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복원된 남북간 통신연락선이 2주만에 다시 끊겼습니다.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북한이 반발하며 현재까지 한국 측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요.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하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지난주에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이렇게 바로 통신연락선이 끊겼다는 소식을 전해드릴지 몰랐습니다. 먼저 이 같은 상황이 어떻게 전개됐는지 배경 설명부터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관련 내용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 김여정 당 부부장이 지난 10일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는 담화를 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에서 "미국과 남조선군은 끝내 정세 불안정을 더욱 촉진시키는 합동군사연습을 개시했다.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0일은 한미연합훈련 사전 훈련 개시일이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거듭되는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강행하는 미국과 남조선 측의 위험한 전쟁 연습은 반드시 스스로를 더욱 엄중한 안보 위협에 직면하게 만들 것"이라는 경고까지 했습니다. 미국을 향한 입장도 내놓았는데요. 김여정 부부장은 "미국이야말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장본인"이라면서 "현 미 행정부가 떠들어대는 '외교적 관여'와 '전제 조건 없는 대화'란 저들의 침략적 본심을 가리기 위한 위선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북한이 한동안 언급하지 않았던 주한미군 철수 주장까지 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조선 반도에 평화가 깃들자면 미국이 남조선에 전개한 침략 무력과 전쟁 장비들부터 철거해야 한다"며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고 있는 한 조선반도 정세를 주기적으로 악화시키는 화근은 절대로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나는 위임에 따라 이 글을 발표한다"고 함으로써 이 담화가 김정은 당 총비서의 의도에 따라 발표되었음을 시사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한 후 북한은 남북통신연락선을 단절했는데요. 지난 10일 한국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8월 10일 오후 통일부와 군 차원의 남북 통신선 소통이 일제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해당 통신선들은 지난 7월 27일 복원된 것이었습니다. 통신선이 복원된지 14일 만에 끊어진 겁니다. 저는 이미 앞선 방송에서 통신선 복원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겨냥해 이를 중지시키기 위한 목적하에 결정되었을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바가 있는데 불행하게도 저의 예상이 맞았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께서 이미 전망하신 것처럼 결국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반발을 표출하는 차원에서 복원했던 남북 통신선을 다시 끊은 셈인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 10일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한 담화를 발표한 직후 단절되었던 남북통신연락선들이 8월 13일 오전까지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남북통신연락선을 끊은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10일 김여정 부부장의 한미연합훈련 반발 담화, 그리고 김영철 통전부장의 지난 11일 담화 내용들을 분석하여 보면 북한이 남북통신연락선들을 단절한 기본 원인은 한미연합군사훈련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시절 한미연합훈련은 명목상으로만 진행이 되어 왔습니다. 여기에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한국 정부와 집권 여당의 소극적인 태도 등으로 한국 사회 일각에서는 올해 연합훈련이 진행되더라도 아주 작은 규모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들이 있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 "연습의 규모가 어떠하든,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든"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 북한은 올해 한미연합훈련이 작은 규모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이미 예상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지도부는 이참에 통신선 복원이라는 조치를 취하면서 한국 정부를 밀어 붙이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본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바이든 행정부 첫 해에 한미연합훈련을 무산시키면 미래에 한미연합훈련을 중지시킬 수도 있다는 계산을 하였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저들의 예상을 뒤집고 한미연합훈련이 진행되니 분노의 표시로 통신선들을 끊어버린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목용재 : 김영철 부위원장의 담화를 보면 향후 추가적인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북한이 향후 어떤 조치나 도발 등을 감행할 것으로 보십니까?
고영환 :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11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도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김영철 부장은 한미연합훈련 개시에 대해 "관계개선이 아니라 대결을 선택한 것"이라고 하면서 "우리는 이미 천명한대로 그들 스스로가 얼마나 위험한 선택을 하였는지, 잘못된 선택으로 하여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 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 줄 것"이라며 남측을 위협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과 김영철 부장의 발언들의 문맥을 보면 향후 북한이 대남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도발 시기와 규모입니다. 시기는 한미연합훈련이 진행되는 기간과 맞물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도발 형태로는 미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하여 단거리 혹은 중단거리 미사일들을 발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미사일 시험발사의 경우 미국을 자극할 수 있으니 미사일 발사는 자제하고 북한이 이미 예고한대로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파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같은 대남 관계 부서 폐지 등을 강행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목용재 : 이에 대한 한국과 미국 당국의 입장도 궁금합니다. 앞으로 한미가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제언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0일 김여정 부부장의 한미연합훈련 관련 담화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8월 1일 담화를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북측의 기존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본다"며 "담화의 의도, 앞으로의 북한 대응 등에 대해 현시점에서 예단하지 않고 북한의 태도 등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10일 기자들에게 "오늘 담화의 의도나 북한의 앞으로의 대응 등에 대해서는 현시점에서 예단하지 않고 향후 북한의 태도 등을 면밀하게 주시하면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입장도 나왔는데요. 현지 시간으로 지난 10일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와 관련된 질문에 "연합훈련은 순전히 방어적 성격이라는 것을 되풀이해 말하겠다.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인 의도를 품고 있지 않다"며 미국의 기본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저는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향후 태도를 지켜보면서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말과 오늘 말이 다른 북한의 발언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이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입장을 내놓았죠. 이에 대해선 어떻게 봐야 할까요?
고영환 : 지난1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수교 29주년 기념 양국 전문가 포럼' 자리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복잡한 시기에 서로 노력해서 한반도 평화·화해에 도움이 되는 일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발언했습니다. 이에 앞선 지난 6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즉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한미훈련은 건설적이지 못하고 미국이 북한과 진정으로 대화를 재개하고자 한다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어떤 행동도 삼가야 한다"며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했습니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9일 중국 녕하회족자치구에서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은 연합훈련을 하면서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고 내정간섭이기도 합니다. 중국이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는 것은 북한을 미국에 대항하는 하나의 외교적 카드로 악용하고 북한을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묶어 두면서 북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목용재 :북한은 2주만에 남북 당국 간 합의에 의해 복원한 통신연락선을 다시 끊었습니다. 북한이 당국 간 합의를 이렇게 쉽게 다시 무산시키는 행위는 어제 오늘일이 아닌데요. 자꾸 이런 행위를 반복하면 국제사회의 신뢰를 더이상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북한이 도발을 예고해놓은 상황인데요. 오판을 하지 않길 바라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