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아직 남북 회담도, 미북 회담도 열리지 않은 상황인데, 이번엔 남북미 3자 정상회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나요?
고영환: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2차 회의에서 "남북, 미북 정상회담의 진전 상황에 따라 남과 북, 그리고 미국이 참가하는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이번 회담과 앞으로 이어질 회담들을 통해 한반도의 핵과 평화 문제를 완전히 끝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또한 연쇄 회담의 목표와 관련해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와 미북 관계의 정상화, 남북 관계의 발전, 미북 간 또는 남북미 간 경제 협력 등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3국 사이의 정상회담을 의사를 밝힌 것은 현재의 한반도 정전체제를 끝내는 '종전 선언'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여당의 한 인사는 "북한 비핵화와 미북 수교 같은 포괄적 합의가 성사된다는 전제 하에 3자 정상회담을 통해 6·25 전쟁의 종전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남북미 3자 정상회담 제안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공감대를 이루고 나온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청와대 관계자는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의 이날 제안은 북한의 비핵화와 미북 수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경제 번영 등은 한반도의 책임 있는 주체들인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이 마주 앉아서 풀어야 할 문제라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박성우: 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하나 더 여쭤보죠. 남과 북은 지금 서로 다른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 체제가 앞으로는 어떤 모습을 띠게 될 것인지에 대한 구상을 문 대통령이 언급했습니다.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남북이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서로 간섭하지 않고 서로 피해 주지 않고 함께 번영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이 발언에 대하여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당장의 통일보다는 평화를 정착시킨 뒤 통일은 자연스럽게 논의돼야 한다는 생각을 여러 번 밝혀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 발언을 두고 한국 사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따로 살든' 발언이 통일을 지향해야 하는 대통령의 헌법상 의무와 배치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66조 3항은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이 남북 대화 국면이기 때문에 북한을 배려해 '따로 살든'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사실 통일을 이야기하면 '누구에 의한 통일이냐'는 문제가 항상 나왔고, 그래서 남북한 모두가 통일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통일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통일 단계에 들어서기 전에 한반도에 먼저 평화를 구축하고 남북 사이에 신뢰를 쌓아 나간다면 통일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판단 하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그나저나 요즘 김정은 위원장이 안 보입니다. 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을 접견한 뒤 보름이 넘도록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 선전매체들은 4월 말에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과 5월에 열기로 한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과거에 한미훈련이 있다든가 건강이 좋지 않아 김정은이 잠적한 적은 있지만 지금은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사상 처음으로 진행될 미북 정상회담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전과 상황이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외교 소식통은 "현재 김정은은 미국의 속내와 주변국들의 움직임을 살피며 다음 수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김정은은 공개 활동을 하지 않는 대신 리용호 외무상을 스웨덴에 보내고,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을 핀란드에 보내 전직 미국 관리들과 대화를 하게 했습니다.
저는 김정은이 외무성 간부들을 외국에 보내 미국 전직 간부들과 회동하게 한 것은 우선은 실제로 미국이 현재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내려는 의도라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김정은이 공개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 등을 위해 공부하고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체제의 운명을 좌우할 두 번의 정상회담을 북한의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논리와 대응책들이 아주 많다는 의미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북한 주민들을 설득할 논리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김정은은 집권 후 핵·경제 병진노선을 자신의 통치 노선으로 정했고, 태평양 물이 마르면 말랐지 북한이 비핵화를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습니다. 바로 그런 김정은이 지난 5일 한국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고 말했고, 비핵화를 위한 남북·미북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할 가능성은 0.0001%도 없다고 하던 김정은이 비핵화를 위해 남한과, 그리고 미국과 회담을 하겠다고 하는 경우 북한의 간부들, 당원들, 주민들, 군인들이 과연 속으로 뭐라고 생각할 것인지는 답이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남북·미북 정상회담을 하기 전에 북한 당원들과 주민들을 어떠한 논리로 설득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해진 것입니다. 김정은이 북한 비핵화를 주민들에게 어떤 논리로 설명할지 정말로 궁금해집니다.
박성우: 한국 가수들이 북한에서 공연할 예정이죠.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관람할 것인지, 북한 주민은 이 공연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 것인지, 이런저런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남측 예술단 음악 감독을 맡은 가수 겸 작곡가 윤상 씨를 수석대표로 한 남측 회담 대표단은 지난 20일 판문점에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등 북측과 실무접촉을 했습니다. 그 결과 남측 예술단 160여 명이 오는 31일부터 3박 4일간 평양을 방문해 두 차례 공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남측 예술단에는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 백지영, 레드벨벳, 정인, 서현, 알리 등 쟁쟁한 가수들이 포함되었으며, 이들은 동평양대극장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각각 한 번씩 공연할 계획입니다. 최진희, 조용필, 이선희, 윤도현 씨는 이미 북한에서 공연한 바 있는 가수들입니다.
저는 북한 예술단이 한국에 와서 공연할 때 문재인 대통령이 참관했고, 이번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이 4월 말에 진행될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바라는 성격도 있어서 김정은이 남측 예술단 공연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은 한국 예술단의 공연을 현장에서 보지 않아도 생중계로 사무실 등에서 볼 확률이 높아 이 공연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지 저도 궁금합니다.
북한이 이 공연을 생중계로 주민들에게 보여줄 가능성은 작지만 이 공연을 극장에서 보게 될 평양 시민들은 많이 희한해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세계를 주름잡는 한류 음악, 한국 예술인들의 공연이 북한 인민에게 신선하고 자극적인 문화적 충격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지금은 이런 특별 공연을 통해서 북한 주민들이 남한의 대중문화를 접할 수밖에 없지만, 북한 주민들도 언제든 자유롭게 보고 싶은 걸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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