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벌어진 지 1주일여가 지났습니다. 국제사회는 이에 강력한 규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북한은 이에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하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됐는데요. 먼저 이 소식부터 전해주시죠.
고영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유엔총회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채택됐습니다. 유엔은 현지시간으로 지난2일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긴급특별총회를 열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찬성 141표, 반대 5표, 기권 35표로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채택했습니다. 결의안 채택 결과가 공표되는 순간 유엔 총회장의 다수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 환호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표했습니다. 결의안은 "러시아의 2월24일 '특별 군사작전' 선언을 규탄한다"며 "무력 사용 또는 위협으로 얻어낸 영토는 합법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유엔 회원국들은 결의안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개탄한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즉각적이고 완전하며 무조건적으로 군병력을 철수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결의안은 이어 우크라이나의 주권, 독립, 영토보전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하고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러시아의 무력 사용을 즉각 중단할 것 등을 강력하게 요구했습니다. 이번 유엔 총회 결의안은 유럽연합이 주도하였으며 결의안에는 한국을 포함해 약 100개에 가까운 나라들이 공동제안국에 참여했습니다. 러시아의 침략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세르게이 끼슬리쨔 주 유엔대사는 "그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존재할 권리 그 자체를 빼앗아가려고 한다"며 "러시아의 목표는 단순한 점령이 아니라 집단 학살"이라고 러시아를 비판했습니다.
목용재: 이 결의안 채택에 반대한 국가는 모두 5개국인데요. 여기에 북한이 포함돼 있습니다. 북한이 유엔에서 어떤 입장을 밝혔습니까?
고영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하는 유엔 총회 결의안에 한국은 찬성한 반면, 북한은 러시아의 위성 국가 벨라루스, 에리트리아, 시리아 그리고 러시아와 함께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2일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유엔 총회 회의에 발언자로 나서 "미국과 서방은 다른 나라들을 향한 고압적이고 독단적인 태도에 심취해 있다"고 하면서 "미국과 서방은 법적 안보 보장을 제공해달라는 러시아의 합리적이고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면서 더욱 노골적으로 나토, 즉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을 추구하고 공격무기 체계를 배치함으로써 조직적으로 유럽의 안보 환경을 약화시켰다"고 발언했습니다. 김 대사는 계속하여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미국과 그 추종자의 압제, 제멋대로 식 행동"이라며 "주권국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미국의 일방적이고 표리부동한 정책이 남아있는 한 세계평화는 정착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발언의 맥락은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이 미국과 서방 세계 그리고 침략을 당한 우크라이나에 기인한다는 것입니다. 침략자를 비호하고 침략을 당한 피해자를 비판하는 북한의 입장은 세계적 상식과 국제법 모두에 어긋나는 천부당, 만부당한 태도입니다.
목용재: 그동안 자주권을 강조하던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것은 모순된 입장으로 보이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미국을 향해 주권국가의 존엄과 자주권을 침해하지 말라고 줄곧 주장해 오던 북한이 정작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노골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은 정말로 모순되는 행동입니다. 저는 북한이 외교적인 고립을 무릅쓰고 러시아를 지지하는 것은 러시아가 북한의 이른바 '형제국가'이기도 하지만 러시아가 최근 미국을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형세 하에서 러시아와 함께 반미 공동전선을 굳건히 하려는 의도로 분석합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행위를 지지한 나라는 지구상에서 침략자 자신인 러시아, 러시아의 위성국가라고 할 수 있는 벨라루스, 내전에서 러시아군의 도움을 받으며 정부를 지탱하고 있는 시리아 그리고 이른바 '아프리카의 북한'으로 불리는 에리트레아 뿐입니다. 이렇게 언급한 나라 모두 독재국가들이며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는 나라들입니다. 북한은 통상적으로 미사일 시험발사 등 자신의 무력 시위에 한국과 주변국들이 우려를 표할 때마다 "국방력 강화는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걸고드는 것은 국가의 존엄과 자주권 침해"라는 논리를 펼쳐왔습니다. 한마디로 북한은 '다른 나라의 자주권 침해는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대외적으로 강력하게 표명해 온 것인데요. 이번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자주권 침해를 노골적으로 지지했습니다.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이중적이며 모순되는 외교 행태입니다.
목용재: 우크라이나 침공사태를 본 북한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한국 내에서는 북한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핵 전력 구축에 더욱 힘을 기울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고영환: 두가지 견지에서 고찰해 보겠습니다. 우선 핵문제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결심은 더욱 완고해질 것으로 봅니다. 과거 우크라이나는 미국, 러시아에 이은 세계 3대 핵보유국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핵무기는 구소련이 보유하던 핵무기를 소련이 붕괴하면서 자연스럽게 얻어진 것이었습니다. 구소련으로부터 독립 후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서유럽국가들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대륙간탄도미사일들과 1800여 기에 달하는 핵탄두들을 폐기했습니다. 김정은 당 총비서와 북한 지도부는 만일 오늘 우크라이나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었을까라고 자문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북한 지도부는 핵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음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지켜보면서 자신들이 준비하였던 한국 침공 계획을 일부 수정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북한은 러시아가 우크라아나에 가한 사이버공격, 심리전, 정보전 등 유형들을 세밀하게 분석할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북한에 미치는 영향은 뭐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를 비롯한 전세계의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러시아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있습니다. 루블화 폭락으로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국가 계획금을 달러로 바쳐야 하는데 달러대비 루블화가치가 연일 폭락하고 있어서 루블화로 월급을 받고 있는 러시아 파견 북한 근로자들이 타격을 입고 있는 것입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고려인 소식통은 지난 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요즘 러시아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이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며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해 서방세계의 강력한 경제제재가 가해지면서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 식량 가격 등도 폭등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세 하에서 북한은 국제 대두 가격 상승 영향으로 가격이 급등한 식용유 확보에 적극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내 대북 무역상들은 지난 3일 "무역상마다 북한으로부터 한 달에 300∼400t씩의 식용유를 주문 받았으나 최근에는 며칠 간격을 두고 200∼300t씩 구매 주문이 들어온다"고 말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으킨 무모한 전쟁으로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더 심화될까 우려됩니다.
목용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행위를 전세계가 한목소리로 규탄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스포츠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는데요. 한국과 미국 등 26개국 스포츠 관련 장관들은 러시아와 이에 동조하는 국가들이 국제 경기를 개최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들의 국제 경기 출전 등을 제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책임을 엉뚱하게도 미국과 서방에 돌리고 있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고립되는 상황을 자처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