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분간 대화 나서지 않을 것…내부 단속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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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지난 주말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양국의 공동성명 첫머리에 한미동맹과 대북정책에 대한 내용이 올라왔는데요. 오늘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을 짚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합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지난 주말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죠? 양 정상이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 이 내용부터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미국을 방문했던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한국 시간으로 지난 23일 귀국했습니다. 미국 방문기간 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 등을 만났습니다. 지난 21일 워싱턴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 사이에 단독회담, 확대회담들이 진행됐고 회담이 끝난 후 한미 공동성명이 발표됐습니다. 성명 발표 이후 양국 공동 기자회견도 진행됐습니다. 공동성명에서는 양국관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한국 방어와 한미 연합 방위태세에 대한 상호 공약을 재확인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가용한 모든 역량을 사용해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확인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동의 약속과 북한의 핵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다루어나가고자 하는 양측의 의지를 강조했다"며 "한미는 북한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의 관련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한미는 2018년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미북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목용재 : 이 같은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한국과 미국 내에선 어떤 평가가 나왔습니까?

고영환 : 한국에서의 평가부터 말씀 드리겠습니다. 정부와 집권여당 그리고 야당의 입장이 조금씩 다른데요.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뿐 아니라 미북관계의 대화를 재개하고 평화를 향해 한 발 나아갈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조성됐다"고 평가하면서 "한미 정상 간 공동합의 과정에서 외교를 통한 평화적 해결,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을 통한 실용적 해결, 한국 정부의 능동적 역할, 동맹에 대한 존중 등의 정신이 분명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청래 의원은 지난 25일 T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런 (한미정상의)공동성명은 유사 이래 처음"이라고 평가하며 "모든 부분에서 우리가 선진국이 됐다는 느낌이 드는데, 야당 논평은 후진국적"이라며 야당을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지난 22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그동안 다소 소원했던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다지고 새로운 한미관계의 패러다임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면서도 "어느 때보다 기대가 컸던 정상회담이었기에 사실상 어떤 결과든 아쉬움이 남고 야당으로서는 남은 과제들에 대한 지적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측의 평가는 대체적으로는 호의적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에 대해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 25일 코리아소사이어티와의 대담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탁월한 성공이었고 전보다 동맹이 강해졌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지난 25일 토머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과의 대담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매우 잘 됐다고 생각한다"며 "양국이 이번 회담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었다"고 호평했습니다.

목용재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목된 것은 미국 정부가 공석이던 국무부의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임명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북한인권특사 임명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십니까?

고영환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 발언에서 성 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이 대북특별대표를 맡는다고 발표했습니다. 성 김 대행은 인도네시아 대사로 재직하던 중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맡았다가 이번에 대북정책특별대표로 발탁된 겁니다. 그동안 워싱턴 정가에서는 취임 후 북한 인권 문제를 꾸준히 거론해온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 시절 공석이던 북한인권특사를 먼저 임명하고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뒤로 미룰 것이라는 관측들이 있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하기 전에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먼저 발표한 것은 미북,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문재인 대통령을 배려하고 대북관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로 보입니다. 북한에 대해서도 인권 문제 제기와 억제 강조보다는 외교와 대화를 우선한다는 유화적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성 김 대행을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인도네시아 대사를 겸직하게 한 것은 미국이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 서두르지 않고 충분하게 시간을 갖고 검토하겠다는 의미를 내비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인권특사도 시차를 두고 임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성 김 특별대표를 임명하는 성의를 미국이 먼저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대화에 호응하지 않거나 도발하는 경우 북한인권특사가 조만간 임명될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 한미 정상회담 이후 이에 대한 후속 조치 차원의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 내용도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지난 25일 김부겸 한국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유례없는 성과를 거뒀다"며 "관련 부처는 후속 조치 이행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발언했습니다. 김 총리는 계속하여 "미국은 우리의 백신, 즉 왁찐 생산능력을 인정해 글로벌 백신 포괄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백신 생산 기지화, 글로벌 백신 허브, 즉 세계적인 왁찐 생산 중점 국가로의 발전을 도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26일 뉴욕과 워싱턴DC를 방문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습니다. 박지원 원장의 구체적인 방문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방문 기간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장을 비롯한 미 정보기관 관계자 등을 만나 북한 동향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한 판단,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한미 정상회담이 마무리됐는데요. 이번 양 정상의 만남에 대한 위원님의 평가가 궁금합니다. 또한 한미 양 정상이 회담을 통해 북한에 대화 메시지를 던져놓은 상황인데요. 북한이 이에 언제쯤 호응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고영환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대화와 외교의 메시지를 발신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공동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저는 남북 간, 미북 간 약속에 기초한 대화가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라는 믿음을 확인했다"고 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전진하면서 긴장을 줄이기 위한 실용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해 북한과 외교적으로 관여할 의지를 공유한다"고 밝혔습니다. 한미가 공동으로 북한 비핵화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겠다는 원칙을 제시한 겁니다. 그리고 이 원칙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대화를 촉구한 것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의 호응입니다. 북한은 현재 제재와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로 인한 격리 등으로 엄중한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내부 단속이 우선이라는 의미입니다. 더욱이 바이든 행정부가 핵 문제 해결 없이는 제재 완화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서 북한이 당장 미북대화나 남북대화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한은 우선 미국의 대북전략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분석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둘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한미 정상이 회담을 통해 북한에 각을 세우지 않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는 셈인데요. 위원님께서도 말씀하셨다시피 북한이 적극 호응해올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미국이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임명하면서 북한과 대화 준비를 진행하고 있으니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미북 간의 접촉이 이어지는 것을 기대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미북 간의 유의미한 접촉이 있기 전까지 북한이 도발행위를 하지 않길 바라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