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결과를 내놨습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대외 메시지도 없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외무성은 자신들의 미사일 전력을 과시하는 입장을 내놨는데요.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합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막을 내렸는데요. 코로나19 대응 관련 예산 항목을 신설하고 이에 대한 예산을 다른 부문보다 크게 늘린 점이 주목됩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 결과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북한이 지난 6∼7일 사이에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6차 회의를 개최했다고 중앙통신이 지난 8일 밝혔습니다. 최고인민회의에서는 2021년 예산을 결산하고 올해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올해 예산에서 특이한 점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예산 항목을 신설하고 해당 예산을 지난해보다 33.3% 늘렸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전까지는 경제, 건설 부문 예산을 매년 4.9∼6.2%씩 늘려왔지만 지난해에는 동 예산을 0.6%로 소폭 인상한 데 이어 올해도 상대적으로 작은 인상률을 보였습니다. 북한 재정상은 "대유행 전염병을 비롯한 세계적 보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지출 항목을 새로 내오고 지난해에 비상방역으로 지출된 자금보다 늘려 우리의 방역을 선진적이며 인민적인 방역체계로 이행하는 사업을 적극 내밀 수 있게 자금적 담보를 마련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최고인민회의에서 북한은 신형 코로나 감염병 비상 방역 사업에 대한 예산을 대폭 늘리는 동시에 농업부문 예산도 대폭 늘린다고 언급했습니다. 중앙통신에 의하면 최고인민회의는 지난해 국가예산 집행과 내각 사업 추진에서의 결함도 지적했습니다. 통신은 "일군들이 국가예산수입 계획을 무조건 수행하겠다는 각오가 부족한 데로부터 일부 단위가 예산수입 계획에 미달했다"면서 "일군들이 비상방역 상황이 장기화되는데 맞게 경제조직 사업을 방법론 있게 진행하지 못해 예산 집행에 지장을 주는 현상들도 나타났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최고인민회에서 북한은 주로 내부적인 문제들만 토론한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이번 최고인민회의에 김정은 당 총비서가 참석할지 여부가 주목되기도 했었는데요. 김 총비서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른 대외 메시지도 없었고요. 이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김정은 당 총비서가 지난 2019년과 2021년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해 시정연설을 했던 점으로 미루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도 김정은 총비서가 이 시정연설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 바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최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유예 철회를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적도 있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대외, 대미, 대남 메시지를 발신할지 관심이 쏠렸었죠. 그러나 김정은 총비서는 회의에 불참했습니다. 여러 가지 형태의 미사일들을 발사해 오던 북한이 최고인민회의에서 한국이나 미국을 향해 어떤 신호나 메시지도 발신하지 않은 것은 올해 상반기 예정되어 있는 거대 정치행사들에 총력을 집중해야 하는 북한 내부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다음 주 수요일 즉 2월 16일은 김정은 총비서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80주년입니다. 부친의 정주년 생일을 코앞에 둔 김정은 총비서가 말폭탄으로,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미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목용재: 북한 외무성이 지난 8일 미사일 전력과 관련해 과시하는 내용의 글을 올려 주목되기도 하는데요. 이 같은 북한의 입장,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고영환: 지난 8일 북한 외무성은 홈페이지에 게시한 '위대한 담력과 배짱이 불러온 승리의 통장훈'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올해 초 진행한 '극초음속미사일' 발사와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 발사 등을 언급하며 이러한 '사변'들은 김정은 총비서의 "위대한 담력과 배짱이 불러온 승리"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글에서 외무성은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인민의 존엄을 털끝 만큼이라도 건드리는 자들에게는 추호의 용서나 자비도 없을 것이라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확고 부동한 의지를 세계 앞에 다시 한 번 과시한 역사적 쾌거"라면서 "미국 본토를 사정권 안에 두고 미사일 시험까지 진행해 거대한 진폭으로 세계를 진감시키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 오직 우리 국가밖에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외무성은 계속하여 북한이 "많은 나라들이 미국의 눈치를 보며 굴종과 맹종으로 세월을 허송하고 있는 오늘의 세계에서 미국에 제 할 소리를 다하며 당당히 맞서 나가는 나라"라고 자랑했습니다. 북한 외무성에서 근무하였고 세계 정세를 늘 살피고 있는 저는 북한 외무성의 이번 글은 정말로 황당한 얘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미국과 자웅을 겨루고 있는 중국도, 세계 군사대국인 러시아도 미국과 싸워 이긴다는 식의 외교를 하지 않습니다. 북한 외무성의 위의 글이나 '인공지구위성'을 언급하고 있는 북한 매체들의 최근 선전 동향을 고려해 보면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80주년 혹은 김일성 국가주석 생일 110주년을 맞아 '인공지구위성'이라고 주장하면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과 국제 통신사들과 임기 마감을 앞두고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문 대통령이 북한과 관련해 어떤 소회를 밝혔나요.
고영환: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대통령 임기 종료를 3개월여를 앞두고 한국의 연합뉴스 및 세계 7대 통신사와 합동 서면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이날 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소회를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나는 임기 5년간 전쟁 위기 상황을 극복하며 평화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했고 군사적 대결 대신 대화와 외교로 방향을 전환시킨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긴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하여 문 대통령은 "남북미가 함께 기울여 온 대화와 외교의 노력이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구축이 결실을 본다면 남북미 모두에 역사적 위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한 소회도 밝혔습니다. 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하노이 노딜', 즉 회담결렬은 그때까지 좋은 흐름을 타고 있던 미북대화와 남북대화를 멈추게 하고, 장기간 교착국면을 초래하게 해 아쉽다"며 "7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형성된 적대와 대립의 관계를 종식시키고 새로운 평화 질서를 구축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발언했습니다. 북한을 위해 모든 것을 다 걸다시피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아쉬움이 큰 것 같습니다.
목용재: 위원님께서는 지난 5년여 간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및 외교안보 정책, 탈북민 정책 등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시는지 궁금합니다.
고영환: 한국에서는 5년에 한 번씩 대통령 선거를 합니다. 오는 3월 9일 한국은 대통령 선거를 합니다. 임기가 불과 수십일밖에 남아 있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슴 아픈 소리를 많이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대북, 안보 및 외교 정책은 비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관계 발전에 너무 순진하게 접근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핵무기 폐기를 쉽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아는 사실인데 문재인 정부는 한국이 성심성의로 북한을 대하고 미북 사이의 가교 역할만 잘 하면 북한이 비핵화를 하리라 믿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애끓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비핵화는 한 걸음의 전진도 없었습니다. 남북관계도 2018년 평창올림픽 이전의 관계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한미, 한중, 한일관계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탈북민 정책은 더 큰 비판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탈북인권 단체들의 활동에 제약을 가하고 탈북민들의 애로와 고충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차기 정부는 "앞서 온 통일"이라는 탈북민들에게 더 큰 애정을 가졌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 봅니다.
목용재: 북한이 핵 미사일 모라토리엄 철회를 시사한 상황에서 차기 대통령의 역할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선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치열한 선전전을 벌이고 있는데요. 아직 북한인권과 관련한 분야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은 후보는 보이지 않습니다. 차기 한국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현실적으로 접근하면서 북한인권 증진에 큰 힘을 기울일 수 있는 후보가 되길 바라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