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의 계속되는 9.19 군사합의 위반, 대응 방안은?

북한이 지난 10월 18일 밤 동·서해 완충구역에 포병사격을 감행한 가운데 지난 10월 19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북한은 이와 관련해 남측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지난 10월 18일 밤 동·서해 완충구역에 포병사격을 감행한 가운데 지난 10월 19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북한은 이와 관련해 남측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Photo: R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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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이번 주에도 북한의 도발이 이어졌습니다. 북한이 한미합동훈련을 빌미로 두차례에 걸쳐 해상완충구역에 포사격을 감행했는데요. 이제는 9.19 남북군사합의가 완전히 무용지물 된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하겠습니다.

목용재: 북한이 지난 5일과 6일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도발행위를 벌였는데요. 먼저 이 소식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북한 군은 지난 12월 5일 오후 2시 59분경부터 북한 강원도 금강군 일대와 황해남도 장산곶 일대에서 각각 동, 서해상으로 130여 발의 방사포로 추정되는 포병 사격을 한 데 이어 지난 6일에도 남북 해상 완충구역으로 포사격을 감행했습니다. 한국 군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10시경부터 오후까지 북한 강원도 고성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90여 발의 방사포로 추정되는 포병사격을 진행한 것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오후 6시경부터는 강원도 금강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방사포 추정 10여 발을 한국 군이 추가로 포착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6일 하루만 방사포로 추정되는 사격을 총 100여 발에 걸쳐 감행했고 포탄의 탄착 지점은 모두 북방한계선(NLL) 북방 동해상 남북 해상완충구역 안이었습니다. 해상완충구역으로 포사격을 하는 것은 2018년에 맺은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입니다. 합동참모본부, 즉 합참은 "동해 해상완충구역 내의 연이은 포병사격은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으로 즉각 중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이날 "어제, 즉 지난 5일에 이어 오늘 9시 15분경부터 적들이 또다시 전선근접일대에서 방사포와 곡사포를 사격하는 정황이 제기되었다"며 "총참모부는 (중략) 지적된 전선포병구분대들에 즉시 강력 대응 경고 목적의 해상실탄 포사격을 단행할 데 대한 명령을 내리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군이 지난 6일에 문제 삼은 한미의 포 사격 훈련은 남북합의에 어긋나지 않는 정상적인 사격 훈련입니다. 한미는 이날 철원 일대에서 이틀째 다연장로켓과 K-9 자주포 사격 훈련을 벌였습니다. 한미연합군은 북한처럼 남북 해상 완충구역에서 포사격을 한 것이 아니라 남강원도 철원에서 남쪽 방향으로 사격 훈련을 한 것입니다. 한국 군의 정당한 훈련을 트집 잡으며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의도적으로 깨는 도발을 연속하여 감행하고 있습니다.

목용재: 올해 들어 북한이 9.19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한 사례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사실상 군사합의는 이미 유명무실화된 상황인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한국 국방부는 지난 6일 언론에 배포한 '북 총참모부 대변인 발표와 관련한 입장문'에서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연합 포병 사격훈련은 '9·19군사합의'에 따라 포병사격훈련이 중지된 지상완충구역, 즉 군사분계선 이남 5km 밖에서 실시된 정상적인 훈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한미의 연합 사격훈련은 9.19 남북 군사합의 사항을 준수한 정상적 훈련이라며 북한 측의 입장을 반박한 것입니다. 국방부는 "북측이 한미의 정상적 훈련을 부당하게 비난하며 오히려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해상 포사격을 반복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하면서 남북이 공동으로 맺은 합의를 유명무실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군과 한미연합군의 정상적인 지역에서의 정상적인 훈련까지 걸고 들면서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해 한국은 국제사회에 이러한 사실을 꾸준하게 알리면서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북한에 도발을 중지할 것을 촉구해야 합니다.

목용재: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북한은 적이라는 표현을 다시 국방백서에 명시했습니다. 이 내용 소개해주시죠.

고영환: 윤석열 한국 정부의 첫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 군을 '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이 부활할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격년으로 국방백서를 발간해 왔습니다. 지난 6일 정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다음 달 발간되는 '2022 국방백서'의 초안에 '북한 정권과 북한 군은 우리의 적', 즉 한국의 적이라는 표현이 담겼습니다. 소식통은 "국정 과제에 제시된 대로 북한 정권과 북한 군을 적으로 명시하는 표현이 국방백서 초안에 들어갔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3월 9일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 의하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조직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올해 5월 3일에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 우리의 적'임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국방백서 등에 명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주적 개념은 지난 1994년 남북특사교환 실무접촉에서 북측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계기로 1995년 국방백서에 처음 명기돼 2000년까지 유지된 바 있습니다. 문재인 직전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18년과 2020년 국방백서에서는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이 사라지고,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는 문구로 대체됐습니다. 2022년 국방백서에 '북한은 주적'이라는 표현은 사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어떤 입장인지 궁금합니다. 위원님께서는 북한은 적이라는 표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한국 통일부는 지난 6일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 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이 담기더라도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통일부 당국자는 국방백서 초안에 북한 정권과 북한 군을 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이 담기는 것과 관련하여 "북한이 가진 이중적 성격을 종합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북한은 현존하는 군사적 위협이자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대화와 협력의 대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방 당국에서 '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군이 가진 임무의 특성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 군을 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북한 인민은 한국의 적이 아니라는 의미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북한이 한국을 계속하여 핵과 미사일로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군은 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하여 북한 군을 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이치에 맞고 북한 인민은 언젠가는 같이 살아나가야 하는 만큼 교류와 협력의 대상이 되는 2중성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탈북민의 정착지원 시설인 제2하나원이 개원 10주년을 맞았습니다. 한국 입국 탈북민들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맞은 하나원 개원 10주년,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향후 하나원의 역할이 재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탈북민들의 한국 사회 적응을 위한 교육시설인 제2하나원이 문을 연 지 10주년을 맞았습니다. 한국 정부는 탈북민들의 초기 한국 정착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1999년부터 하나원을 통한 정착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안성에 위치한 본원은 탈북 여성들을 대상으로, 화천에 제 2하나원은 탈북 남성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합니다. 좀 더 설명을 드리자면 하나원은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로 진출하기 전 그들의 원활한 한국사회 정착을 돕기 위한 지원시설로, 제2하나원은 지난 2012년 12월 한국 측 강원도 화천에서 문을 열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지난 5일 제2하나원 개원 1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기념사에서 "탈북민들은 특유의 성실함과 끈기로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해오고 있다"며 "탈북민들이 더 좋은 일자리에 도전할 수 있고 마음에 맞는 일자리에서 더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나원 본원과 제 2 하나원은 탈북민들이 한국에 정착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고 그래서 많은 탈북민들이 하나원을 마음의 고향처럼 생각합니다. 진행자께서 지적한 바와 같이 코로나 이후 탈북민들의 숫자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하나원은 기존에 교육을 이수한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더 쉽게 각종 기술 및 기능 자격증을 무상 교육을 통해서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 등을 더 강화해 나가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북한이 연말에 당 중앙위 전원회의 개최를 예고해 놓은 상황입니다. 이번 회의를 통해 어떤 대외, 대남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되는데요.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강 대 강'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북한이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하고 대화로 나오게 할 수 있을까요. 새해를 앞두고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