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정상회담 묘책 찾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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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5차 남북 정상회담이 9월 중 평양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남북이 9월 중에 정상회담을 평양에서 갖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날짜는 정하지 못했죠. 이유가 뭘까요?

고영환: 지난 13일 남과 북은 판문점에서 제4차 고위급 회담을 열고 "쌍방은 판문점 선언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진지하게 협의했다"며 오는 9월 안에 5차 남북 정상회담을 평양에서 열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4월, 5월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로 남북 정상이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입추가 지나면 가을이니 가급적 빨리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라"고 지시했으며,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8월 말, 9월 초'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북측에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지난 8월 13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정상회담 일자는 확정되지 못했습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면 9월 초는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9월에는 유난히 국제 행사들이 많습니다. 9월 11일부터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의 참석 하에 동방경제포럼이 열리며, 9월 18일부터는 뉴욕에서 유엔 총회가 열립니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이른바 9.9절 행사가 진행됩니다. 9.9절 행사를 전후하여 중국 시진핑 주석이 평양을 방문한다는 뉴스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남북 정상회담까지 열리게 되니 정상회담 날짜 확정이 물리적으로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깊이 들어가 보면, 북한 비핵화 문제를 놓고 진행되고 있는 미국과 북한 간의 협상 때문에 정상회담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미국과 북한은 지난주 판문점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와 해외 반출, 그리고 핵무기 리스트 제출과 종전선언 추진 문제에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북 간 협의가 진전되면 폼페이오 장관이 최종 합의를 위해 8월 말에 평양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성과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이 빨리질 수도, 늦어질 수도 있다는 소리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두 가지 문제에 방점을 찍고 평양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에서 얻어낼 수 있는 비핵화의 성과를 주시하고, 다른 편으로는 북한의 9.9절 행사 참석을 피하면서도 정상회담 날짜가 너무 뒤로 밀리지 않도록 묘책을 찾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9.9절 행사에 남측 인사가 참석할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북측의 정권 수립일인 9.9절과 남측의 평창 동계올림픽을 언급하면서 민족의 경사로 칭하였던 점과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선수단과 예술단을 보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북한이 9.9절에 남측의 축하 대표단을 보내라고 할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평창 올림픽은 세계인의 체육 축제로서 정치적 의미가 없지만 9.9절은 다분히 정치적 의미가 있는 행사입니다. 한국 대통령이 북한 정권 창립일에 맞추어 평양에 가는 경우 여러 정치적 논란을 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 청와대는 지난 14일 북한이 한국 정부에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 참석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정상회담 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이유가 9.9절과 관련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분석이 나오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이를 반박한 것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북한의 정권 수립일에 한국 대통령이나 한국 정부 대표단이 참석할 일은 없으리라고 봅니다. 그래서 우선 9.9절을 피하면서, 그리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결과를 보면서 남북 정상회담 날짜를 정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입니다.

박성우: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을 언급하고 계신데요. 왜 그렇습니까?

고영환: 미국과 북한의 북핵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8월 말로 예정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이 비핵화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에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9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예정되어 있고, 러시아에서는 동방경제포럼, 미국 뉴욕에서는 유엔 총회 등 굵직굵직한 행사가 열릴 예정입니다. 이러한 행사들이 북한 비핵화, 종전선언, 미북관계 정상화 등에 진전을 가져올 것이란 긍정적인 분석들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종전선언 없이는 비핵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여 왔습니다. 미국 정부 당국자가 지난 12일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북측 인사와 접촉했고, 이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위한 사전 접촉이라고 소식통이 전했습니다. 미북 간 사전 협상이 잘 진행될 경우 폼페이오 장관의 8월 평양 방문이 이뤄지면서 성과가 날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이 성과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은 그동안 북한이 주저해 온, 북한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핵물질과 핵무기 그리고 탄도미사일을 미국에 신고하고, 미국은 그 대신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을 해 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 내에서도 미국은 종전선언을 해주고 북한은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에 신고하는 주고받기가 가능하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13일 뉴욕타임스에 "워싱턴과 평양이 '신고 대 선언'을 교환하는 합의를 추진해볼 만하다"고 전했습니다. 윤 전 대사는 "북한이 모든 핵 자산을 신고한다면 미국은 한국전쟁의 종전선언을 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미북관계이고, 현재의 국면을 타개하는 돌파구는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폼페이오 장관의 제4차 방북이 기대됩니다.

박성우: 지난 15일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를 통해서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종전선언,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한 담대한 발걸음을 내디딜 것"이라며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문 대통령의 발언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의 비핵화입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면서 현재의 한반도 위기가 증폭되었고, 북핵을 제거하기 위하여 유엔과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채택했습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첫걸음을 딛기 위해서는 북한이 약속했던 대로 핵물질과 핵무기를 국제사회에 신고하고, 이에 따라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을 하면 됩니다.

이 과정을 넘으면 북한이 신고한 핵물질들에 대한 검증과 사찰이 이뤄지게 될 것이며, 핵무기 폐기 과정에 들어가면 미국과 북한 사이에 평화협정이 체결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입니다. 이 경우 유엔 제재는 완전하게 풀리고, 한국과 미국, 중국 등 나라들이 북한에 엄청난 투자를 하게 될 것입니다. 북한 경제는 들불같이 일어나고 인민생활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입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그래서 결과가 명백한 문제인데, 김정은 위원장이 머뭇거리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박성우: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과 제5차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를 주체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모든 여건이 맞아 떨어져서 문 대통령과 관련 당사자들이 북핵 문제에 대한 묘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