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이번 주에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 있었는데요.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서해 한국 공무원 피격 사망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한국 국회가 2021년 예산안을 확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데요.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예산안을 국회로부터 승인받기 위해 시정연설을 했죠. 북한, 안보와 관련된 내용은 어떤 것이 있었나요?
고영환 : 한국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2021년 정부 예산안을 검토하는 절차에 들어 갔습니다. 한국은 삼권분립이 근간인 국가여서 정부가 내년에 어느 정도의 돈을 사용하겠다고 예산 초안을 만들면 그대로 예산의 집행이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국회가 그 예산안이 적법하게 산출되었는지 검토하고 이를 승인해야 정부가 그 돈을 집행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회를 찾아가 정부가 제출한 내년 한국 정부의 예산 초안을 승인해 줄 것을 요청하는 시정연설을 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정부의 내년 안보 부문 예산 규모와 이와 관련된 문 대통령의 발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통해 2021년 국방 예산 규모와 이와 관련된 향후 방향에 대해 "강한 안보가 평화의 기반이 된다는 것은 변함없는 정부의 철학"이라며 "한국 정부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인 국방 투자를 더욱 늘려 국방예산을 52조9천억 원으로 확대했다"고 말했습니다. 52조9천억 원이면 대략 480억 달러입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전방위 안보위협에 대비한 첨단 전력을 보강하고 핵심기술 개발과 부품의 국산화를 위해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계속하여 문 대통령은 "대화가 중단되고 최근 서해에서의 우리 국민 사망으로 국민들의 걱정이 클 것"이라며 "투명하게 사실을 밝히고 한국 정부의 책임을 다할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평화체제의 절실함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한반도 평화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라며 "강한 국방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대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께서는 이번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문 대통령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망사건의 북한 책임은 지적하지 않은채 남북 협력을 재차 언급했는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문 대통령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고 "해당 사건으로 인해 남북 평화체제의 절실함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식으로 표현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한국의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이 같은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비판했습니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지난 28일 논평을 통해 "북한의 총부리가 한국 국민의 목숨을 잔인하게 앗아가고 북한이 한국 국민의 혈세로 지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켰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한마디 항의도 못했다"고 강조했다.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시정연설 내용에) '살해'나 '피살', '시신소훼'라는 표현이 나올 줄 알았는데 나오지 않았다"며 대통령을 비판하였습니다. 저는 한국 정부의 공무원, 즉 사무원을 북한이 피살하고 시신까지 훼손하는 만행을 저질렀는데 문 대통령이 북한의 책임을 규탄하지도 않은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이며 대통령의 책무라는 생각도 동시에 해봅니다.
목용재 :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를 중요시하고 있는 상황이라 북한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인데요. 올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할지 여부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죠?
고영환 : 지난 20일 유엔 주재 유럽연합 대표부 대변인은 자유아시아방송에 올해 북한인권 결의안을 위한 첫 번째 회의가 미국, 일본, 캐나다, 스위스, 호주, 영국 등 지난해 공동제안국들 다수가 참석한 가운데 지난 13일 개최됐음을 밝혔습니다. 지난해에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지 않았던 한국이 올해에는 공동제안국에 참여하는지에 대해서는 "한국은 이번 회의에 초대됐지만 회의 전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통지를 해 왔다"고 답변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2008년 이후 11년 만인 지난해에 처음으로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이러한 입장에 대하여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한국이 올해에도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국내에서도 한국 정부가 지나칠 정도로 북한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지난 10월 13일 유엔에서 미국, 일본, 캐나다, 스위스 등 서방 나라들이 모여 북한인권결의안 작성을 위한 회의를 했는데 우리는 초청을 받고도 회의 직전 불참을 통보했다"며 한국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북한 인권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한국이 북한 인권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 아직 한국 정부는 올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여부를 결정한 상황은 아니지만요,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공동제안국에서 빠질까봐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죠?
고영환 : 지난 26일 한국 국회에서 열린 외교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은 올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여부와 관련해 좀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한국의 북한인권단체들이 많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은 지난 27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한국 정부가 인권 문제를 정치적인 문제와 독립시켜 다루는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정 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도 "인권을 강조하면서 북한에 개선의 기회와 여지를 줘야한다"며 "이렇게 북한 인권을 개선시켜 국제사회에 북한이 나오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도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머뭇거리는 한국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목용재 : 한국 정부가 북한에 저자세로 나가고 있다는 지적들이 많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았고 올해 서해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같은 한국 정부의 행보가 남북관계나 비핵화에 도움이 된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 지난 3년 동안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한국 사무원 피살 후 시신훼손과 같은 만행으로 답했습니다. 지난 3년은 선의만 가지고는 북한과의 관계를 발전시킬 수 없다는 사실이 증명된 기간이었습니다. 북한이 공개처형, 체포 영장이나 재판 없이 주민들을 체포하고 정치범수용소로 보낸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북한인권 문제 제기는 대북관계에서 한국의 강력한 외교적 지렛대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북한에 인권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면 북한 당국은 주민들을 탄압하는데 주저할 수 있습니다. 남북대화에서도 북한이 "우리가 인권문제를 점차 해결할테니 국제 무대에서 특정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든가 "비핵화에 더 노력을 할테니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하지 말아 달라"라는 등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보면서 지속적으로 저자세를 취한다면 북한인권 문제는 더 악화될 것입니다.
목용재: 위원님 말씀처럼 한국 정부는 지난 3년여 동안 북한이 민감해하는 사안에 대해 크게 문제 삼은 바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의 만행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언제까지 북한에 선의를 베풀며 북한의 입장이 바뀌길 기다릴 건지 의문입니다. 한국 정부가 적어도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에 대해서는 북한에 가감없이 직언을 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