자는 기본적으로 협상을 통해 북핵을 해결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가졌다고 합니다.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가진 폼페이오의 국무장관 임명은 김정은의 속임수가 통하지 않을 것이며 미북 협상이 결렬될 경우 트럼프 정부는 마지막 수단을 꺼내 들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은 북한 내부를 샅샅이 뒤지려 할 것입니다. 김정은이 눈가림으로 대북 제재에서 벗어나려고 미북 정상회담 제의, 비핵화 의지 표명 등을 했다면 이는 계산이 틀렸다는 의미입니다.
박성우: 북한은 한동안 잠잠했는데 최근에 다시 미국을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의도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북한 노동신문이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또다시 들고 나왔습니다. 노동신문은 3월 14일 '약탈자의 흉계가 깔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주한미군을 "미제 침략군"으로 호칭하면서 "방위비 분담금을 더 많이 내라고 하는 것은 날강도적 처사"라고 주장했습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오만한 지배자"라고 표현했습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하였던 것과 비교해 보면 비난 수위는 낮지만, 3월 13일에 트럼프를 "미국 집권자"라고 불렀던 것과 차이가 납니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5월 중으로 정해진 지난 3월 9일 이후로는 대미 비난 수위를 낮춰왔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과 대화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던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 교체된 직후 나온 노동신문의 글이어서 이것이 그의 경질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북한의 결정 과정이 그렇게 신속하지도 않고 틸러슨 경질도 그 자신도 모를 정도로 빠르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두 사건을 연관시켜 보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대미 비난 수위를 높인 것은 향후 진행될 미북 정상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외교 전략이라고 봅니다.
박성우: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위원님도 지적하셨듯이, 북한이 이번 기회에 비핵화의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이런 식의 신경전은 효과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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