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생포’ 북한군의 한국행 위한 선결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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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새해를 맞이 했지만 여전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치열한 공방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북한 군 병사를 생포했는데요. 이들의 한국행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현실성이 있을지,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진행자] 교수님 지난주 잘 보내셨습니까.

[ 김성렬] 네 잘 지냈습니다.

[ 진행자] 교수님, 먼저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병사를 체포한 소식 정리해 주시죠.

[ 김성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부상당한 북한군 병사 2명이 러시아 쿠르스크주 오블라스트에서 우크라이나 군에 포로로 잡혔다고 지난 11일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에 따르면 두 사람은 "필요한 의료 지원"을 받고 있으며 키이우에 있는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에 구금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 낙하산 부대와 특수작전부대가 북한군을 체포한 것이며 러시아와 북한 군인들이 보통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했다는 증거를 지우기 위해 부상당한 북한군을 처형한다며 "이번 일은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보국은 성명을 통해 지난 9일 포로들이 체포된 직후 제네바 협약에 규정된 대로 필요한 모든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은 후 키이우로 이송됐고, "그들은 국제법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적절한 조건 하에 구금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보국은 수감자들이 우크라이나어·영어·러시아어를 구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 국정원과 협력해 한국어 통역사를 통해 의사소통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군 포로는 심문 과정에서 2024년 가을에 러시아에서 문서를 발급받아 전투 부대에서 일주일간 상호운용성 훈련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군 포로 한 명은 2005년에 태어났으며 2021년부터 북한에서 소총수로 복무했고, 다른 한 명은 1999년생으로 2016년부터 북한에서 척후 저격병으로 복무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진행자] 생포된 북한군 병사에 대한 인터뷰도 이뤄졌는데요. 이들은 자신들이 어느 곳에 파견됐는지도 몰랐고, '전쟁'이 아닌 '훈련' 목적으로 파견된 것으로 알고 있었죠?

[ 김성렬] 우크라이나 당국이 북한군 생포 사실을 최초로 공식 발표한 가운데 붙잡힌 2명의 병사가 참전 사실을 모른 채 파병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이들은 각각 1999년, 2005년생인 이른바 'MZ 군인'으로, 북한군의 사상자 규모가 상당하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생포된 북한군 중 한 명은 조사에서 "지난해 11월 러시아에 도착해 1주일 간 러시아 측으로부터 군사훈련을 받은 후 전장으로 이동했다"며 "전쟁이 아닌 훈련을 받기 위해 이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러시아 도착 뒤에야 파병 온 것을 알게 됐다"고 진술했습니다. 또한 사망한 북한군 소지품에서는 한글로 적힌 '94려단 전투 경험과 교훈' 이라는 문건이 나왔습니다. 이 문건에는 "러시아 측으로부터 적정(敵情)을 넘겨받았다고는 하나 적의 지탱점, 무인기 발진 지점, 포병 배치 지점에 대해 잘 모르고 전투에 진입했다"며 적지 않은 손실을 보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죠. 이처럼 북한이 '폭풍군단'으로 불리는 특수부대원들을 파견하면서 전장 투입 사실을 미리 고지하지 않았다는 정보가 사실로 확인된 것이고, "전투 중 상당수 병력 손실이 있었고, 본인은 낙오돼 4~5일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다가 붙잡혔다"는 진술도 나왔습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북한 당국이 숙련된 장교가 아닌 '사상 이완'을 우려하는 MZ 세대 20대 초반의 '초짜'들로 파병군을 구성했다고 파악한 바 있습니다. 북한군은 현대전에 대한 경험이 없고, 북러 군사동맹에 의한 '군사훈련'이라는 명분으로 20대 초반의 군인들을 파견하는 것인데, 북한 정권이 북한 군인들의 희생을 담보로 러시아로부터 필요한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려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 진행자]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북한군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한 한국 국가정보원의 분석도 나왔습니다. 이 내용도 소개해 주시죠.

[ 김성렬] 국가정보원은 13일 우크라이나전에 파병돼 러시아를 지원하는 북한군 병사들의 사상자가 3,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가 개최한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을 보고했다고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이성권,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기자들에게 전했습니다. 국정원은 "러시아 파병 북한군의 교전 참여 지역이 쿠르스크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북한군 피해 규모가 사망 300여 명, 부상 2,700여 명으로 사상자 수가 3,000여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이성권 의원이 전했습니다. 국정원은 또 "최근 입수한 북한군 전투 영상을 분석한 결과 무의미한 원거리 드론 조준 사격 및 후방 화력 지원 없는 돌격 전술 등 현대전에 대한 이해 부족과 러시아 측의 북한군 활용 방식이 결과적으로 대규모 사상자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게다가 전사자 소지 메모에서 북한 당국이 생포 이전에 자폭·자결을 강조하는 내용과 함께 병사들이 노동당 입당 및 사면을 기대하고 있는 내용도 발견됐다고 국정원은 밝혔죠. 국정원은 북한 동향과 관련해서는 "당분간 러시아에 대한 추가 무기 지원 및 파병을 통한 군사, 경제적 반대 급부 확보에 매진하면서 올해 상반기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방러를 저울질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 진행자] 생포된 북한 군 병사가 향후 어떻게 처리될지가 관심사인데요.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들을 우크라이나 포로와 교환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러시아나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십니까?

[ 김성렬] 최근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생포된 2명의 북한군 포로들의 처리 문제와 관련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군을 인도하는 조건으로 북한군 포로들을 풀어줄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글로 된 게시물에서 "김정은이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전쟁포로와 북한 군인의 교환을 추진할 수 있을 경우에만 북한 군인을 김정은에게 넘겨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정부 측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3일 기자 설명회에서 이 제안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논평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그곳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누가 무엇을 누구에게 제안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포로 교환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러시아 당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하려면 우크라이나에 억류된 북한 군과 러시아 군 모두를 교환 조건으로 포함시킬 때 가능하다고 봅니다. 현재로서 이 조건이 우크라이나 당국에 의해 제시될 가능성은 없어 보이고, 북한 당국도 파병된 군인들에게 생포 전 '자폭·자결'을 강조하고 있어서 포로 교환이 성사될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진행자] 한국에서는 이들의 한국행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 김성렬] 한국 국가정보원은 국가정보위원회 브리핑에서 "그 포로들이 한국으로 가겠다는 입장 표명을 한 것은 없다"며 "국정원은 북한 군도 헌법적 가치를 봤을 때 우리나라 국민에 포함되기 때문에 포로가 된 북한 군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관점에 입각해서 귀순 요청을 하면 우크라이나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포로의 대우에 관한 1949년 제네바 협약의 규범에 저촉이 안 되는 범위에서 포로 문제를 처리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제네바협의 118조에 따르면 "포로는 적극적인 적대 행위가 종료한 후 지체 없이 석방하고 송환하여야 한다"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협약에 의하면 우크라이나 군에 의해 생포된 북한 군인들은 러시아로 송환되어야 하는 것이죠. 결국 송환 주체로 볼 수 있는 우크라이나 당국의 결정이 제일 중요할 것으로 봅니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현재로서는 북한 군 포로를 러시아에 반환하고 자신들의 전투 포로를 돌려받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군 포로가 한국에 오려면 우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협상과 합의가 있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북한 군 포로 신병처리 방식이 결정될 것으로 봅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을 추진하기 위해 본인들의 의사가 무엇인지 신중하게 접근해서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의 의사에 따라 우크라이나 정부와 긴밀히 공조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진행자] 이미 생포된 북한 군인들의 얼굴이 공개돼 북한 당국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을텐데요. 우크라이나에 남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북한 군인도 있었습니다. 이 군인이 북한으로 송환되면 고문이나 비인도적 처우를 받을 가능성이 큰데요.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들을 북한으로 송환하는 조치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시사진단 한반도, 오늘도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 김성렬]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