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폐기 의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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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국정원이 밝힌 내용인데요. 북한 당국이 핵탄두 소형화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겁니다.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진척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목되는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이 핵 개발이나 핵탄두 소형화 같은 작업은 지금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미북 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에 서명했습니다.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더 이상 핵 개발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왔기 때문에 이번 국정원의 보고로 북한의 핵 활동 지속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입니다.

한국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정부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계속 가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었다며 비판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의 핵 활동을 중단시키고 완전한 비핵화를 하기 위해 지금 협상 중"이라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습니다.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이번에야말로 핵을 폐기할 것 같다는 희망이 커져 왔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기와 핵시설 등에 대한 신고도 하지 않고 있고 자신들이 더는 필요가 없다고 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였다고 주장한 것 외에는 실제로 진행된 비핵화는 없습니다.

현재 미국은 북한에 핵무기와 핵물질 신고서를 제출하라고 하고 있고, 이에 북한은 미국을 어떻게 믿고 핵시설을 신고하느냐며 맞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미북 고위급 회담도 열리지 못하고 있고 제2차 미북 정상회담도 지연되고 있는 와중에 북한이 핵 개발과 핵무기 소형화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한국 국정원의 보고가 나온 것입니다. 명백한 것은 북한이 현재 핵 폐기 문제에서 머뭇거리고 있고, 이 때문에 핵 폐기 의지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불신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박성우: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핵 포기는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정치 학습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도 보도됐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 전문 매체인 일본 '아시아 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를 인용해 북한이 9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주민을 상대로 '핵 무력 포기는 없다'는 내용의 정치 학습을 시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방송은 "평양뿐 아니라 다른 지방에서도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북한 당국의 설명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지만 평화협정으로 갈 조짐이 보이지 않으니까 북한 당국도 지금 단계에서 핵 무력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내부적으로 주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당의 '유일영도사상에 관한 10대 원칙'에 핵보유국을 명시하고 주민들에게 핵 보유의 정당성을 설명해왔습니다. 특히 김정은의 이른바 가장 큰 업적이 북한을 핵보유국의 지위에 올려놓은 것이라고 선전해 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포기한다는 소식에 북한 주민들이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핵이 없으면 죽는다'고 말해 왔고 핵 강국임을 자랑해 왔는데 갑자기 왜 핵을 포기하느냐는 것입니다. '풀뿌리를 뜯어 먹으며 만들었다'는 핵무기를 왜, 무엇 때문에 폐기해야 하는지, 핵을 폐기하면 북한은 무엇을 얻게 되는지, 그리고 폐기할 거면 왜 그렇게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으면서 만들기는 한 것인지에 대한 명백한 설명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북한 지도부가 처한 딜레마인 듯 합니다.

김정은이 '위대하다'는 것은 북한을 이른바 핵보유국의 반열에 올려세웠다는 점인데, 핵무기를 없애면 김정은이 이제껏 쌓아 놓은 '업적'이 무너지고, 그의 권위에도 심각한 훼손이 갈 수 있고, 북한의 1인 지배체제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외부적으로는 핵을 포기한다고 하고 내부적으로는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주민을 결속시키려는 이중적인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에는 한미 군사훈련이 재개될 수 있다는 보도가 일본에서 나왔죠. 위원님은 그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북한 비핵화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미국이 내년 초 한국과의 연합 군사훈련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일본에 알렸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지난 13일 보도했습니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교도통신에 "미국의 당국자가 지난 9월 이후 수차례에 걸쳐 이런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당국자가 일본에 재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한미가 올해에 중단시켰던 키리졸브와 독수리 연합 훈련입니다.

한국의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내년도 한미 연합훈련 일정과 관련하여 지난달 31일 한미 안보협의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11월 15일까지 실무진에서 검토하고, 12월 1일 이전에 결심하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저는 북한이 비핵화에서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하고, 폼페이오-김영철 미북 고위급 회담이 진행되며,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경우 내년도 키리졸브 훈련과 독수리 훈련은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북한이 영변 핵시설 해체, 핵물질 및 핵무기 신고 등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장이 발언한 것처럼 이른바 '병진노선'을 다시 꺼내면서 미국을 위협하는 경우 내년도 한미연합 군사훈련은 재개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한미 군사훈련이 재개되고 한반도에 또다시 긴장 상태가 조성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김정은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지난 한 주 동안 남측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았던 뉴스 한 가지 짚어 보겠습니다. 한국 정부가 제주도산 귤을 북한에 보냈죠.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한국 정부가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평양에 제주도산 귤 200톤을 한국군 수송기에 실어 북한에 보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 귤이 9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한국에 보낸 송이버섯 2톤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으로 간 귤은 모두 10kg 상자 2만 개 분량입니다. 상자당 귤 개수는 100개 내외이니 귤 200여만 개 분량인 거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북측이 송이버섯 2톤을 선물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남측이 답례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정은이 지난 9월 20일 한국 화물수송기편에 북한산 송이버섯을 보내왔고, 한국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이산가족 4000여 명에게 이 버섯을 500g씩 나눠 줬습니다.

저는 한국 정부가 김정은 위원장이 보낸 송이버섯 2톤에 대한 답례로 제주 귤을 평양에 보내는 형식을 취하면서 김정은의 연내 서울 방문의 불씨도 살리고 미북 대화의 동력도 살려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판단합니다. 다시 말해서 미북 협상이 부진해지면서 남북 대화만이라도 이어 나가 이를 미북 비핵화 협상으로 연결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행동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북한 인민들이 한국 국민들이 보낸 귤의 맛을 보면서 동포애를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송이버섯과 귤이 남북을 오가고 있습니다만, 비핵화 대화에 진전이 없으면 본격적인 남북 교류가 시작될 가능성은 높아질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 이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