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러시아의 푸틴 총리가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정말 많이 춥습니다.
박성우: 러시아 정부가 요즘 연이어서 북한을 상대로 강경 발언을 내놓고 있지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지난 14일 러시아의 푸틴 총리가 바트볼드 몽골 총리와 회담을 한 후 공동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성명에서 러시아는 ‘북한은 핵개발을 중단하라, 그리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와 1874호를 무조건 수행하라’면서 강한 어조로 북한 지도부를 비판했는데요. 푸틴 총리는 김정일 위원장과 여러 번 만났고 개인적 친분 관계도 있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지도부를 강력한 어조로 비판한 것을 보면, 이건 정말 심상치 않은 듯하고요. 이번 푸틴 총리의 발언은 지난 11월23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이후 북한을 계속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러시아 지도부의 흐름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 모스크바에서 박의춘 외무상과 러시아 라브로프 외무상이 회담했는데, 라브로프 외무상은 박의춘 외무상의 면전에서 ‘북한이 남한의 영토에 포탄을 발사해서 남측의 인명 피해를 낸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강력하게 비판했고요. 회담이 끝나자마자 러시아 외무부가 이 내용을 전 세계에 공개했어요. 외무상의 회담 내용을 회담이 끝나자마자 공개하는 건 친선관계를 갖고 있는 나라 사이에서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고 아주 희한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러시아가 아주 강하게 나오는 걸 보면, 북한의 연평도 도발 사건이 얼마나 세계에 큰 충격을 줬는가, 그리고 북한이 얼마나 고립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데요. 푸틴 총리가 김정일 위원장과 친분 관계가 깊음에도 불구하고 ‘핵개발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이나, 라브로프 장관이 ‘연평도 포격 도발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한 건 북한이 다시는 이런 일을 벌이지 말라, 계속 도발한다면 러시아도 가만있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준 것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박성우: 하나 더 여쭤보겠습니다. 위원님은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셨는데요. 박의춘 외무상을 비롯해서, 북한 외무성 사람들은 이번 러시아의 태도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고영환: 러시아는 옛날엔 소련이었죠. 1945년 한반도 북부에 주둔해 있던 일본군을 무장해제시키고 북한을 세운 나라가 러시아잖아요. 그리고 러시아 극동군 88저격여단에서 소련군의 대위로 있던 김일성을 들여와서 수상으로 만든 나라이기도 합니다. 북한을 세운 나라이기도 하고 강력한 동맹 관계를 갖고 있던 나라가 러시아인데요. 개별적인 친분 관계도 과시해온 푸틴 총리까지 이렇게 북한을 성토하는 모습을 보면 아마 북한의 외교관들이 많이 좌절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는 물론 러시아까지 이렇게 나오는 걸 보면서, 북한의 외교관들도 다 인간이니까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핵을 뜯어먹고 살 것도 아닌데, 전 세계가 다 비난하는 일을 왜 북한 지도부가 골라서 할까, 이건 정말 창피한 일이 아닌가’, 그리고 외교관 활동을 하면서 어딜 가나 비판을 받으니까 많이 창피해 할 거라고 생각되고요. 쓰지도 못할 핵은 그만 개발하고, 사회주의 나라였던 몽골, 중국, 베트남처럼 개혁 개방을 해서 인민들이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서 외교관들도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할 것 같습니다.
박성우: 이번엔 주제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한국의 국방부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후속 조치 중 하나로 대북 FM 라디오 방송을 시작했지요. 그리고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 도발을 한 날인 지난달 23일에는 대북 전단지 40만 장을 살포하기도 했습니다. 위원님께서는 북한에 계실 때, 혹시 남한의 라디오 방송을 들어보시거나, 또는 남한에서 날려보낸 삐라, 그러니까 대북 전단지를 보신 적 있으신지요?
고영환: 제가 개성에서 인민학교, 그러니까 소학교를 다녔는데요. 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남한에서 보낸 삐라가 마당에 떨어져 있고요. 어떨 땐 내의 같은 게 떨어져 있기도 했어요. 그때는 안전부가 ‘내의에 독이 묻어 있어서 입으면 몸이 썩는다’고 말해서, 이런 걸 보면 바로 안전부에 바쳤어요. 저는 라디오도 가끔 들었고, TV도 조금씩 나와서 굉장히 호기심을 가지고 보곤 했는데요. 당시에는 ‘먹을 것 보내면서 독약을 쳐서 보내고, 내의에도 독약을 묻혀서 살을 썩게 하고,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요. 제가 이젠 한국에 온 지 거의 20년이 됩니다. 지금 탈북자 단체들과 대북 인권단체들이 풍선으로 물건, 돈, 그리고 삐라, 그러니까 전단도 보내는 데요. 독 같은 게 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성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 전단과 돈을 직접 봤거든요. 정말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쓰라고 물건과 식량을 보내는 건데, 거기에다 독을 넣었다면 이건 정말 동족끼리 할 일이 아니죠. 인간이 아니라 야만인이 할 짓이죠. 그런 일을 같은 동족이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라디오도 그래요. 북한 사람들은 정보가 많이 차단된 상태에서 살고 있는데요. 여기서 대북 방송을 하는 원칙을 말씀드릴게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선전을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북한 사람들에게 알려주라’는 겁니다. 진실만 말하라는 거지요. 북한 사람들에게 세계가 돌아가는 소식, 남한이 돌아가는 소식, 아니면 북한 최고위층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객관적으로, 사실 그대로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걸 듣고 사람들이 ‘외부에선 이렇게 살고 있구나’라는 걸 알려주자는 게 목적이지, 선전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위원님께서 어릴 때 개성에 계셨다고 하셨는데요. 그게 대략 언제쯤입니까?
고영환: 1960년대 후반입니다.
박성우: 그렇군요. 그런데 요즘은 북한 주민들이 남한의 텔레비전 생중계 방송을 시청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는 미국에서 만든 연속극에 푹 빠져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쯤 되면 한국의 국방부가 대북 전단지를 뿌리거나 FM 라디오 방송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가 아닌가 싶은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최근 북한에서 온 탈북자들의 증언을 보면, ‘(함남) 북청 지방에도 한국의 텔레비전 전파가 잡힌다, 황해도나 평남도 일부 지역에서는 함경남도 지역보다 전파가 더 잘 잡힌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한국의 드라마 시간을 기다린다거나 한국 뉴스도 본다는 증언이 계속 나오는데요. 최근에는 한국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방영하는 미국 드라마, 그러니까 연속극을 즐겨 본다는 겁니다. 더 재미가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따금 한국 방송에서 미국 영화를 방영하는데요. ‘람보’나 ‘007 카지노 로열’ 같은 걸 북한 사람들이 아주 잘 보고 있다고 그럽니다. 북한 사람들은 첩보 영화 같은 걸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이렇게 북한 주민들이 외부 소식을 서서히 접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아직은 북한 전 지역의 주민들이 이렇다는 건 아닌 것 같고요. 그래서 저는 한국의 국방부뿐 아니라 민간단체, 인권단체가 계속 대북 방송을 해서, 북한 주민들이 현재 살고 있는 지점이 어디이며, 외국 사람이나 한국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알게 해서, 북한 사람들이 눈을 좀 떴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습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시사진단 한반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