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제1비서, 중장기적으로 김여정이 맡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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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지난 1월 개정된 북한의 노동당 규약의 내용이 공개됐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대리하는 제1비서 직책의 신설이 눈에 띄는데요.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북한이 올해 초 개정한 당 규약의 세부 내용이 공개됐습니다. 우선 이 소식부터 전해주시죠.

고영환 : 북한이 올해 초 진행된 8차 당 대회에서 노동당 규약을 대폭 개정한 바 있는데요. 노동당 규약은 북한에서는 헌법보다도 더 중요시되는 개념이며 노동당원이면 그 누구라도 그 내용을 암송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규약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당 총비서 밑의 직책으로 당 제1비서직을 신설했다는 부분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현재 노동당의 책임자인 총비서직은 김정은이 맡고 있는데, 당 서열 2위로 제1비서 자리를 마련한 겁니다. 현재까지 제1비서는 누가 맡았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주목되는 부분이 노동당의 당면 목적을 수정한 부분입니다. 이전 당 규약에는 '조선노동당의 당면 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강성국가를 건설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 민주주의의 과업을 수행하는 데 있다'고 당의 목적을 명시했는데 새로운 당 규약에서는 당의 당면 목적이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한다'는 문장으로 교체됐습니다. 통일 부문의 문장도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 무력을 몰아내고 온갖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끝장내며 일본 군국주의의 재침 책동을 짓부시며'라는 문장을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시키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 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며 온갖 외세의 간섭을 철저히 배격하고'라는 내용으로 바뀌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제건설 노선도 일부 수정됐습니다. 기존의 당 규약에서는 경제건설 노선을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틀어쥐고'라고 규정하였으나 새로운 규약에서는 '자력갱생의 기치 밑에 경제건설을 다그치고'로 수정했습니다. 이밖에도 당 규약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규약을 수정한 조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향후 더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해 보입니다.

목용재 : 위원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이번에 개정된 당 규약에 김정은 당 총비서를 대리하는 제1비서 신설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한데요. 누가 당 제1비서의 자리를 맡고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고영환 : 북한이 노동당 규약을 개정하면서 왜 당 제 1비서직을 신설하였는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저는 그 대답은 우선은 수정된 당 규약 자체에 들어가 있다고 평가합니다. 수정된 당 규약에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당 중앙위원회 제1비서, 비서들을 선거한다. 당 중앙위원회 제1비서는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대리인"이라고 돼 있습니다. 즉 당 총비서는 당대회에서 선출되지만 당 제 1비서는 당 전원회의에서 선거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김정은 총비서가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당 총비서직을 수행하지 못하게 될 경우 당대회를 열지 않아도 제 1 비서가 총비서를 대리할 수 있도록 절차상 간단하게 만들어 놓은 겁니다. 강조하여 말씀드리면 김정은 총비서 유고 시에도 당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는 겁니다. 또한 제 1 비서 신설은 1인 독재 체제하에서 모든 일에 다 관여해야 하는 김정은 총비서의 업무를 줄여주고 일부 역할을 나누기 위한 것으로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중요하게는 당 제 1비서 위에 총비서가 있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김정은 총비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제1비서는 김정은 총비서가 2014년 4월부터 2016년 5월 초까지 맡았던 직책입니다. 당 제 1비서가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신설된 제1비서가 누가되든지 그가 당의 제2인자라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당 국가 체제인 북한에서 제 1비서는 김정은 총비서가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제 1비서가 아직까지 공석인지 아니면 임명하고도 발표를 하지 않고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제 1비서가 이미 임명되었다면 조용원 당 조직 담당 비서가 맡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각급 당 위원회에서 책임비서 다음 자리가 바로 조직비서 자리입니다. 김정은 총비서 유고 시 그를 대리해야 할 사람은 당장은 조용원 조직비서 밖에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김정은 총비서의 누이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이 제 1 비서 자리를 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봅니다.

목용재 :개정된 당 규약에서 또 주목해서 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까?

고영환 :앞에서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가장 주목해서 볼 부분이 노동당의 당면 목적 수정 부분입니다. 이전 규약에서는 노동당의 당면 목적을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 민주주의의 과업을 수행하는 데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북한에서 실현된 '민족해방, 민주주의 과업'을 전체 한반도에 실현한다는 의미이며 다른 말로는 전 한반도를 사회주의화, 공산주의화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당 규약에서는 당의 목적을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그 어디를 보아도 사회주의니, 민족해방, 민주주의니 하는 단어들은 없어지고 자주적이고 민주주의적 발전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표현들만 보입니다. 그러나 이 부분만 보고 북한이 한반도 적화통일 의지를 접은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북한이 대남 공세적인 표현들을 뺀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북한이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남조선을 해방하고 조국을 통일한다'는 당의 종국적인 목표를 포기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목용재 : 개정된 당 규약으로 인해 남북, 미북관계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고영환 :남북관계가 당 규약이 변경됐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변화하지는 않을 겁니다. 북한은 말 그대로 혁명 국가이며 북한 혁명의 최종 목표는 '전 조선반도에서 사회주의혁 명을 완수하는 것' 입니다. 계속 혁명을 하지 않으면 북한체제 존립의 명분이 사라집니다. 다시 말해 북한이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 민주주의의 과업을 수행한다"는 조항을 폐기하였다고 해서 대남 적화 전략을 포기한다는 것은 북한 체제 속성 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오히려 북한은 당 규약에서 통일전략을 수정했다고 하면서 각종 대남대화나 접촉에서 공세적인 전략을 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미북관계와 관련해서는 개정된 당 규약에는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며"라는 조항이 들어간 데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 문장을 보면서 우리는 노동당의 최종 목표가 이전과 마찬가지로 향후에도 한미동맹을 철폐하고 주한 미군을 철수시키며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없애는 데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새로운 당 규약이 미북관계에 주는 영향은 전혀 없거나 미미할 것으로 평가됩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미국은 북한에 지속적으로 대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데요. 이 내용도 정리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지난 2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미국이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이날 태국 방콕에서 아시아 기자단과의 전화 기자회견을 통해 셔면 부장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성 김 주 인도네시아 대사를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임명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이것은 우리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또 다른 신호"라며 "북한이 미국과 대화 가능성을 받아들이길 바라고 우리는 우리의 정책을 북한에 알렸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방송에서 언급한 것처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성 김 대사를 대북정책특별대표에 임명했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북한에 대화하자고 끊임없이 촉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목용재 :북한이 당 규약 개정을 통해 총비서 밑에 제1비서직을 신설한 것에 대한 해석이 분분합니다. 위원님께서도 말씀하셨다시피 김정은 총비서 부재시에도 당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한 조치임에는 분명한데요. 김정은 총비서의 과중한 업무를 나누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당 규약 개정과 관련된 여파에 대해선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