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지난 15일은 76주년 광복절이었습니다. 남북이 함께 크게 기리는 민족의 기념일 중 하나인데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광복절을 기념해 대북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하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광복절 76주년 경축사를 통해 대북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먼저 관련 내용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 76주년 경축사에서 대북 메세지를 내놓았습니다.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올해가 남북 유엔 동시가입 30주년이 되는 해임을 언급하면서 "우리에게 분단은 성장과 번영의 가장 큰 걸림돌인 동시에 항구적 평화를 가로막는 강고한 장벽"이라며 "우리도 이 장벽을 걷어낼 수 있다. 비록 통일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라도 남북이 공존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통해 동북아시아 전체의 번영에 기여하는 '한반도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계속하여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를 공고하게 제도화하는 것이야말로 남북 모두에 큰 이익이 된다. 우리가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한반도의 평화를 꿈꾼다면 우리의 상상력은 한반도를 넘어 유라시아를 넘나들 것"이라며 "화해와 협력의 노력을 그치지 않는다면 강고한 장벽은 마침내 허물어지고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새로운 희망과 번영이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올해 광복절 대북 메시지의 특징은 남북 정상회담, 고위급 회담 등과 같은 커다란 정치, 외교, 경제, 군사적인 제안이 없이 남북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하는데 그쳤다는 겁니다.
목용재 : 이번 문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에는 새로운 제안이 없었습니다. 북한의 동북아 방역 ·보건 협력체 참여만 재차 언급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 문재인 대통령의 8.15경축사 대북 제안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문은 보건 분야 협조 제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는 지금 정보공유와 의료 방역 물품 공동비축, 코로나19 대응인력 공동 훈련 등 협력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 코로나의 위협이 결코 일시적이지 않다는 것이 분명해진 지금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다"며 "협력을 확대해 나가면서 동아시아 생명공동체의 일원인 북한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비루스 감염병 방역과 치료, 의료품 지원 분야에서 북한과 협력할 수 있다고 밝힌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년 중 가장 중요한 기념일이라고 할 수 있는 8.15 경축사에서 신형 코로나 감염병 협조 문제와 같은 비교적 제한적인 분야에서의 협력 문제만 언급한 것은 최근 남북 정세와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북한은 지난 7월 27일 느닷없이 모든 남북 통신연락선들을 복원한다고 합의한 바 있습니다.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8월 1일 김여정 당 부부장은 한미연합훈련을 하지 말라는 담화를 내놓았고 8월 10일에는 주한 미군을 철수하라는 담화를 발표한 직후 남북 통신연락선들을 끊어버렸습니다. 한반도를 통째로 흔드는 것과 같은 일들이 불과 보름 남짓한 시기 동안 일어났습니다. 한국과 세계 여론은 악화되었고 남북관계는 당연히 얼어붙었습니다. 악화된 여론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호의적인 제안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평가됩니다.
목용재 :광복절을 맞아 한국은 대한독립군을 이끌었던 홍범도 장군의 유해도 모셔왔습니다. 이 내용도 전해주시죠.
고영환 :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를 이끌었던 독립투쟁의 영웅,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홍범도 장군은1868년 평양 태생으로 한반도 북부와 만주에서 독립투쟁을 한 민족의 영웅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오전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 추모사에서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 101주년, 장군이 이역만리에서 세상을 떠나신 지 78년, 참으로 긴 세월이 걸렸다"며 감격해 하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인 지난 8월15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나가 카자흐스탄에서 돌아온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맞이했으며 지난 17일에는 홍범도 장군에게 한국의 최고 훈장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수여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안장식 추모사에서 "홍범도 장군의 귀환은 어려운 시기에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다. 장군이 고향 흙에 흘린 눈물이 대한민국을 더 강하고 뜨거운 나라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장군의 불굴의 무장투쟁은 강한 국방력의 뿌리가 됐다. 1800톤 급 잠수함 홍범도함은 동해 앞바다를 지키고 있고 대한민국은 종합군사력 세계 6위의 군사 강국으로 자주국방의 꿈을 이뤄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돌아가신 홍범도 장군 안장식 장면을 보면서 조국의 품에 안긴 홍 장군이 독립이 실현된, 그리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세계 6위의 군사력을 가진 대한민국을 보셨더라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에 가슴 뭉클함을 느꼈습니다.
목용재 : 한국 정부는 그동안 홍 장군의 유해를 모셔오기 위해 꽤 긴 시간동안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아는데요. 이렇게 긴 시간이 소요된 이유가 무엇입니까?
고영환 : 항일독립전의 영웅인 홍범도 장군이 카자흐스탄에서 세상을 뜨신 지 78년 만에야 한국으로 돌아 온 것은 북한과의 외교적 마찰과 카자흐스탄 고려인 사회의 반발 등이 그 이유였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은 구 소련의 가맹 공화국이었고 지난 1991년에야 구 소련으로부터 독립했습니다. 그 당시 한국은 노태우 정부였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북방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고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한국으로 모셔오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그때부터 시작됐습니다. 한국과 카자흐스탄 양국관계 뿐만 아니라 이 나라에 정착해 살던 고려인들을 설득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박수현 한국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17일 한국의 TBS 라디오에 "홍 장군은 카자흐스탄에 정착한 고려인의 정신적 지주"라며 "당연히 고국으로 돌아오셔야 하나 고려인들 입장에서는 섭섭하고 서운한 일이었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북한 역시 홍 장군의 유해 봉환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남북 간의 외교적 마찰이 있는 상황에서 카자흐스탄 정착 고려인들에 대한 설득, 한국 정부와 카자흐스탄 정부 간의 협력 등으로 독립 투쟁의 영웅이 조국 땅으로 돌아 오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목용재 : 홍 장군의 유해를 모셔오는 것에 남북관계가 걸려있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렇다면 북한은 평양 출신인 홍 장군의 유해를 그동안 왜 모셔가지 않고 방치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 저도 북한에 있을 때 홍범도 장군에 대한 교육을 받은 바 있습니다. 북한도 홍범도 장군의 업적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북한은 홍범도 장군을 붉은 군대와 함께 싸운 조선인 지휘관으로 김일성 주석의 항일 투쟁 이전에 일어났던 수많은 독립투쟁사 속의 한 인물 정도로만 소개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홍범도 장군을 항일독립사에서 언급을 하면서도 내세우지 못하는 것은 김일성 주석과의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이른바 항일 무장투쟁사의 주인공은 당연히 김일성 주석입니다. 홍범도 장군의 업적을 설명하면 김일성 주석의 항일투쟁이나 보천보 전투는 그 의미가 크게 퇴색할 수 있습니다. 홍범도 장군을 내세울수록 김일성 주석의 '항일 업적'의 위대성이 묻힌다는 겁니다. 그래서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북한으로 모셔가는데 부담을 느꼈고 적극적이지 않았을 겁니다. 여기에 북한과 카자흐스탄의 관계, 북한과 카자흐스탄 정착 고려인들과의 관계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카자흐스탄이 규탄하면서 양국관계는 동결된 것이나 다름 없는 상태입니다. 카자흐스탄에 살고 있는 독립군 후손들은 물론 김일성 주석을 도와 북한 정권 수립과 6.25전쟁에 참여하였다가 숙청되었던 사람들의 후손들도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평양으로 보내는 것을 반대해 왔습니다.
목용재 :북한이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모셔오는 것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은 김 씨 일가의 우상화를 위한 역사 왜곡과 과장의 일환으로 봅니다. 항일독립 투쟁에 김일성 주석이 기여한 바는 그리 크지 않다는게 전반적인 평가인데요. 통일이되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북한이 왜곡하고 과장해 놓은 이 같은 역사를 바로잡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