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미국이 북한에 대화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고위 인사들이 연이어 미국에 대한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북한의 속내가 궁금한데요.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리선권 외무상이 연이어 대미 메시지를 내놨죠? 먼저 어떤 내용인지 정리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 김여정 당 부부장이 지난 22일 대미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이 담화에서 김여정 부부장은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18일 당 전원회의에서 "우리 국가의 존엄과 자주적인 발전 및 이익을 수호하고 평화적 환경과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시간으로 지난 21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김정은 총비서의 이 같은 발언을 "흥미로운 신호"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이 입장을 밝힌 바로 그 다음날에 김여정 부부장이 이를 비판하는 담화를 발표한 겁니다. 리선권 외무상도 지난 23일 담화를 냈습니다. 리 외무상은 담화에서 "우리는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 외무성은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미국의 섣부른 평가와 억측, 기대를 일축해버리는 명확한 담화를 발표한 데 대해 환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담화들은 표면상으로는 북한이 미국의 대화제의를 거절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미국의 대북 대화제의를 뿌리친 것 외에 제가 한가지 주목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통상적인 국가 기준으로 보면 김여정 당 부부장은 차관급이고 리선권 외무상은 장관급입니다. 장관이 차관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한 것입니다. 아무리 이른바 '백두혈통'이라고는 하지만 장관이 차관에게 아부하는 듯한 모습을 세계가 어떻게 볼지 북한 지도부가 인식했으면 좋겠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께서 말씀해주셨다시피 김여정 부부장과 리선권 외무상은 미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은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매우 짧은 내용의 담화를 내놨습니다. 북한이 김 부부장과 리 외무상의 담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 북한이 김정은 총비서의 여동생과 외무상의 명의로 연속해서 대미 메시지를 내 놓은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북한 지도부는 이들의 목소리들을 통해 당분간은 미국과 그 어떤 접촉이나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두 개의 담화 어느 곳에도 미국이나 미국 대통령을 향한 극렬한 비난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한국 정부나 대통령을 향해서는 '특등 머저리'혹은 '개 짓는 소리' 등 입에 담지 못할 단어들을 사용한 것과 큰 대비를 보입니다. 오히려 리선권 외무상이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한 것은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얼마나 아까워하는지 그리고 대화 자체에 얼마나 큰 의미를 두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북한이 김여정 부부장, 리선권 외무상의 담화를 통해 미국에 보내고자 하는 메시지는 대화 그 자체는 반대하지 않겠으나 대화나 관계를 유지하려면 뭔가 구체적이고 북한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가지고 오라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입장으로 보아 북한이 단기적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수준으로 끌고 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도 김여정 담화 직후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우리는 북한이 우리의 접촉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계속 희망한다"며 "이런 (김여정 부부장의) 발언들이 향후의 잠정적 경로에 대한 좀 더 직접적인 소통으로 이어질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북 양국 사이의 샅바 싸움은 좀 더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목용재 : 이 같은 연이은 북한의 담화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고영환 : 대미 접촉을 거부한다는 북한 측 담화들에 대해 한국 통일부는 "특별히 논평할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앞으로 북한의 태도를 좀 더 면밀하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에서 내놓은 대미 담화문들에 대해 "한두 가지 담화에서 나온 표현, 시점만 가지고 북한 입장을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며 "한 가지 가능성을 예단하거나 특정 방향성을 단정하기 보다는 앞으로 태도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 정세를 평화적,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도 덧붙였습니다. 계속하여 이 당국자는 "담화 내용에 대한 학계, 전문가 등의 분석 중에는 담화 내용이 이례적으로 짧았고 대화 상대방이 되는 미국에 대한 직접 비난이나 어떤 구체적인 압박 조치도 담고 있지 않은 점에 주목하는 견해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입장도 나왔는데요. 현지 시각 지난 23일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자유아시아방송에 대미 문제에 대한 북한의 담화들과 관련, "우리는 외교에 여전히 열려있다"며 "북한이 우리의 대화 제의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계속하여 "우리의 대북정책은 적대가 아닌 해결에 목표를 두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이 우리의 접촉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계속 희망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미국과 한국 모두 당장은 북한과의 외교, 북한과의 대화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한미가 워킹그룹 회의, 즉 실무단 회의를 종료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같은 조치가 북한을 대화장으로 끌어내는데 유효할 것으로 보십니까?
고영환 : 한국과 미국이 지난 22일 한미 워킹그룹 회의, 즉 실무단 회의를 사실상 폐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한미 워킹그룹은 그 동안 남북 협력사업 등이 유엔이나 미국 정부의 제재 조치들에 위반되는 것이 있는지 여부와 관련해 긴밀한 조율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한미 워킹그룹이 한국의 대표적인 '대미굴종' 사례의 표현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고요.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해 6월 "남북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 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 물고 사사건건 남북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 바쳐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왔다"며 "뿌리 깊은 사대주의 근성에 시달리며 오욕과 자멸로 줄달음치는 이토록 비굴하고 굴종적인 상대와 더 이상 남북관계를 논할 수 없다"고 한국을 맹렬히 비난했습니다. 중앙통신도 "북과 남 사이 문제를 사사건건 외세에 일러바치며 승인이요, 청탁이요 구걸하면서 돌아친 역스러운 행적을 신물이 나도록 지켜봐 왔다"며 워킹그룹을 비판했습니다. 한미 워킹그룹의 폐지는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어서 북한의 긍정적인 반응이 기대됩니다. 미국이 북한에 계속하여 확실한 선의의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목용재 :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방한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는데요. 김 대표 방한에 대한 총 평가 한 말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였던 성 김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23일 귀국했습니다. 출국 전 비행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 대표는 "아주 좋은 방문을 했고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다수의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훌륭한 논의를 했다"며 "한국 정부와 계속 연락을 유지하고 곧 돌아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성 김 대표는 대통령, 장관, 실무국장 그리고 한국의 유명한 외교 안보 전문가들을 만나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심도 있는 토론들을 진행했습니다. 미국 본토에서 보는 한반도 및 북한 문제와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한국에서 보는 시각은 차이가 많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성 김 대표의 한국 방문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을 정교하게 만드는데 큰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합니다.
목용재 :북한이 김여정 부부장, 리선권 외무상의 담화를 연이어 내놓으며 대미 메시지를 발신한 것은 미북 대화를 앞두고 벌이는 전초전의 일환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위원님께서도 미북 간 샅바 싸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셨는데요. 트럼프 행정부 초기와는 달리 미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현 상황을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향후 미북 간 대화를 기대해보겠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