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도발, 5월 초순까지 이어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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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이 지난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과 관련한 한미 당국의 분석이 나왔는데요. 신형 ICBM이 아닌 구형 ICBM을 발사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하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북한이 지난 24일 ICBM을 발사한 뒤 신형인 화성-17형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선전했는데요. 이 같은 선전이 거짓인 것으로 분석됐죠? 이 내용부터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북한은 지난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뒤 이 미사일이 신형인 화성 17형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 미사일에 대하여 한국 국방부가 화성 17형이 아니라 화성 15형이라고 분석하고 이 결과를 한국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지난 3월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제출한 현안보고 '북한이 주장하는 화성-17형을 화성-15형으로 평가하는 근거'라는 자료에서 위와 같이 밝혔습니다. 국방부가 이번 미사일을 화성-15형으로 평가한 근거는 크게 5가지로, 동 미사일의 비행 특성, 영상 속 그림자, 발사 당일 기상, 미사일의 기술적 요소 그리고 한국과 미국의 분석 및 평가 등입니다. 국방부는 우선 탄도미사일이 탄종별로 고유의 비행 특성을 갖고 있다며 이번 미사일의 비행 특성을 정밀 분석한 결과 이것이 화성-17형보다는 화성-15형과 유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둘째로 북한이 공개 보도한 영상 속 김정은 당 총비서의 그림자는 서쪽으로 비쳐 해당 영상이 오전 8~10시쯤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북한이 발표한 ICBM 발사 시간은 오후였다고 국방부는 지적했습니다. 셋째는 기상 상태인데요. 발사 당일 순안 지역은 구름으로 대부분 덮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 발표 영상에서는 미사일이 맑은 날씨에 발사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방부는 계속하여 "각종 한미 간 공조회의에서 미국도 한국 측 분석 기법과 평가 내용에 동의했다"고 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사일의 기술적 요소인데 신형인 화성-17형은 액체연료 엔진, 즉 액체연료 기관 4개 묶음으로 이뤄져 있어 엔진이 2개 짜리인 화성-15형보다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4.15, 김일성 국가주석 생일이 불과 며칠 안으로 다가오니 김정은 총비서가 무리해서 성과를 포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 위원님, 북한이 왜 이런 기만적인 행태를 보였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가 끝난 후에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지난 16일 시험 발사한 신형 ICBM 화성-17형이 평양 상공에서 폭발했고 파편 등으로 민간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국방부 역시 "지난 16일 화성-17형 발사 실패 장면을 평양 주민들이 목격한 상황에서 유언비어 차단과 체제 안정을 위해 최단 시간 내에 성공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어 이미 2017년 발사에 성공해 신뢰도가 높은 화성-15형을 대신 발사한 것"이라고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저는 북한이 구형 미사일을 발사하고 이를 신형 미사일 발사의 성공이라고 주장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순안구역을 비롯한 평양 교외지역 주민들이 4.15를 앞둔 시점에 미사일 폭발을 직접 목격한 상황에서 당국에 불리한 소문들이 전국 방방곡곡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는 미국과 국제사회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관련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북한이 원하는 방식으로 핵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논리를 강조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 북한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시험발사 및 핵실험 준비 동향도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습니다. 이 소식도 전해주시죠.

고영환 :미국 민간연구기관 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매체 '분단을 넘어'는 지난 3월 29일 북한의 신포급 잠수함인 '8.24 영웅함'이 정박해 있는 함경남도 신포 조선소 주변의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분단을 넘어'는 지난 2월 16일부터 3월 27일까지 신포 조선소를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 8장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지난 3월 22일 안전구역 내에 정박해 있던 영웅함의 선미 부분이 소형 예인선에 의해 차양막 바깥으로 끌려 나온 장면이 확인됐습니다. 이에 앞선 지난 2월 24일자 위성사진에서는 '영웅' 호 잠수함이 차양막 아래에 자리잡고 있었고 소형 예인선도 없었습니다. 3월 23일에 찍힌 위성사진에선 영웅함은 다시 차양막 밑으로 들어간 것처럼 보였습니다. 북한 잠수함 '영웅호'는 북한이 지난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때 사용한 잠수함입니다. 이번 분석 보고서의 공동저자 중 한 명인 조셉 버뮤데즈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3월 30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주최한 화상 토론회에서 "8.24 영웅함이 '신포급 실험용 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의 개발과 승조원 훈련뿐 아니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개발 자체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고 발언했습니다. 한편 지난 3월 30일 존 사노 전 미 중앙정보국 작전부국장은 세계정치연구소 초청 화상 학술 회의에서 지난 3월 4일 촬영된 위성 사진을 제시하며 북한이 "풍계리에 새 건물을 짓고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습니다. 코로나 감염병 등으로 극도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핵과 각종 미사일들을 개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니 참으로 희한한 일입니다.

목용재 :북한이 최근 한반도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는데요. 북한이 이 같은 도발 정국을 언제까지 끌고 나갈 것으로 보시고, 한국의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언제쯤 북한과의 대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 대내적으로 북한은 가장 중요한 정치일정들을 대체로 4월에 진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지난 3월 9일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이 선거로 오는 5월 10일에는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합니다. 유럽, 구라파에서는 러시아, 로시야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함으로 하여 세계 정세도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대내외 환경들이 북한에는 대형 미사일들과 핵실험을 진행할 '호기'인 셈입니다. 지난 10년 간 김정은 총비서가 주민들에게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성과'는 핵과 미사일뿐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내부적으로는 북한 군인들과 주민들에게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하여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세계인들, 특히 미국의 시선이 우크라이나로 쏠려 있는 가운데에서 김 총비서의 존재를 과시하기 위하여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같은 도발을 할 것입니다. 저는 북한의 이러한 도발이 4월 말, 5월 초순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따라서 미북대화, 남북대화는 빨라야 5월 하순이나 올 하반기에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한국 군은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를 첫 시험발사해 성공했죠? 현재 북한으로 인해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 같은 한국 군의 행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한국국방과학연구소는 지난 3월 30일 고체추진 우주발사체의 첫 시험발사가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시험발사에서는 우주발사체의 필수 기술인 대형 고체 추진기관, 페어링 및 단 분리, 상단부 자세제어 기술 검증이 이뤄졌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같은 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최근 북한이 핵실험·ICBM 모라토리엄, 즉 유예 약속을 스스로 파기하는 ICBM을 발사하는 등 매우 엄중한 시기에 고체추진 우주발사체의 시험발사 성공은 우리 군의 독자적 우주기반 감시 정찰 분야의 국방력 강화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라면서 "앞으로도 우주 영역이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영역임을 인식하고 고체추진 우주발사체를 비롯해 합동성에 기반한 국방 우주 전력을 조기에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저는 한국 군이 고체추진 우주발사체의 시험발사 성공 사실을 외부에 공개한 것은 최근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합니다. 한국 역시 장거리탄도미사일 개발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북한 지도부에 알리려는 목적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목용재 :북한이 4년 전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 한미 당국에 의해 포착되고 있는데요. 조만간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전략도발을 통해 협상 지위를 높인 후 대화에 참여했다가 협상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다시 긴장 국면을 조성하는 상투적인 패턴을 다시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차기 정부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기대해보겠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